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스 비트 Police Beat
로빈슨 드버 | 미국 | 2005년 | 81분 | 시네마스케이프
백인 여자친구가 다른 남자와 캠핑을 떠난 뒤, 세네갈 출신의 흑인 경찰 Z는 익사체와 죽은 새, 살해 당한 누군가의 시체를 처리하고, 정신 나간 노인을 바다에서 끌어내는 등의 일상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가운데 강박적으로 여자친구의 배신을 상상한다. 연락이 두절된 여자친구는 며칠 만에 메시지를 남기며 여행이 즐겁다거나 여행을 연장한다는 소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고, Z의 세상은 그녀의 말 한마디에 밝아지거나 암흑 속에 잠긴다.
범죄를 다룬 동명 칼럼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폴리스 비트>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그 소재와 결과물의 간극이 빚어내는 이질성이다. 서로 다른 것들이 충돌하는 매력은 영화 전체를 관통한다. 에릭 사티의 피아노곡과 에이펙스 트윈의 일렉트로니카가 공존하고, 대낮의 노상강도나 극악한 살해현장이 뮤직비디오처럼 묘사된다. 유유자적 자전거를 타고 창백한 바닷가 도시 시애틀을 순찰하는 Z는 두 가지 언어를 구사한다. 직업적이고 일상적인 대화는 영어로 이어지지만, 그의 속내를 드러내는 내레이션(“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너는 나를 버리는 것일까”)은 그의 고향말로 표현된다. 때때로 Z의 몽환적인 현실과 실감나는 악몽은 서로 자리를 바꾸는 편이 어울리는 듯 여겨진다. 균질하지 않은 그 일상의 단면이 사뭇 현실적이다.
<폴리스 비트>는 일찌기 본 적 없는 기이한 이민자 영화로 기록될 것이다. 백인들의 댄스 파티에 홀로 참석한 Z의 뻘쭘한 상황, “이 나라에서 살아야 하나?”와 같은 Z의 내레이션은 미국문화에 동화되지 못하고 심드렁한 꿈처럼 주위를 바라보는 그의 향수병을 복합적으로 보여준다. 로빈슨 드버 감독의 첫장편 <우먼체이서>과 <폴리스 비트>는 모두 선댄스 영화제에서 상영됐으며, <폴리스 비트>는 지난해 필름 코멘트가 꼽은 ‘최고의 미개봉작’중 한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