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배두나의 <린다 린다 린다> 포토코멘터리 [2]
2006-04-25
글 : 이다혜
제2장 대답해주세요 -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

배두나에게 캐스팅 제의가 들어온 일본영화는 <린다 린다 린다>가 처음은 아니었다. 봉준호 감독이 일본영화제에서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의 영화에 열광하고,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이 <플란다스의 개>를 봤다며 배두나를 캐스팅하고 싶다는 말을 전했을 때까지만 해도, 배두나는 해외 진출에 별 생각이 없었다. <고양이를 부탁해>가 일본에서 개봉할 때,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은 호텔로 배두나를 찾아와서 시놉시스라는 종이 몇장과 자신의 예전 영화 비디오 그리고 영화 속에서 부를 블루하트의 CD를 전해주었다. 서울로 돌아와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의 영화를 보자마자 출연을 결정했다.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이 생각하는 한국 여학생들은, 일본보다 더 소녀적이고 순수하고 낭만적인 걸 좋아하는 아이들이었다. 그래서 영화 속 송도 친구들의 연애 이야기에 관심을 보이는 설정이다. 배두나가 캐스팅되고 나서 대본을 쓰기 시작했기 때문에 송은, 배두나의 이미지에 크게 기대고 있지만 ‘진짜 배두나’와는 많이 다르다.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이 영화를 찍으면서 배두나에게 이렇게 말했으니까. “아, 그녀는 정말 연기를 한 것이었구나. 영화 속 모습과는 많이 다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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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감독님 평상시 모습이다. 항상 이렇게 하고 다니신다. 모자를 쓰고 수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왜 그렇게 얼굴을 가리느냐고 물으니까, 다른 사람이, 특히 배우가 자기 얼굴 보는 게 싫어서란다. 배우가 자기 표정을 흘끗거리며 눈치보며 연기하니까. 그래서 “당당하게 좀 보세요!” 하고 놀리곤 했다. 하하하.

2. 촬영현장에는 콘티가 없다. 연습을 충분히 하기도 하지만, 감독님 스타일이기도 한 것 같다. 촬영 전에 “얼굴만 나오나요? 상반신까지 나오나요?”라고 물으면, 감독님은 그제야 “아, 미안해요, 잠깐 가서 보고 올게요”라고 하시는 식이다. 그리고 한마디 더. 감독님, 자세히 보면 미.남.이.다.

3. 감독님은 나를 캐스팅하고 나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하셨다. 그래서 생긴 재밌는 일 중 하나는, 노래방에서 송이 연습하는 장면. 노래방에서는 음료를 안 사면 입장이 안 된다고 하고, 송은 음료수가 있다고 버티는 장면 말이다. 그게 실제로, 감독님이 나랑 계약서 쓰러 왔다가 노래방에 갔는데 깜짝 놀란 경험 때문에 들어간 장면이다. “아, 한국은 음료수를 안 마셔도 노래방에 가는구나” 하면서 그 문화의 차이를 시나리오에 쓰게 되셨다고 한다.

4. <린다 린다 린다> 화보집 찍는 모습이다. 내 교복만 길이가 길지? 왜 송만 이렇게 교복이 촌스럽냐고 감독님께 항의한 적이 있다. 다 짧고 예쁘더구먼. 감독님 대답이, 송은 원래 교칙을 잘 지키는 아이라는 거다. 그런데 <린다 린다 린다> DVD가 나왔을 무렵 도쿄에 갔는데, 시부야 HMV에 내가 입은 촌스러운 교복이 마네킹에 걸려 전시되어 있는 거다. ‘배두나 교복’이라고. 그래서 그 옆에서 사진 찍고 왔다. 하하하.

5. 야마시타 감독님은 작은 규모의 영화를 빠른 속도로 찍으신다. 당연히, 스탭도 소규모다. 하얀 옷 입은 분이 분장 스탭인데, 혼자서 모든 배우의 분장을 도맡아서 해준다. 가능할까 싶었는데, 휘리릭∼해내더라. 학생들이라 분장이 많이 필요하지 않았던 덕도 있겠지?

사진 배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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