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브라이언 싱어와 <수퍼맨 리턴즈> [3]
2006-07-04
글 : 김송호 (익스트림무비 스탭)
지구를 지키는 슈퍼히어로, 슈퍼맨 히스토리

슈퍼맨이 처음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1938년 6월 ‘액션 코믹스’ 제1호의 지면에서였다. 미국 국기를 기초로 한 청색과 적색 위주의 심플하면서도 돋보이는 복장, 말 그대로 ‘초인’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강력한 힘, 그리고 출애굽기의 모세에 비견되는 극적인 탄생 이야기의 주인공인 슈퍼맨은 미국 대중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흥미로운 것은 최초의 슈퍼맨이 날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지금은 슈퍼맨의 가장 대표적인 초능력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초창기만 해도 장거리 도약이 전부였고 비행 능력은 1940년대 들어서야 도입되었다. 슈퍼맨의 높은 인기는 탄생 2년 만인 1940년 라디오 드라마를 시작으로 대중매체 전반으로 이식되기 시작했다. 라디오 드라마 <슈퍼맨>은 진실과 정의, 미국적 가치를 찾는 슈퍼맨의 모험담을 원작에 충실하게 그려 청취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보라! 저 하늘을! 그것은 새다! 비행기다! 슈퍼맨이다!’라는 유명한 카피가 바로 이 드라마에서 시작된 것. KKK단이 악당으로 등장, 사회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1941년에는 ‘뽀빠이’로 유명한 맥스 플라이셔와 데이비드 플라이셔에 의해 애니메이션 시리즈가 제작되었는데, 만화의 설정을 성실히 영상에 옮긴 것은 물론,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기법이었던 로토스코핑을 활용, 높은 기술적 완성도로 호평을 받았다. 1948년에는 커크 앨린 주연의 영화 시리얼이 제작됨으로써 첫 실사화가 이루어졌다. 극장판 영화는 크리스토퍼 리브 버전이 나오기 훨씬 전인 1951년 <슈퍼맨과 몰맨>이 만들어졌는데, 흥행에 대성공을 거두어 TV시리즈 <슈퍼맨의 모험>으로 이어진다. 극장판과 TV시리즈 모두 조지 리브스가 슈퍼맨 역을 맡아 스타덤에 올랐으며, 슈퍼맨의 지명도를 미국은 물론 전세계로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1966년에는 은막을 벗어나 뮤지컬 <그것은 새다, 그것은 비행기다, 그것은 슈퍼맨이다>가 제작되어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되었다.

<슈퍼맨>(1978)
<슈퍼맨2>(1981)
<슈퍼맨3>(1983)
<슈퍼맨4>(1987)

