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배두나의 <린다 린다 린다> 포토코멘터리 [1]
2006-04-25
글 : 이다혜

네이버에 ‘불친절한 두나씨’라는 블로그를 가지고 있는 배두나는 카메라를, 사진찍기를 좋아한다. 어떻게 사진에 빠지게 됐냐고 물었지만, 잘 모르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기계 만지는 걸 워낙 좋아해 매뉴얼 안 보고 직접 기계를 만져가며 성능을 알아가는 걸 좋아하는데, 사진에 빠지면서부터는 매일 밤마다 두꺼운 사진집을 보다 잠들곤 했다고. 그렇게 시작된 것뿐이라고. 친한 포토그래퍼들에게 물어 좋은 카메라를 찾아냈고, 영화 촬영장에도 늘 카메라를 들고 다녔다. “뭐 하나에 빠지면 집요하게 파고드는 스타일이다. 오타쿠처럼”이라며 웃는 배두나는, 2004년 9월8일부터 10월3일까지 있었던 <린다 린다 린다>의 촬영장에도 구석구석 카메라를 들이댔다. 도쿄에서 북쪽으로 신칸센을 타고 1시간쯤 가면 있는 군마현 마에바시에 있는 폐교에서 진행된 촬영 동안 배두나는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었고, 멋진 추억을 얻었다. 카메라 광고 문구대로 사진이 기억을 지배한다면, 여기 있는 사진들은 당신이 배두나의 기억을 엿볼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할 것이다.

제1장 사랑이라니, 소년아 - 일본 배우들과 친구되기

배두나가 연기하는 송은, 한국 소녀다. 일본 학교에서 공부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은 일본어가 서투르다. “밴드 안 할래?” “보컬 괜찮지?”라는 말을 잘 못 알아듣고 일단 “하이”(네)라고 해놓고는, 나중에서야 사태파악을 하고 “다메다메!”(안 돼 안 돼!)라고 할 수밖에 없는 소통의 장벽이 <린다 린다 린다>를 재미있게 만들고, 송이라는 역할을 사실감있게 느끼게 한다. <황야의 무법자> 속 결투신처럼 비품실에서 엄숙한 자세로 마주보고 사랑 고백을 받는 장면 역시 언어 장벽에서 오는 유머가 빛을 발한다. 실제로 영화를 찍으면서 배두나는 약간 엉뚱한 구석이 있는 영화 속 송처럼 일본의 어린 배우들에게 다가갔다. 그래서 영화와 같은 순서로 진행된 촬영이 지속될수록, 영화 내용처럼 ‘배두나와 친구들’은 가까워졌다. “감독이 여우라니까”라는 배두나의 우스갯소리처럼, 다들 정말 가까워졌고, 그래서 영화 막바지의 연기 호흡은 정말 친구 사이에서 우러나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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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케이 역의 가시이 유우는 나와 마찬가지로 사진찍기를 좋아한다. 할아버지가 사진관을 하셨다나. 나처럼 기계식 카메라도 꽤 열성적으로 현장에 들고 다녔다. 성숙해 보이지만 <린다 린다 린다>를 찍을 때 고3이었다. 영화를 찍으면서 나와 가장 친해진 친구였다.

2. 내가 연기한 송이 비품실에서 일본 소년의 사랑 고백을 받는 장면의 사무실 리허설. 등을 보이고 선 사람이 감독님, 맞은편이 조감독님, 나와 마주보고 선 소년이 영화 속에서 서툰 일본어로 “사랑해요”라고 고백하는 아이다.

3. 친구들이 일본어를 가르쳐줬다. 발음은 다음과 같다. “카네 다세.” 그러더니 메이킹팀에 가서 해 보라고 했다. 메이킹팀에 가서 (시키는 대로) 손을 내밀며 말했다. “카네 다세.” 메이킹팀이 화들짝 놀란다. 으하하. “카네 다세”라는 말은 “돈 내놔”라는 뜻이거든.

4. 촬영 마지막 날 찍은 사진. 말도 안 통하고 문화도 잘 몰라서 걱정을 많이 하고 촬영에 들어갔는데 다들 너무 호의적이었다. 제작발표회 때 처음 애들을 만났는데, 어디서 복사해왔는지 한글교본을 들고 와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해오더라. 촬영 끝나면 매니저들에게는 숙소 간다고 그러고 따로 만나서 시부야나 시모기타자와 가서 놀곤 했다.

5. 정말 신기한 게 얘들은 다 전철 타고 촬영장까지 다녔다. 소속사가 있는데도. 이유는 버릇이 나빠질까봐, 라고 한다. 꽤 엄격한 거다. 데뷔 이후 얼마간은 그렇게 시키는 모양이더라. 그래서 매일 사무실에 청구할 전철값 영수증 챙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차를 내주는 회사도 있지만, 애들이 건방져지기만 하고 실력이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더라.

사진 배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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