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리포트]
[현지보고] 제59회 칸국제영화제 [2]
2006-05-22
글 : 이다혜
사진 : 서지형 (스틸기사)
<다빈치 코드>

무신론자를 위한 <해리 포터>인가

<다빈치 코드>, 대대적 홍보에도 불구하고 비판적 평가 대세

칸영화제 개막작인 <다빈치 코드>는 개막 전야, 5월16일 오후 8시30분에 드뷔시 상영관에서 세계 첫 시사회를 가졌다. 칸영화제 개막과 같은 주 금요일에 세계 동시 개봉하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5월16일 이전에는 언론 시사를 비롯한 어떠한 시사회도 갖지 않는 홍보 전략을 사용한 영화답게 시사회에는 많은 기자들이 몰렸다. 예상과 달리 <다빈치 코드>의 내용에 항의하는 대대적인 시위는 없었으며, 5월17일 개막식이 시작되기 전 한 수녀의 침묵시위만이 있었을 뿐이다.

동명의 원작 소설과 거의 동일하게 진행되는 <다빈치 코드>는 전형적인 할리우드 스릴러의 공식을 따랐다. 루브르 박물관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계기로 기호학자인 로버트 랭던과 살해된 루브르 큐레이터 소니에르의 손녀인 소피 느뵈가 암호를 풀어가면서 성배의 전설 뒤에 숨은 진실을 추적한다는 이야기가 파리와 런던 등지를 오가며 숨가쁘게 이어진다. <다빈치 코드>는 이전 칸영화제의 어떤 개막작보다 요란하게 등장했다. 론 하워드 감독과 톰 행크스, 오드리 토투를 비롯한 배우들, 그리고 영화 관계자들과 초대된 기자들이 런던에서 칸까지 10시간 동안, 다빈치 코드의 로고가 새겨진 유로스타 열차를 타고 와 칸 시장의 환대를 받았다는 소식을 현지 언론들은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상영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설치된, 영화 로고가 크게 씌어 있는 거대한 피라미드는 밤에 레이저광선을 쏘아올리며 블록버스터의 위용을 자랑했다.

영화에 대한 평가는 홍보 전략과 같은 영화 외적 요소들과 맞물려 호의적이지 않은 편이다. 5월17일에 발행된 <버라이어티> 칸 데일리에서는 “오랜 시간 비행기를 타고 갓 도착한 기자들은 영화를 리뷰할 수 있는 최상의 상태가 아니”라는 완곡한 표현으로 <다빈치 코드>를 평했다. 영화평론가인 올리비에 세귀레는 <리베라시옹>에 기고한 글에서 “흥행 운이 좋고 정직한 연출을 하는 감독인 론 하워드에 대해 편견을 가졌기 때문이 아니라 댄 브라운의 소설이 할리우드적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사실은 이미 예측 가능한 것이었다. (중략) <다빈치 코드>는 신을 믿지 않는 성인들을 위한 <해리 포터>다”라는 말로 <다빈치 코드>에 혹평을 퍼부었다. 대중적 무가지인 <메트로>에서도 “당신이 ‘여전히’ <다빈치 코드>를 봐야 하는 다섯 가지 이유”라는 기사에서 “600쪽짜리 책을 읽기는 귀찮지만 왜 다들 난리인지 궁금하다면”, “루브르를 볼 수 있으므로”와 같은 이유를 들면서 “바티칸마저 웃고 있다”고 실었다.

“논란을 일으키는 일은 건설적이다”

감독과 배우 인터뷰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하면서 중점을 둔 부분은.
=(론 하워드) 책을 읽은 사람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그리고 책을 읽지 않은 사람들은 스릴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이 영화는 후반작업에 공을 많이 들였는데, 영화 마지막에 비밀이 드러나는 부분에 신경을 썼다. 세계적으로 2만벌 정도의 프린트가 돌게 되니까 더더욱. 인터넷에서 영화에 대한 소문이 돌지 않도록 주의시키기도 했다.

-루브르 박물관 입구가 나오는 장면에서 모나리자 포스터가 등장한다. 그런데 모나(Mona)의 M이 두개로 보이는데 뭔가 숨겨둔 메시지가 있나.
=(론 하워드) 몰랐다. 당시 실제로 붙어 있던 포스터였고 우리가 바꾼 것은 없다.
=(톰 행크스) 아… 아! 음모인가!

-영화에 대해 논란이 많았다.
=(톰 행크스) 종교는 우리의 죄는 사라지게 해주지만 우리의 뇌가 사라지게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빈치 코드>는 다큐멘터리가 아니고 픽션이다.

-정말 예수가 결혼했을 거라고 믿는가.
=(론 하워드) 우리가 이 영화를 찍는 동안 온갖 종류의 이야기들이 터져나왔다. 누구나 자기 생각이 있겠지만 내가 생각한 결론을 여기서 이야기하지는 않겠다. 왜냐하면 그건 영화를 보고, 생각하고, 대화하면서 각자가 생각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책과 영화가 시사하는 것은 미스터리로 해석될 수 있는 요소가 분명히 존재하며 그 신비를 탐구하고 파헤치고 싶은 욕구가 인간에게 있다는 것이다.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건설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빈치 코드>는 종교적 관점과 엔터테인먼트의 관점에서 상반된 반응을 낳고 있다. 영화가 실제 역사를 혼동하게 할 수 있는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게 중론인데.
=(앨프리드 몰리나) 책은 책이고 픽션은 픽션이다. 영화나 책이나, 보고 싶은 사람은 볼 수 있고 보기 싫은 사람은 보지 않으면 되는 선택의 여지가 있다.
=(이안 매켈런) 책을 읽었을 때 나는 그 얘기를 완전히 믿었다. 꽤 그럴듯하게 써놓지 않았는가. 나는 예수가 결혼했을 것이라고 행복한 마음으로 믿고 싶은 사람이다. 가톨릭 교회는 동성애 문제로도 꼭 말썽을 일으키지 않나. 다행히 예수가 게이라고 주장하지는 않았군!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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