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혼란스럽고 열정적이었던 시대의 한복판, <평범한 연인들>
2006-04-29
글 : 오정연

평범한 연인들 Regular Lovers
필립 가렐/ 프랑스/ 2005년/ 178분/ 시네마 스케이프

68혁명은 프랑스인, 혹은 유럽인들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을까. 1968년 5월에 파리의 거리에 섰고, 그 시기를 전후하여 영화를 만들기 시작한 필립 가렐의 카메라는 관객들을 혼란스럽고 열정적이었던 시대의 한복판으로 이끈다. 새로운 세상이 가능하다고 믿었던 그날 이후. 어떤 이들은 영화에 투신했고, 어떤 이들은 시와 미술을 탐닉했다. 자신이 실제 68혁명 당시 찍었던 필름을 다큐멘터리처럼 재현한 감독은 혁명의 열기와 뒤이어 이어지는 차가운 현실을 경험하면서 변해가는 두 쌍의 연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물론 3시간에 육박하는 러닝타임을 견디는 것은 실로 도전이라 할 만하다. <야성적 순수> 등의 전작을 통해서 누벨바그의 적자임을 자임해 온 필림 가렐의 화법은 감각적이라기보다는 완고하다. 흑백화면은 표현주의와 누벨바그를 넘나들고, 단조로운 피아노 선율과 담담한 인물의 대사가 리듬을 형성하며, 거리에선 전경과 대치하고 밀폐된 방 안에서 아편을 탐하는 일상의 대조가 몽환적이다. 그들이 꾸는 꿈은 68혁명을 낭만적으로 회고한 베르톨루치의 <몽상가들> 속 주인공의 (허황된) 꿈과 비교하면 환멸에 가깝다. <몽상가들>에서 발칙하다기보다는 퇴폐적이고 무기력한 주인공을 연기했던 루이스 가렐은 이 영화에서 또다시 혁명의 초상이 됐다. 그가 연기한 프랑소와는 시인을 꿈꾸며 병역을 거부하고, 여자친구가 다른 남자와 자더라도 그것은 개인의 자유라고 말하는 등 이성과 욕망 사이에서 갈등한다. 루이스 가렐은 필립 가렐의 친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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