1978년, ‘궁극의 슈퍼맨 실사판’ <슈퍼맨> 탄생

슈퍼맨의 대규모 극장용 장편영화는 SF-대작영화가 붐을 이룬 1970년대에 들어서야 현실화됐는데, 그 결과물이 바로 1978년에 공개된 리처드 도너 감독의 <슈퍼맨>이다. ‘궁극의 슈퍼맨 실사판이자 슈퍼 히어로영화의 영원한 전범’이라는 만장일치의 평을 받은 이 작품은 ‘당신도 사람이 날 수 있음을 믿게 될 것이다’라는 캐치 프레이즈에 걸맞게 정교한 시각효과로 슈퍼맨의 초인적 능력을 리얼하게 묘사, 영화의 매체적 특성을 최대한 살렸다. 또한 세계를 구하는 진지한 영웅 슈퍼맨과 어리숙한 신문기자 클라크 켄트의 명확한 대비를 통해 슈퍼히어로의 이중적인 면을 다루기도 했다. 이것은 훗날 팀 버튼의 <배트맨> 시리즈나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 맨> 시리즈 등을 통해 더욱 세련된 주제로 발전된다. <슈퍼맨>의 전세계적인 성공은 3편의 속편과 외전인 <슈퍼걸>의 제작을 촉진했지만, <슈퍼맨IV: 최강의 적>의 흥행 실패와 혹평은 20여년 가까이 장편영화의 제작을 불가능하게 했다. 그러나 관객은 상대적으로 제작 여건상 부담이 덜한 TV에서 슈퍼맨을 계속 만날 수 있었다. 1988년에는 슈퍼맨의 학창 시절을 경쾌하게 묘사한 시리즈 <슈퍼보이>가 4시즌 동안 방영되었으며, 1993년에는 한국 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로이스와 클라크: 슈퍼맨의 새로운 모험>이 제작되어 인기를 끌었다. 90년대 로맨틱코미디 붐이 반영된 이 시리즈는 메트로폴리스를 배경으로 로이스 레인과 클라크 켄트의 알콩달콩 연애담을 다루었다. 제목이 암시하듯 여기서의 슈퍼맨은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캐릭터로 취급되어, ‘슈퍼맨의 대리자아인 클라크 켄트’가 아닌 ‘클라크 켄트의 대리자아인 슈퍼맨’으로서 그려졌다. 최근 <위기의 주부들>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테리 해처가 로이스 레인을 연기했다는 점도 언급해둘 만하다. 1996년에는 <슈퍼맨 애니메이션 시리즈>가 방영되어 호평을 받았다. 슈퍼맨의 탄생 이야기를 새롭게 재구성했으며, 슈퍼맨 특유의 긍정적이고 밝은 세계관을 잘 살려 호쾌한 모험으로 가득한 멋진 모험담을 창조했다. 또한 슈퍼맨의 능력치를 다소 낮춤으로써 관객이 좀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영웅상을 만들기도 했다.

학창 시절 슈퍼맨의 성장기 <스몰빌>

<스몰빌>

2000년에는 전혀 새로운 슈퍼맨 시리즈인 <스몰빌>이 만들어졌다. ‘No flight, no tights’라는 독특한 원칙하에 슈퍼맨의 청년기를 그린 이 작품은 아직 슈퍼맨으로 완전히 각성하지 않은 상태의 클라크 켄트가 훗날 최대의 라이벌이 되는 렉스 루터와 친구였다는 흥미로운 설정을 취했다. 여기에 학창 시절 연인인 라나 랭과의 밀고 당기는 로맨스와 클라크가 점차 자신의 능력을 찾으며 성장하는 과정을 묘사함으로써 빨갛고 파란 옷 없이도 얼마든지 흥미로운 슈퍼맨 이야기가 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 프리퀄(전편)의 유행에 편승한 기획이기는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스몰빌>이 새로운 세대의 팬층을 형성했고 이들이 극장으로 달려가 <수퍼맨 리턴즈>를 보게 될 거라는 점이다. 슈퍼맨의 열렬한 팬으로 알려진 브라이언 싱어의 <수퍼맨 리턴즈>는 원작의 캐릭터와 1978년작 <슈퍼맨>에 대한 애정으로 빚어졌다. 예상과는 달리 이 영화에서는 슈퍼맨이 아니라 그를 둘러싼 세상이 변했다. 과연 70년 넘는 역사를 가진 이 ‘강철 사나이’가 격변하는 21세기에 자신이 있을 곳을 찾을 수 있을까?

공동작가 마이클 도허티, 댄 해리스

“슈퍼맨은 결점없는 영웅이며, 모든 슈퍼히어로의 시초다”

