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변신의 여신 샤를리즈 테론 [3]
2006-05-10
글 : 이종도
당찬 여인, 그녀의 변신은 진행 중

우디 앨런의 <셀러브리티>(1998)에서 늘씬하고 황홀한 슈퍼모델로 나올 때의 샤를리즈 테론이야말로 그때까지 할리우드가 그녀에게 원하던 것이었다. “내 신체의 모든 것들이 에로틱한 쾌락을 주죠”라는 그녀의 말에 우리의 남자주인공은 그저 혀를 내밀며 헐떡거릴 수밖에 없다. 파티의 모든 남자들을 미치게 하는 관능적인 미인.

<사이더 하우스>
<이탈리안 잡>

<사이더 하우스>에서 호머 웰스(토비 맥과이어)는 캔디의 벗은 몸을 보며 고백한다. 호머 웰스는 아버지 노릇을 한 고아원 원장이자 병원 의사 윌버(마이클 케인)와 함께 중절수술을 수없이 많이 해봤으니 여자의 몸이야 얼마나 지긋지긋하게 보아왔겠는가. 호머 웰스는 이렇게 말한다. ‘너의 벗은 몸처럼 나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몸은 처음 봤다’. 이 고백은 <셀러브리티>의 주인공 리(케네스 브래너)의 고백과 일치한다. 남자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이 바로 자기 앞에 있는 것이다.

1995년 B급 영화에서 대사없이 3초간 나오는 역으로 처음 할리우드에 들어간 뒤 숱한 역을 맡았지만 변신의 여왕 샤를리즈 테론의 내공을 알아보는 사람은 없었다. <데블스 에드버킷>의 연약한 여인, <애스트로넛>의 가련한 이미지, <사이더 하우스>에서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전쟁에 나간 애인 대신 애인 친구의 팔에 안기는 여인, <레인디어 게임>의 팜므파탈, 낯선 남자에게 계약동거를 제안하는 당찬 모습의 신세대(<스위트 노벰버>) 등으로 줄기차게 변신했지만, 샤를리즈 테론은 여전히 자신의 모습을 보여줄 기회를 얻지 못했다.

할리우드 대작에서 샤를리즈 테론의 당찬 모습을 거의 처음으로 드러낸 영화가 <이탈리안 잡>이다. 아버지를 죽인 스티브(에드워드 노튼)에게 복수하는 스텔라 역이다. 도둑 9단 아버지 못지않은 금고 전문 기술자이자, 미니 쿠퍼로 지하철역 계단을 질주하는 운전솜씨의 소유자이자, 원수에게 강력한 훅을 날리는 강철 여인이다. 네덜란드어를 쓰는 고향에서 미국 TV를 보며 영어를 익히고, 최면술로 담배를 끊고, 8개월째 에이전트를 구하지 못해 가난에 시달리면서도 꿈을 잃지 않던 샤를리즈 테론의 원래 모습에 그나마 가장 가까운 역이었다.

<에스콰이어> 표지 사진

그의 이런 당찬 모습이 사실 그를 배우로 만들었다. 10년 전, 할리우드의 한 에이전트가 은행직원과 싸우던 샤를리즈 테론을 발견하면서 역사가 시작되었다. 그는 엄마가 송금해준 500달러를 은행에서 현금으로 인출해주지 않자 분노를 참지 못하고 대들던 당돌하고 건방진 소녀에게 자신의 명함을 건넸다.

열네살 때부터 모델로 활약했고, 무릎을 다쳐 그만두기는 했지만 유럽과 뉴욕에서 발레 무대에 선 177cm의 늘씬한 몸매와 빛나는 금발이 에이전트의 눈길을 붙잡았지만, 무엇보다 소녀의 내면에서 뿜어나오는 배짱이 마음에 들었다. <몬스터>에서 거들먹거림과 절망 사이를 오가는 괴물 같은 여자 에일린, <노스 컨츄리>에서 부드러우면서도 단호하게 자기 앞길을 헤쳐간 조시 에임스가 거기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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