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치 포인트>와 <형사>, 조너선 리스 메이어스와 강동원, 도톰한 입술과 가는 입술. 물리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멀기만 한 것 같은 이 두개의 대립항. 이는 강동원을 알고, 그의 런웨이를 보았으며, <늑대의 유혹>을 관람한 대한민국의 누군가가 최근 개봉한 영화 <매치 포인트>와 <미션 임파서블3>을 보고 조너선 리스 메이어스의 <벨벳 골드마인>을 상기시킨 순간, 떠올릴 수 있는 수많은 단상 중 하나에 불과하다. 즉 블록버스터 영화가 전세계에 동시 개봉하고, 한 영화의 촬영과정이 홍보의 수단이 되는 2006년, 오늘에서야 가능한 뜬금없는 점프컷이라 해도 부정할 수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둘을 굳이 한자리에 초청한 이유는 <미션 임파서블3>라는 엄청난 블록버스터의 무게에도, 사형수의 초라한 의상(강동원은 현재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찍고 있고, 인터넷에 그의 스틸이 공개되어 있다)에도 결코 짖눌리지 않는 ‘입술의 미학’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글은 입술로 변주된 두 남자의 영화일기, 입술로 읽은 남자배우의 매력탐구다. 혹은 근육이라는 블록버스터 흐름을 거스르는 두 남자의 ‘입술 투쟁기’.
조너선 리스 메이어스_ <매치 포인트>의 한 장면, 테니스 강사 크리스(조너선 리스 메이어스)는 이미 약혼자가 있는 노라(스칼렛 요한슨)에게 ‘테이블테니스’로 접근한다. 탁구채를 쥐는 방법과 포즈를 설명하는 그는 라인이 그대로 드러난 하얀 유니폼을 입은 노라에게 다가가고, 영화는 잠시 섹시한 ‘타임오프’를 갖는다. 말 그대로 모든 게 정지된 것 같은 순간. 하지만 묘하게도 그 긴장의 흐름은 노라를 연기한 스칼렛 요한슨의 몸매보다 크리스를 연기한 조너선 리스 메이어스의 입술에서 흘러나온다. 수많은 여성들이 선호하는 도톰한 입술, 그것이 남성이라는 모체 안에서 발현될 때 이는 인간의 외모가 만들어낼 수 있는 또 하나의 새로운 아름다움을 형성한다. 남성의 미(美)란 결코 울룩불룩한 근육의 육중함만이 아니라는 사실이 여기서 다시 한번 입증되는 셈이다.
강동원_ <형사 Duelist>의 한 장면, 남순(하지원)과 골목 한복판에서 맞붙은 ‘슬픈 눈’(강동원)은 도무지 짐작할 수 없는 몸짓으로 사방을 두리번거린다. 칠흙 같은 머리와 깊이 숙인 고개, 그리고 그 안에서 살며시 드러나는 가는 입술. 모든 게 음악 같았던 영화에서 강동원의 입술은 마치 드럼을 가볍게 스치는 브러시 같았다. 굳게 다문 그의 입술은 몇마디 없었던 대사를 내뱉을 때마다 살며시 떨려왔고, 미세한 파동은 영화를 보는 내내 긴장을 놓지 못하게 했다. <형사>의 강동원은 ‘슬픈 눈’이 아니라 ‘가는 입술’로 말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