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과 속편, 이 둘의 관계는 의외로 간단하지 않다. 흥행이 되면 속편을 제작할 순 있지만, 그렇게 제작한 속편이 흥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속편에선 아이템이 중요하다. 전편의 설정들을 새롭게 변주할 수 있는 아이템. <가문의 부활>과 <동갑내기 과외하기2>는 그런 의미에서 속편 제작의 가능성이 높이 제기됐던 영화들이다. 조폭과 가족, 청춘과 로맨스 등 이야기를 구성해낼 재료들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이제 막 촬영을 시작한 두 영화를 살짝 들여다보았다.
불량선생과 열혈제자의 한국어 과외기, <동갑내기 과외하기2>
시놉시스/ 재일동포인 준코(이청아)는 한국 대학생 정우성을 좋아해 그를 만나기 위해 한국으로 건너온다. 게스트하우스를 숙소로 잡은 준코는 주인 아들인 종만(박기웅)과 처음부터 티격태격이다. 아버지의 명령으로 어쩔 수 없이 준코에게 한국어 과외를 해줘야 하는 종만. 상황이 마음에 안 들기는 준코 역시 마찬가지다. 종만은 이상한 단어나 속담 등을 가르치며 준코를 놀려먹기에 여념이 없다. 한편 준코는 정우성을 찾으려 하지만 그는 이미 입대한 상황. 그 사이 둘은 과외를 통해 점점 친해진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정우성이 등장하고 준코가 종만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둘 사이는 묘해진다.
<동갑내기 과외하기>는 2003년 충무로에 인터넷 소설 붐을 불러일으킨 기폭제였다. <동갑내기 과외하기>의 예상치 못한 성공 뒤 <늑대의 유혹> <내 사랑 싸가지> 등 인터넷 소설을 원작으로 삼은 영화가 앞다투어 개봉했다. 하지만 <동갑내기 과외하기>의 흥행 비결을 그 기반이 인터넷 소설이라는 점에서만 찾을 수는 없다. 김하늘과 권상우라는 배우의 매력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 동갑내기 선생과 제자 역으로 돌풍을 일으켰던 김하늘과 권상우는 뒤에 각각 <그녀를 믿지 마세요> <말죽거리 잔혹사>를 흥행시켰고 올해 개봉한 <청춘만화>에서 다시 짝이 되기도 했다.
속편 <동갑내기 과외하기2>는 인터넷 소설을 모태로 하지 않는다. 게다가 주인공도 김하늘, 권상우에 비해 얼굴이 덜 알려진 이청아, 박기웅이다. 반면 전편이 당시 마흔세살의 신인 감독을 기용한 것처럼 감독 기용에 파격을 취한 것은 닮은 꼴이다. 두 명의 신인 감독이 <동갑내기 과외하기2>의 공동 연출을 맡은 것. <동갑내기 과외하기> <황산벌> <왕의 남자> 등에서 촬영을 담당했던 지길웅 감독은 촬영에 힘을 쏟을 예정이고, <닥터봉> <리허설>에서 연출부, <패자부활전>에서 조감독으로 일한 경력이 있는 김호정 감독은 배우의 연기와 전체 구도를 책임질 것이다.
<동갑내기 과외하기2>의 공동 연출을 맡은 김호정 감독은 “1편에서는 공부하기 싫어하는 불량학생과 똑똑한 선생이 등장했는데 2편에서는 1편의 관계가 역전된다. 선생이 과외를 귀찮아하는 반면 학생은 공부에 대한 열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 했다. 선생과 학생의 캐릭터가 뒤바뀐 것이 1편을 본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할 것이라는 얘기. 또한 2편에서는 등장 인물들 사이의 문화적 충돌에서 파생되는 유머가 중심이 될 예정이다. 여자주인공을 한국말을 못하는 재일동포로 설정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일부러 오버하는 코미디는 싫다. 우리가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하는 소소한 행동들이 영화적 재미를 가져다줄 것이다.” 김호정 감독은 2편이 “생활 속에서 우러나는 유머를 담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호정 감독은 이청아, 박기웅이라는 두 배우의 가능성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시나리오를 마음에 들어했던 이청아는 극중 캐릭터가 지닌 똑 부러지는 성격에 어울려 캐스팅됐다. 김호정 감독은 “이청아가 어리버리한 이미지로 알려져 있는데 실은 무척 똑똑한 친구”라며 “관객이 이청아를 보고 ‘어, 누구지?’라는 반응을 보일 정도로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고 말했다. 박기웅은 <싸움의 기술>에 출연, 두각을 드러내자 그때부터 제작사쪽에서 관심을 기울였던 경우. 이후 휴대전화 광고로 뜨자 바로 주인공으로 낙점됐다.
영화의 웃음을 책임질 코믹 캐릭터 3인방
코믹한 영화에는 으레 웃기는 주변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동갑내기 과외하기2>는 관객의 폭소를 자아내기 위해 풍기, 문란, 조지라는 코믹 캐릭터 3인방을 준비했다. 남녀주인공의 팽팽한 갈등을 축으로 삼은 1편과 달리 주변 캐릭터를 강화해 재미를 주려는 것. 그중 풍기와 문란은 종만의 친구로 등장, 준코를 좋아하게 되면서 그녀에게 갖은 아양을 떠는 인물들. 이름부터 각각 ‘선풍기’, ‘성문란’으로 범상치 않다. 조지는 외국인 특유의 서툰 한국말로 재일동포 이청아와 콤비를 이룰 예정. SBS <잘먹고 잘사는 법>이라는 프로그램 중 ‘팔도유람’이라는 꼭지에 나온 줄리안을 캐스팅했다. 김호정 감독은 “줄리안은 남자인데도 말투가 (쇼프로그램에 자주 나오는) 이다도시 같다. 한국말을 하는 외국인이 주는 특별한 재미를 선사할 것”이라고 했다.
