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입술의 미학, 조너선 리스 메이어스 vs 강동원 [2]
2006-05-30
글 : 정재혁

강동원, 순정만화 주인공 같은 가느다란 입술

사실 강동원의 입술은 그냥 지나치기 쉬운 존재일 수도 있다. 자신은 “졸린 눈”이라고 표현했지만, 그에겐 눈이 가장 큰 매력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그윽하거나 슬프거나, 혹은 심오한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는 듯한 순정만화 속 주인공의 눈동자. 하지만 그의 매력은 그레이 톤의 바탕색을 전제로 한다. 이는 최수종, 장동건의 쌍꺼풀 진한 눈에서부터 강동원, 주지훈의 가는 눈으로의 트렌드 이동을 설명하는 키컬러(Key-Color)이기도 하다. 그래서 강동원의 눈은 피부 톤, 코, 입술, 턱 등 얼굴의 거의 모든 부위와의 조화 속에서 존재를 완성한다. 여기서 그의 입술이(눈과의 관계에서) 다시 한번 중요해진다.

<늑대의 유혹>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늑대의 유혹>이 개봉한 2004년 당시, 상영관 내부의 분위기는 정말 특이했다. 중간고사를 마치고 교복바람에 극장 행차에 나선 여고생들은 강동원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연신 비명을 질러댔고, 곳곳에서 디카 플래시가 터졌다. 마치 순정만화 주인공을 접견하는 듯한 이들의 판타지는 강동원이라는 실물을 통해 극점에 다달았다. 그리고 다시 한번 입술. 강동원의 입술은 순정만화의 그것처럼 매우 가늘다. 이는 강동원을 현실에서 2cm쯤 떠 있는 캐릭터로 보이게 했다. 모든 게 흐릿해진 현실, <늑대의 유혹>은 여고생의 소설을 원작으로 그들의 판타지를 순정만화 톤으로 완벽하게 재현했다. 그리고 강동원, 그는 여고생 관객에게 완벽에 가까운 대체물이었다. 순정만화라는 장르로 채색된 강동원, 그리고 ‘파라다이스 키스’.

메이어스, 묘한 섹시함을 강조하는 도톰한 입술

순정만화 <파라다이스 키스>의 주인공 조지는 <벨벳 골드마인>의 조너선 리스 메이어스를 모델로 한 캐릭터다. 순정만화의 대가 야자와 아이의 작품인 이 만화는 디자이너 지망생 조지와 남자보다 자신의 미래를 우선하는 여자 유카리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 조지는 디자이너 지망생답게 매우 패셔너블한 매력남으로 그려진다. 패셔너블한 매력남, 여기서 중요한 건 만화작가 야자와 아이가 바라보는 조너선 리스 메이어스란 캐릭터다. 다시 말해, 그가 자신의 작품에 차용하는 메이어스라는 캐릭터의 변용. 그리고 그것이 만화 독자들에게 소구되는 방식과의 교차점. 만화 속 조지와 <벨벳 골드마인> 속 브라이언 슬레이드는 매우 다른 모습의 캐릭터다. 일단 조지에겐 1970년대 글램 록이 뿜어내는 특유의 우울함과 폐쇄적 뉘앙스가 없다. 야자와 아이는 자신의 만화에서 글램 록의 스타일만을 편식한다. 조너선 리스 메이어스란 배우의 매우 순정만화적인 사용법. 하지만 이는 일반 관객들이 조너선 리스 메이어스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와 일치한다. 즉 관객들은 영화관 문을 나서며 <벨벳 골드마인>의 무게감과 브라이언 슬레이드의 슬픔을 앉았던 자리에 놓고 나온다. 그들의 뇌리를 스치는 장면은, 아니 이미지는 여린 몸매의 메이어스가 뇌쇄적인 표정으로 마이크를 쥐고 있는 모습, 스키니 진을 입은 그의 다리 라인이다. 역시 이미지는 스토리보다 강한 법. <벨벳 골드마인>으로 그를 처음 만난 관객이 느끼는 매우 이상한 조너선 리스 메이어스, 순정만화 장르로서의 조너선 리스 메이어스.

