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츄핑 앞에서는 아이와 어른 모두 평등하다. <사랑의 하츄핑>의 인기를 이끈 주요인은 유아동은 물론 성인층까지 수요의 저변을 넓힌 표적화 전략에 있다. 원천 IP인 TV애니메이션 <캐치! 티니핑>은 4~8살의 코어 타깃을 노리고 만들었으나 영화와 뮤지컬 <사랑의 하츄핑>의 전략은 달랐다는 게 SAMG엔터테인먼트(<캐치! 티니핑> <사랑의 하츄핑> 제작사, 이하 SAMG엔터) IR/PR 관계자의 설명이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캐치! 티니핑>을 안 본다는 이야기가 있었을 만큼 타깃 연령층에 한계가 있던” IP였지만, “극장판 <사랑의 하츄핑>은 졸던 어른들까지 몰입시킬 수 있는 전방위적 가족영화”를 목표로 제작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은 극장판 <사랑의 하츄핑>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옮겨와 일루셔니스트 이은결의 터치를 더한 뮤지컬 <사랑의 하츄핑>에도 적용됐다.
<사랑의 하츄핑>이 어른들까지 사로잡을 수 있던 이유는 작품이 선사하는 감정의 구체성에 있다. <사랑의 하츄핑>은 <캐치! 티니핑>의 주인공인 로미 공주와 그의 짝꿍 티니핑인 하츄핑을 중심으로 만든 이야기다. 로미 공주는 책 속에 있는 하츄핑의 모습을 보자마자 사랑에 빠지고, 하츄핑을 만나기 위해서 무시무시한 괴물들이 있는 곳까지 홀로 여행을 떠난다. 결국 로미 공주가 여러 난관을 뚫은 뒤 하츄핑을 위기에서 구해 진정한 짝꿍으로 거듭난다는 서사가 골자다. 핵심은 “처음 본 순간, 나는 빠져버렸어”(<사랑의 하츄핑> 주제곡 <처음 본 순간>의 가사)라는 감정의 원천이다. “아이들은 아무런 필터 없이 이 사랑을 받아들이며 몰입한다. 반면 현실에서 상대의 연봉과 외양과 집안 등을 사랑의 조건으로 간주하던 어른들은 잊고 있었던 호기심과 향수에 빠지게 된다”(SAMG엔터)는 것이다. 아이와 함께 극장과 공연장에 온 어른들은 “로미는 왜 하츄핑을 좋아하는 거야?”라며 도리어 아이들에게 묻는다. 아이들은 답한다. “엄마랑 아빠도 저렇게 첫눈에 반했던 거 아니야?” 이처럼 “어른들의 마음을 건드릴 수 있는, 아이를 데리고 왔다가 부모가 울고 가는 작품”(SAMG엔터)으로 <사랑의 하츄핑>은 철저히 설계됐다.
한편 <캐치! 티니핑> IP의 중핵은 캐릭터의 다양성, 각 캐릭터에 부여된 상세한 능력과 감정 기반에 있다. 현재 공개된 140~150종의 티니핑 캐릭터 중엔 사랑이란 감정을 모티프로 한 하츄핑을 비롯해 행복을 기반으로 한 ‘해핑’, 믿음을 캐릭터화한 ‘믿어핑’ 등이 있다. “<포켓몬스터> 등 이미 해외에선 성과를 거뒀던 수집형 콘텐츠의 수익모델을 참고”(SAMG엔터)한 것이다. “아이들이 친구들 사이에서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지에 대한 자아 찾기 욕구를 각종 핑에 대입하고, 점차 더 세계관에 빠져들게 되는 논리”(SAMG엔터)를 노렸다. 어른들에겐 속칭 ‘파산핑’으로 불릴 만큼 아이들의 끝없는 수집 욕구를 자극하는 전략을 취한 것이다. <사랑의 하츄핑>은 <캐치! 티니핑>이 제작 중이던 2010년대 후반부터 정립된 OSMU(원소스멀티유스) 전략의 일환이다. SAMG엔터는 <캐치! 티니핑> 시즌1의 방영 후반쯤 정리된 트렌드 지표와 2차 완구 시장에서의 판매량 등을 고려하여 극장판 제작을 결정했고, 기존에 진행하던 아동용 뮤지컬 <캐치! 티니핑>과 별개의 <사랑의 하츄핑> 뮤지컬까지 동시 제작에 착수했다.
슈퍼 IP가 된 <캐치! 티니핑>과 <사랑의 하츄핑>은 자체적인 완구 시장을 포섭하는 것은 물론 과자, 음료, 화장품 등 각종 품목에 대한 라이선스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애니메이션의 세계에 직접 들어가 IP를 체험할 수 있는 온오프라인 플랫폼을 마련해놓기도 했다. 글로벌 시장엔 국내시장과 1년 정도의 시차를 두고 IP 사업을 펼치고 있으며, 진출한 지 5년이 지난 중국 시장에선 2022년 100억원, 2023년 170억원, 2024년 200억원 이상의 IP 매출 신장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턴 일본, 러시아 시장을 공략하고 있으며 이후 유럽과 북미 시장에도 손을 뻗칠 계획이다. “오는 겨울쯤 극장판 <사랑의 하츄핑> 시즌2가 개봉할 예정이고 시즌3까지 제작이 계획”(SAMG엔터)돼 있다는 하츄핑의 하트가 어디까지 뻗칠 것인지 기대할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