조폭코미디에서 가족코미디로, 정용기 감독의 <가문의 부활>
시놉시스/ 눈물을 머금고 해단했던 백호파의 운명은 어떻게 됐을까. <가문의 위기-가문의 영광2>의 속편인 <가문의 부활>은 여기서 시작한다. 홍 회장 일가는 조직 생활을 접고 ‘엄니 손’ 김치 사업을 통해 새로운 가문의 활로를 개척한다. 과거에 요리라면 한 솜씨 했던 홍덕자는 김치 사업을 시작하고, ‘엄니 손’ 김치는 한류 바람을 타고 탄탄대로를 걷는다. 한편 전편에서 철창 신세로 막을 내렸던 명필(공형진)은 석방 뒤 인재(신현준)에 대한 질투심으로 새로운 음모를 꾸미고, 홍 회장 일가는 다시 한번 위기에 처한다. 홍덕자 여사와 검사 며느리 진경, 못 말리는 삼형제가 다시 한번 힘을 합쳐 가문의 부활을 꿈꾸는데….
위기에 처했던 홍 회장 일가의 부활을 그릴 <가문의 부활>의 줄거리는 매우 간단하다. 하지만 그들이 어떤 방법으로 재기에 성공할지는 아직까지 공개되지 않은 사항. 연출을 맡은 정용기 감독은 “이 ‘어떻게’를 공개하는 것은 영화 <괴물>에서 괴물의 정체를 공개하는 것과 같다”며 말을 아낀다. 다만 <가문의 부활>은 조폭을 소재로 한 다른 어떤 영화보다 가족에 방점을 찍은 작품이 될 예정이다. “<가문의 위기…> 때보다 가족 이야기가 더 중요해진다. 아마 이번엔 조폭영화라고 부르지 못할 것이다. <가문의 위기…>와 함께 ‘가족 2부작’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정 감독은 밝힌다. ‘가문 시리즈’ 1편인 <가문의 영광>은 로맨틱코미디적 요소가 강한 작품이었다. 하지만 <가문의 위기…>는 주인공과 주요 설정들을 바꾸면서 코미디의 요소를 가족으로 옮겨왔다. 그리고 이번 3편에서는 홍덕자의 죽은 남편이 새롭게 등장하면서 가족의 중요성이 좀더 커질 예정이다. “위기에 처한 가문을 가족들이 어떻게 힘을 합쳐 일으키느냐가 중요하다.” 중년 배우 김용건이 연기할 이 캐릭터는 주로 과거 회상신에만 등장할 예정이지만, 그는 이후 가족들의 정신적 지주로 기능한다.
스토리, 캐릭터, 출연배우 그리고 심지어 카메오까지 전편에서 그대로 가져오는 <가문의 부활>은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도 놓치지 않을 예정이다. “며느리 잘못 들이면 집안이 망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건 여성 비하적인 발언이다. 실제로 <가문의 위기…> 때는 며느리 때문에 가문이 위기까지 갔지만, 나는 이것이 진짜 위기인지 묻고 싶었다. 이번에는 남자들이 망쳐놓은 것들을 여자들이 해결해나가는 모습을 그릴 예정이다.” 그런 의미에서 성적인 유머도 삽입된다. “2편에서 남근을 비트는 장면은 단순한 웃음거리만은 아니었다. 사람들은 성적인 것과 관련해서 자신에게는 매우 관대하면서, 그것을 드러낼 때는 매우 엄격한 것 같다. 이런 부분들을 나는 그대로 드러내고 싶다. 그렇다고 관객에게 뭘 가르치려는 건 아니다. 다만 드러내길 꺼려하는 것들을 솔직하게 보여주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정용기 감독은 <가문의 부활>에서는 남자 캐릭터보다 여자 캐릭터에 애착이 간다고 밝혔다.
<가문의 부활>의 액션은 어떨까. 감독은 “코미디 액션은 리얼하면 안 된다. 너무 심각한 액션이 전개되면, 코미디적 리듬에 방해가 될 수 있다. 화려하고 코믹한 리듬을 갖는, 그냥 웃으면서 볼 수 있는 액션을 연출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렇다고 액션의 규모가 작아지는 건 아니다. 홍덕자 여사 역의 김수미는 와이어 액션에 도전한다고 밝혔고, 진경 역의 김원희도 화끈한 액션신을 준비하고 있다. 정 감독도 전편에 비해 액션의 비중이 늘어날 것이라고 밝힌다. 5월30일 크랭크인한 <가문의 부활>은 서울과 대전을 배경으로 8월까지 촬영할 예정이다.
중년배우 김용건의 여러 얼굴
못 말리는 삼형제 캐릭터의 종합선물세트 버전. 새롭게 등장할 홍덕자 여사의 죽은 남편 역은 이렇게 설명된다. 싸움은 잘하지만 사랑엔 능숙하지 못한 첫째 인재(신현준), 싸움도 못하면서 여자만 밝히는 둘째 석재(탁재훈), 힘만 앞세우는 불도저 셋째 경재(임형준)가 골고루 섞여 있는 식이다. 김용건이 연기할 이 역할은 이미 죽은 몸이라 회상장면에서만 나오지만 내용상 비중은 꽤 크다고. 정용기 감독은 “김용건씨는 주로 TV에 많이 나와서, 어느 정도 낯선 느낌이 있다. 코믹하게 망가지는 이미지부터 근사한 느낌까지 여러 느낌을 끌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홍 회장인 김수미와의 알콩달콩한 결혼 생활도 그려질 예정이라고 하니, 중년 배우 김용건의 새로운 모습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