<벨벳 골드마인>
<미션 임파서블3>

최근 개봉한 <미션 임파서블3>, 키워드는 다시 한번 입술이다. 액션스쿨이라도 졸업한 듯 보이는 조너선 리스 메이어스의 몸매는 액션배우의 그것과 비슷하다. 우람한 팔뚝과 날렵한 몸짓, 여기저기 튀는 총탄과 카 액션. 하지만 묘하게 섹시한 그의 매력은 벽돌 몇천장은 부수고도 남을 듯한 영화의 위력 속에서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아니, 오히려 블록버스터식으로 변주되어 더욱 묘한 방식으로 표출되고 있다. 도톰한 입술이 굵은 팔뚝과 만났을 때 생겨날 수 있는 묘한 어떤 것.

조너선 리스 메이어스의 남자 되기는 사실 훨씬 이전부터 시작되었다. <베니티페어>의 조지 대위, <알렉산더>의 카산데르가 있었고,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 <슈팅 라이크 베컴>의 축구 코치 조가 있었다. 남자아이라면 누구나 다 그렇듯이 그도 시간이 지나면서 소년에서 남자가 되어갔다. 하지만 그에게는 남자의 근육을 거부하는 매력이 공존한다. 아무리 테니스로 몸을 다지고(<매치 포인트>), 특수 정예요원으로 활약을 해도(<미션 임파서블3>), 그에게선 유약함에서 오는 중성적인 이미지의 잔향이 비친다. <마이클 콜린스>의 닐 조던 감독은 그를 가리켜 “마치 리틀 톰 크루즈를 보는 것과 같다”고 표현했지만, 그에겐 톰 크루즈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데이비드 보위의 뇌쇄적인 마스크가 존재한다. 전형적인 영웅이 되기를 거부하고 마초 남성의 단순함을 무화하는 매력. 조너선 라이 메이어스라는 이름 아래에서만 가능한 그 어떤 이미지.

남성의 전형성을 탈피하는 두 배우의 입술

이미지, 강동원은 캐릭터보다 이미지로 설명되는 배우다. 아직 그의 필모그래피가 풍성하지 않다는 점이 원인이기도 하겠지만 그는 작품 속 역할보다 자신의 이미지가 강한 배우다. 최근 <형사>에 이어 송해성 감독이 연출하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사형수 역까지 좀 더 남성적이고 현실적인 캐릭터에 접근해가고 있지만, 그의 트레이드 마크는 역시나 미소년, 순정만화, 그리고 이 단어에서 파생하는 유사어들이다. ‘소년, 남자가 되다’ 따위의 표현으론 섣불리 수식할 수가 없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어떤 여정처럼, 혹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무언가의 공정처럼. 강동원은 바로 이 미로 같은 표식들로 자신의 좌표를 드러내는 배우다. 다시 한번 점프 컷, 조너선 리스 메이어스의 도톰한 입술처럼, 강동원은 가는 입술, 그레이한 눈 혹은 ‘흐릿한 이미지’로 기존 남성 캐릭터들을 거스른다. 때로는 유약하고, 때로는 신비롭게, 그의 캐릭터는 경상도 남자의 사투리(<위풍당당 그녀>)와 투박스러움까지도 유화시키는 힘을 갖고 있다.

<매치 포인트>
<형사 Duelist>

강동원과 조너선 리스 메이어스, 애초 시작은 입술이었다. 영국의 한 저택에서 조선시대 장터로 이어지는 기묘한 이미지의 조합이거나 요상한 기억의 몽타주. 이들은 탱자와 오렌지만큼 다르지만 단맛과 쉰맛의 조화처럼 매우 잘 어울린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스틸이 공개되고, <매치 포인트>와 <미션 임파서블3>가 한달 간격으로 개봉한 2006년 한국에서만 가능한 조합, 이것이 입술로 보는 조너선 리스 메이어스와 강동원에 대한 도톰하고 가느다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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