[스페셜1]
영파라치 제도 무엇이 문제인가 [1]
2006-03-22
사진 : 서지형 (스틸기사)
정리 : 이영진

불법 영화파일을 신고하면 포상한다는 영파라치 제도가 시작된 지 한달이 넘었다. 2월1일부터 시작된 이 제도는 적지 않은 효과를 거둔 듯하다. 3월9일 현재 10개 영화사들의 위임을 받아 영파라치 제도를 운용하고 있는 온라인 업체 씨네티즌의 사이트에는 7만6천여건에 달하는 신고 건수가 접수된 상태다. 그동안 복제 파일이 무성했던 이름난 공유 사이트들은 초토화됐다. 뒤져봤자 별 볼일 없는 ‘야동’투성이다. 반면, 영파라치 제도를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뜨겁다. 3월부터서는 씨네티즌쪽에서 법무법인 일송과 함께 불법 영화파일을 인터넷에 올린 이들이 합의에 응하지 않을 경우 법적 책임을 묻는다는 입장이어서 갈등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씨네21>이 긴급좌담을 마련한 것도 그 때문이다. 김혜준(영화진흥위원회 사무국장), 이원재(문화연대 사무처장), 조광희(변호사·법무법인 한결), 조성규(영화사 스폰지 이사) 등 관련 업계 종사자와 저작권 관련 전문가들이 3월7일 좌담에 참석했다. 이들은 영파라치 제도 도입의 불가피성을 인정하지만 장기적인 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고, 무엇보다 영파라치를 둘러싼 지금의 논쟁이 저작권에 관한 근본적인 쟁점들을 가릴 수 있음을 지적했다.

조광희/ 다들 한번쯤 불법복제 파일을 다운받았을 텐데.

조성규/ MP3 다운받는 것도 잘 모른다.

조광희/ (이원재 처장에게) 많이 받아봤을 것 같다.

이원재/ 다운받을 시간이 없어서.

김혜준/ 다들 좌담할 자격이 없는 것 아닌가. (웃음)

조광희/ 모 영화제 프로그래머는 정말 열심히 받아보는 것 같더라. 요즘엔 파일을 다운받아서 디빅(DivX) 플레이어를 통해 TV에 연결해서 보는데 화질이 DVD급이라고 하니까.

조성규/ 파일을 CD에 구워서 보지는 않고 소장만 하는 수집광들도 있다. 과시욕 때문에 라이브러리를 만드는 거다. 친구 중에서도 몇 천장씩 다운받았다고 자랑하는 녀석을 봤는데 한대 패주고 싶었다. (웃음)

김혜준/ 그런 경우는 법률적으로 책임을 묻기도 뭣할 것 같다.

영파라치의 출현은 자연스러운 맥락

씨네21/ 씨네티즌쪽에서 영파라치 제도를 운용한 지 한달이 지났다. 권한을 위임한 입장에서 영파라치 제도가 효과가 있다고 보나.

조성규/ 회사 내부적으로도 3명 정도 팀을 꾸려서 주요 공유사이트들을 체크하고 있는데 불법 파일이 거의 없어졌다. 발견하지 못한 사이트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조광희/ 수입사 입장에서 어떤가. 실제 효과를 체감하는지.

조성규(영화사 스폰지 이사)

조성규/ <메종 드 히미코>가 같은 감독이 만든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보다 관객이 많이 들 거라곤 생각 못했다. 수입할 때 굉장히 고민했던 영화인데, 지금까지 7만명 넘게 들었다. <메종 드 히미코>의 경우 3월3일 일본에서 DVD까지 나왔는데 아직까지 불법 파일이 안 돌고 있다. 자막 번역할 시간이 필요해서인가. (웃음) 반면, <조제…>는 부천영화제에서 상영된 뒤 엄청나게 디빅 파일이 많이 돌았다. 불법 다운로드 유무가 전적인 이유라고 할 순 없으나 관객 수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본다.

김혜준/ 큰 영화들에 비해 작은 영화들쪽이 더 큰 피해를 입을 것 같다.

조성규/ 그런 말을 전에 했다가 작은 영화 수입 안 하면 되지라는 말까지 들었다. 관객 1만명도 안 되고, DVD 1천장도 안 팔리는 작은 영화들이 타격을 더 심하게 입는다. 일부러 아시아 국가들 중에서 가장 빨리 개봉하곤 했는데 그때마다 어떻게 구했는지 웬만한 건 인터넷에 다 떠 있더라. 영파라치 제도와 관련해서 우리쪽에서는 관객에게 정서적인 이해를 구하려고 하는 편이다. 입장을 바꿔서 한번만 생각해달라고. 합의금 받아서 뭣하겠나. 과거에 합의금 받아서 몇 천만원 벌었다고 떠들고 다닌 분이 있긴 하지만.

김혜준/ 과거 제협쪽에서 불법 파일을 유통하는 이를 고소하거나 거짓 파일들을 유포하는 방식을 쓰기도 했고. 영화계에선 그동안 몇 단계를 거치면서 할 만큼 했다고 본다. 한때 한국영상협회 등에서도 문화관광부로부터 예산 지원을 받아 비슷한 일을 했는데, 업무보다는 단체 존속을 꾀하는 바람에 썩 좋은 결과를 내진 못했고, 정부쪽에선 이왕 맡겼으니 좀 기다려보자고 하는 상황에서 피해당사자인 영화사들이 직접 나서게 된 게 아닌가 한다. 영파라치의 출현은 그런 점에서 자연스러운 맥락으로 보인다.

