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영화 vs 만화 천재열전 [1]
2006-05-29
글 : 김나형

찾아라! 영화·만화 속 천재들

국어 맞춤법도 틀리는 마당에 5개 국어, 6개 국어를 하는 애들이 있다. 많고 많은 연주가 중에 유독 청중의 심금을 울리는 애들이 있다. 공부로 1등 하는 걸로 모자라 운동, 음악, 당구 못하는 게 없는 애들도 있다. 주변에서 이런 이들과 마주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이들과 좀 엮어볼까 하여 눈에 등잔을 밝혀도 사실 잘 보이지 않는다(어째서인 거야? 여우 같은 것들이 다 채간 거냐?!). 천재들과 만나고 싶다면 가상의 세계로 눈을 돌리는 게 오히려 현실적이다. 천재들이 판치기로는 만화도 빼놓을 수 없다. 거기서는 천재들이 떼지어 다니는 것도 구경할 수 있고, 그들과 농담을 주고받는 친구가 된 듯한 기분을 맛볼 수도 있다. 그 중 몇명을 소개할 테니 원한다면 만남의 시간을 가져보시라.

이보다 더 위험할 수 없는 천재 과학자

<백 투 더 퓨쳐> vs <공상과학 대전>

<백 투 더 퓨쳐> 브라운 박사
에멧 브라운 박사는 괴짜 박사의 전형이다. 그를 창조한 것이 <개그콘서트>의 제니퍼라는, 기자 마음대로 속설이 있다. 올라프 백작(<레모니 스니캣의 위험한 대결>)과 아인슈타인을 적정 비율로 섞어 보시라. 닮았잖아, 웃흥~! 올라프 백작(괴짜 사이코)+아인슈타인(박사)=브라운 박사(괴짜 사이코 박사)라는 점에서도 설득력이 있단 말이지. 어쨌거나 브라운 박사는 당시 수많은 초·중·고딩들에게 꿈과 희망을 떠안긴 존재다. 외딴 작업실에서 발명에 몰두하는 모습부터 간지가 좔좔 흐르는데다 ‘개 밥 주는 기계’류의 폼나고 쓸데없는 발명품을 만든 원조 세대이며, 무엇보다 타임머신(!!)을 발명한 박사 아닌가. 테러단체의 플루토늄이라도 일단 훔치고 보는 그의 과단성은 동행을 위험의 구렁텅이로 밀어넣기도 하지만 그까∼이꺼! 스릴 있잖아!

<공상과학 대전> 네코 야나기타 박사
각종 박사들이 공상과학계의 로망을 충족시키느라 분주할 때, 네코 야나기타 박사는 그 틈새시장을 공략했다. 생김새는 어떤 박사 못잖게 사이코스럽지만 그는 누구보다 이성적인 과학이론을 제시한다. 그는 ‘과학의 벽’을 부르짖으며, 괴수가 고지라처럼 거대화했다간 제곱으로 늘어난 단면적이 세제곱으로 늘어난 체중을 못 견뎌 그 자리에서 폭사한다는 둥, 울트라맨 같은 거대초인이 초음속으로 날아오면 그 충격파로 머리가 날아간다는 둥, 풀 속에서 물을 양쪽으로 가르며 발진하려 했다간 연료와 물의 밀도 차로 로켓이 물에 둥둥 뜬다는 둥 하며, 각종 SF물의 이상향을 확실히 분쇄해준다. 뭐 이런 무드없는 박사가 다 있냐고 화내기 전에 일단 읽어봐. 이 현실적인 공상과학만화는 어떤 허랑한 SF물보다 황당하고 웃기니까 말이다.

깜찍·발칙한 예술가들

<호로비츠를 위하여> vs <노다메 칸타빌레>

<호로비츠를 위하여> 경민
할머니와 함께 사는 동네 꼬마 경민은 200% 부랑아다. 동네 상가에 지수가 피아노 학원을 열자 첫날부터 경민의 테러가 시작된다. 이삿짐을 뒤져 메트로놈을 훔쳐가고 열심히 붙여놓은 홍보 전단을 싹 뜯어가 버리고 학원에 불쑥 들어와 난장판을 만들어 놓는 등 전술도 다양하다. 심드렁한 얼굴로 입 한번 벙끗하지 않는 용심은 가히 신공의 경지. 그런데 어라? 불룩 입을 내밀고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는 그의 손길이 심상치 않다. 엄마 말로는 절대음감이라지만 취객마냥 헛다리를 짚는 다른 아이들과는 다르다. 들은 음은 그대로 건반 위로 옮기고, 찬찬히 가르쳤더니 급속도로 일취월장한다. 이런 것이 피아노 신동? 놀이 공원에 함께 다녀왔더니 감상 포인트를 짚어내 작곡까지 하고! 어이, 어이, 네 포스의 정체를 밝혀봐.

<노다메 칸타빌레> 노다 메구치
천재소녀 노다메는 독특한 성격의 소유자다. 남의 도시락이건 말건 일단 먹어치우고 보자는 주의며, “샤워는 하루에 한번, 머리는 5일에 한번, 나 깨끗한 걸 좋아하거든요~♡”이라는 그녀. 노다메 사전에 청소란 없다. 그녀의 자취방은 빨래에서 버섯이 돋고, 먹다남은 밥에서 연어알이 부화하는 환상의 세계다. 이런 기벽의 소유자가 야나기타 박사처럼 생겼다고 생각해보라. 아아, 그땐 정말 끝장인 거지…. 다행히 그녀에겐 독특한 귀여움이 있다. 노다메는 악보라곤 전혀 읽을 줄 모른다. 대신 아무리 어려운 곡이라도 한번 들으면 그 자리에서 곧 연주해버린다. 음을 빼먹고 박자를 무시하며 내키는 대로 치는 것이 노다메 스타일. 그러나 그 막무가내 연주 속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또 다른 천재 신이치 덕분에 노다메가 자신의 한계를 극복해간다는 스토리. 역시 사랑이란 좋은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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