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소식]
아버지 리트윅 가탁의 회고전 찾은 리타반 가탁 감독
2006-04-29
글 : 이영진
사진 : 이혜정
“그는 또다른 에이젠슈타인이었다”

“정말 많이 닮았다고? 모르겠는데.”리타반 가탁(43)은 올해의 회고전 주인공으로 샤티야지트 레이, 므리날 센과 함께 인도영화의 삼두마차로 불리는 거장 리트윅 가탁의 아들이다. 인터뷰 첫머리에 데일리에 실린 젊었을 적 아버지 사진을 슬쩍 내밀었는데 별 관심이 없다는 듯 딴청을 부린다. 아들로서 ‘아버지’리트윅에 대한 회고는 하고 싶지 않은 것일까. 비슷한 질문은 모두 단답으로 끊어낸다. 다소 썰렁한 인터뷰를 반전시킨 건 ‘감독’ 리트윅에 관한 질문. “그가 영화를 만들기 시작한 때는 혼란의 시대였다. 인도는 갓 독립을 했지만, 이내 뱅골 분리로 지역간 살육이 벌어졌다. 그는 4천만명이 죽었던 그 질곡의 시대를 외면하지 않고 자신의 영화에 그렸다. 그는 그저 고통을 보여주는데서 그치지 않았다. <구름에 가린 별>(1960)을 혹시 봤나? 그는 그 고통을 소재로만 차용하지 않는다.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만들었고, 또 미적 형식을 개척해냈다. 그는 분명 또다른 에이젠슈타인이었다.”

8편의 다큐멘터리를 연출한 감독이기도 한 리타반은 10살때 리트윅의 유작 <추리, 토론 그리고 이야기>(1974)에 출연하기도 했다. 당시 “알코올 중독에 빠져 있었고 극도의 빈곤에 시달리던”리트윅이었지만, 그는 먼 훗날 감독이 될 아들에게 “편집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르고서 카메라를 절대로 들면 안된다”는 뼈아픈 조언을 남겼다. “<티타시라 불리는 강>을 찍으면서 그는 나를 데리고 편집실을 다녔는데, 어린 나이에도 편집이 뭔지 대강 알겠더라. 그래서 <추리…> 때 어떻게 장면을 이어붙일까 암브로시아를 홀짝이며 며칠씩 고민하는 그에게 ‘6프레임 정도 끊어내면 되겠네’ 하고 참견했다가 얻어맞았다. 처음이자 마지막 구타 때문에 편집의 중요성을 알게 된 셈이다.(웃음)”관객으로서 그가 첫손에 꼽는 작품은 <감상적 오류>. “보잘 것 없는 앙상한 이야기를 갖고서 외려 영화적 언어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줬다”며 거장의 내공을 맛보기에 더없다고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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