조광희/ P2P 사이트나 웹하드 업체들을 상대로 고소를 하는 게 더 맞지 않나 싶다. 그걸 먼저 하는 것이 정석일 텐데.

조성규/ 씨네티즌쪽에서도 법무법인을 통해서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 사실 씨네티즌쪽에서 영파라치를 도입하자는 제안을 받았을 때 반대했었다. 이를테면 내부자 고발인데,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다. 영화계 안팎의 합의 이후에는 영진위나 문광부가 추진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망설이다 위임했는데, 어느 정도 효과가 있으니까 우리 입장에서도 좀 뭣하다. 다만, 이용료로 300원 내면 콘텐츠를 다운받게 하는 사이트가 있는데, 30원은 콘텐츠 업로드자에게 주고, 나머지는 서버 유지비라며 가져가는 식이다. 장물아비랑 똑같은 건데 이런 경우는 처벌이 불가피하지 않나. 업로드한 이들 중에서도 2천만원씩 버는 이들이 있다고 하는데, 그것도 마찬가지다.

김혜준/ 티켓 예매 업체나 영화 전문 포털을 중심으로 캠페인을 하고 있긴 한데. 좋게좋게 해결하자는 캠페인이 저작권자들 입장에선 답답한 것이 사실이다. 영파라치라는 수단에 호소할 수밖에 없는 저작권자들의 처지나 입장은 이해가 된다.

장기적으로 부작용이 염려된다

이원재/ 영파라치처럼 감시나 처벌 위주의 제도는 단기적인 효과에 비해 장기적인 피해를 가져온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반발 심리는 결국 부작용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음악 부문의 경우 음제협 등에서 처음에 수천명을 고소하겠다고 해놓고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업자를 고발하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그 많은 사람들에게 법적 책임을 묻겠는가. 소송이나 논란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조성규/ 우리 입장에서도 부담이다. 이 문제로 누구를 고소하고 싶지는 않다. 3월부터 씨네티즌쪽에서는 합의에 불응할 경우 건수가 많은 영화부터 업로드한 이들을 고소한다고 하기에 우리 영화는 미리 이야기를 하라고 했다. 이제는 공을 누군가가 받아야 할 것 같다. 영진위든지 정부든지.

이원재(문화연대 사무처장)

이원재/ 아주 극단적인 입장이긴 하지만 다운로드 이용자 중엔 지불을 이미 다했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노트북을 사고, 인터넷망에도 가입했고, 그 돈이 정통부로 가든 KT로 가든 어쨌든 자신은 문화적 삶을 위해 투자를 했는데 왜 도둑놈으로 불리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음반시장의 경우 불법 다운로드의 피해를 이야기하면서 주적으로 네티즌을 호명한 것은 엄청난 실책이라고 본다. 이를테면 불법 다운로드 때문에 한국 음악산업이 망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한편에선 컴필레이션 앨범의 난무가 그런 결과를 낳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김혜준/ 우리도 앞으로는 좀 긍정적인 호칭을 사용해야겠다. (웃음) 이런 갈등이 왜 발생했을까를 좀 따져봐야 할 듯하다. 개인이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발전했는데, 합법적인 서비스 모델은 없는 상황이다. 새로운 기술 혹은 매체가 출현했을 경우 자본은 사업을 확장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판단하는데, 다운로드와 관련해서는 따져보다가 내버려둔다는 식으로 방관한 꼴이 되고 말았다. 결국 과도기적인 상황에서 불법복제 같은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그렇다고 개인적인 불법 행위를 묵과할 수도 없고. 캠페인이나 고발 조치가 필요한 동시에 정상적인 서비스 모델을 만들어줘야 할 것이다.

조광희/ 개인의 불법 행위는 사회가 조장한 측면이 있다. 저작권 소송을 맡고 있는 변호사 입장에서는 나중에 변호사가 불법 다운로드받았다는 게 문제될까봐 자제하고 있긴 한데. (웃음) 영화애호가 입장에선 원할 때마다 영화를 쉽게 찾아서 보고 싶은 욕망이 있다. 도덕적인 순결 의식으로 무장한 이들이 아닌 정상적인 사람들이라면 불법 다운로드를 받을 수밖에 없는 환경에 둘러싸여 있기도 하다. 간편하게 영상을 즐길 수 있는 기술이 눈앞에 있는데, 어떻게 참을 것인가. 일정 정도의 돈을 지불할 용의도 있는데, 문제는 합법적인 방법이 없다는 거다. 불법 행위를 할 수밖에 없는 딜레마로 몰아넣는 거지. 영파라치의 계도적 목적은 유효하다고 보지만, 지속적인 방안은 될 수 없다고 본다.

조성규/ 200, 300개 스크린에서 개봉하는 영화들을 불법 다운로드받는 사람들이라면 몰라도 우리 영화를 다운로드받는 사람들에게는 미안한 마음이다. 요즘 서울과 부산의 한두곳에서 상영한 뒤에 지역에서 개봉하는 상황에다 장기상영을 하다보니 비디오나 DVD가 늦게 나온다. 게다가 전국의 모든 숍에 깔릴지도 의문이고. 그러다보니 다운로드받을 수밖에 없는 관객이 많다. 우리로서는 개봉하면 극장에서 한번 더 꼭 봐달라고 부탁할 수밖에 없고.

조광희/ 원칙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 무엇은 되고 무엇은 안 되고를 정해야 하는 거다. 컴퓨터 프로그램이 처음 공개됐을 때처럼 떳떳하게 볼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음악의 경우 1곡당 얼마를 내고 다운받는 시스템이 국내외에 있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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