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추얼 어프리시에이션 Mutual Appreciation
앤드류 부잘스키/ 인도/ 2005년/ 109분/ 인디비전
자신만의 리듬을 이해해 줄 밴드 드러머를 구하기 위해 뉴욕을 찾은 앨런의 표정은 시종일관 심드렁하다. 처음보는 라디오 DJ와 하룻밤을 보낸 뒤 맺게되는 관계는 어정쩡하고, 얹혀사는 오랜 친구 로렌스의 애인 앨리에게 심각한 감정을 가지고는 있지만 제대로 그것을 표현할 생각도 없어보이며, 취직을 닥달하는 아버지에게는 믿음직스런 대답을 내놓을 수 없지만 음악을 향한 열정이라고 그리 대단해 보이지도 않는다. 극중 인물인 로렌스로 직접 출연하여 능청스런 연기를 선보인 앤드류 부잘스키 감독은 부스스한 헤어스타일 만큼이나 우유부단하고 열없는 앨런의 행보가 어정쩡한 상호이해, 혹은 상호존중(mutual appreciation)으로 마무리되기까지의 과정을 흑백 화면에 담았다.
데뷔작 <퍼니 하 하>(2002)를 만든 이래, 현재 미국독립영화계에서 평단의 가장 큰 주목을 받는 감독 중 한 명으로 떠오른 앤드류 부잘스키는 두번째 장편 <뮤추얼 어프리이세이션>을 통해 뉴욕 젊은이들의 색다른 방식으로 그려냈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관객들은 카메라가 침대 위에 누워 대화하는 두 남녀 사이에 위치해 있음을 알게 된다. 이후 연결되는 대부분의 신 역시 장면과 시간의 전환을 설명하려 들지 않는다. 때때로 같은 공간에 있던 상대방을 향한 반응샷인 줄 알았던 것이 전혀 다른 시공간에서 벌어지는 대화임이 밝혀지는 혼란도 감수해야 한다. 잠시 졸았던 것이 아니라 불친절한 장면 전환임을 깨닫기를 몇차례, 어느 순간 우리는 이 영화의 리듬에 적응하게 된다. 좁은 아파트에서 라디오 스튜디오로, 술집에서 사무실로. 뉴욕의 거리에 눈길을 두지 않고 좁은 공간만을 고집스럽게 이동하는 카메라에 비친 등장인물들은 제대로 관계를 맺거나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어 보인다. 폐쇄 공간을 전전하며 끝없이 대화를 나누면서도 관계의 근본에는 닿지 못하는 장애. 그것이 바로 대도시 젊음의 불치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