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죄의식에 사로잡힌 ‘세’ 커플의 기이한 고백록, <어둠 속의 심장박동>
2006-04-30
글 : 이영진

어둠 속의 심장박동 Heart, Beating in the Dark
나가사키 슌이치 | 일본 | 2005년 | 104분

두근거리는 죄의식에 사로잡힌 ‘세’ 커플의 기이한 고백록. 한때 연인이었던 링고와 이나코는 23년 만에 중년이 되어 다시 만난다. 잊고 살았다지만, 두 사람에겐 지울 수 없는 과거의 악몽이 있다. 그리고 젊은 부부 토루와 유키. 두 사람 또한 과거의 링고와 이나코가 그러했듯이, 똑같은 이유로 경찰의 수배를 피해 도주 중이다. 갑자기 치밀어오른 두려움과 좀처럼 떼내지 못하는 불안에 떨며 섹스를 거듭하는 두 커플은 결국 바닷가를 찾게 되고, 그곳에서 조우한다. 마지막 커플은 23년 전 링고와 이나코. 나가사키 슌이치가 1982년에 만든 동명영화의 리메이크작이고 후속작이기도 한 <어둠 속의 심장박동>은 과거 오리지널 필름을 여러 차례 삽입해 두 커플이 억누르고 싶어하는 죄의식의 단면을 젊은 날의 링고와 이나코를 통해 보여준다. “우리는 인생의 어떤 것을 되돌릴 수 없다. 그러나 또 다른 기회가 있다면 그것을 붙잡으려고 할 것이다”라는 말로 리메이크를 받아들인 감독처럼, 배우들 또한 만회의 기회를 쥐고자 애쓴다(메이킹 다큐멘터리의 형식도 취한다. 원작의 링고와 이나코를 연기했던 두 배우가 실제 중년 커플로 나온다). 극중에서 링고가 과거의 자신이기도 한 토루를 만나면 실컷 패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나이토. 하지만 결국 그는 주먹을 날리지 못한다. 거부하지도 받아들이지도 못하는 과거, 그것은 떠안고 가는 수밖에 없는 것인가. 독특한 형식미가 묘한 매력과 다층적인 의미를 빚어내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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