LA=황수진/ 자유기고가

마이클 도허티와 댄 해리스는 둘 다 자그마한 체구에 20대 초·중반의 앳된 얼굴을 하고 있지만 전작 <엑스맨2>의 성공으로 <버라이어티>의 ‘주목할 만한 10명의 시나리오 작가’로 선정된 할리우드의 유망주들이다. 도허티는 쾌활하고 해리스는 수줍어보였지만 일단 영화로 화제가 옮겨가자 호흡이 착착 맞는다. 이들은 감독인 브라이언 싱어와 함께 슈퍼맨 코믹북 작업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리메이크가 아닌 속편으로 접근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이를테면 슈퍼맨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도 가능할 것 같은데….
=(마이클 도허티) 78년 오리지널 <슈퍼맨>에서 슈퍼맨의 기원은 이미 충분히 다루어졌다고 생각했다. 어떤 이야기가 단순히 오래됐다는 이유만으로 새로운 기원을 가진 리메이크를 만들어야 할 필요는 없다. 특히나 오늘날의 영화는 좀더 긴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조지 루카스는 <스타워즈>를 매번 리메이크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장(章)을 덧붙인다.
=(댄 해리스) 게다가 슈퍼맨의 어린 시절을 다룬 <스몰빌>이라는 TV시리즈가 있기 때문에 우리까지 슈퍼맨의 또 다른 기원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면 오리지널 버전까지 포함해 세 가지 버전이 생겨 관객이 혼란을 일으킬 염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5년 공백기 이후에 다시 등장한 슈퍼맨이라는 설정을 택하게 된 이유는.
=(마이클 도허티) 슈퍼맨은 허구적 세계뿐만 아니라 실제 우리 삶에서도 한동안 사라졌다고 볼 수 있다. 영화가 오랫동안 실종된 슈퍼맨의 재등장과 함께 시작되면 관객이 이야기를 좀더 즉각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슈퍼맨처럼 이미 기존의 역사가 있는 캐릭터에 대한 글쓰기는 어떤가.
=(댄 해리스) <엑스맨2> 작업을 하면서 그 부분에 대해 많이 배웠다. 슈퍼맨의 경우 오랫동안 수많은 작가들이 여러 장르를 통해 때로는 다른 방식으로 그를 묘사해왔지만 캐릭터의 기본은 변한 적이 없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크리스터퍼 리브의 슈퍼맨 캐릭터를 기본으로 삼고 작업했다.

-<수퍼맨 리턴즈>의 배경은 어느 시대를 염두에 두었나? 언뜻 보기에는 40∼50년대로 보이기도 하는데.
=(댄 해리스) 우리가 그린 건 분명히 현대사회다. 로이스 레인이라는 캐릭터만 해도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혼자 낳아 키우면서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가는 여성으로 그려진다. 그리고 휴대폰이나 평면TV도 있지 않나. (웃음) 그러나 40년대와 50년대의 로맨티시즘에 대한 향수가 영화 곳곳에서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감독과 프로덕션디자이너 가이 다이어스는 40, 50년대 요소를 내재한 현대라는, 초시대적 판타지 세계를 의식적으로 그리고자 했던 것 같다.

-슈퍼맨이 역사 속에 등장한 지 60년이 넘었고 이후 많은 슈퍼히어로들이 나왔다. 슈퍼맨과 같이 다소 단순한 구식 영웅이 오늘날 젊은 세대에게 이전과 같은 호소력을 가질 수 있다고 보나.
=(마이클 도허티) 종종 8살 난 조카에게서 슈퍼맨 티셔츠를 입고 찍은 사진을 이메일을 통해 받곤 한다. 거리에 나가면 슈퍼맨 의상을 입고, 슈퍼맨 문신을 새긴 젊은이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슈퍼맨에 대한 전세계적인 기묘한 무엇인가가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댄 해리스) 슈퍼맨은 현실의 때가 묻지 않았다. 복수심 때문에 싸우지도 않는다. 배트맨이나 엑스맨에서 보이는 캐릭터의 어두운 면모가 확실히 그들을 매력적이고 현실적인 존재로 만든다는 점에 동의한다. 하지만 동시에 그 매력은 그들의 결점이기도 하다. 슈퍼맨은 다르다.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다른 영웅처럼 괴롭다고 자신의 의무를 내던져버리는 경우도 없다. 그는 결점없는 영웅이다. 오로지 남을 위해 자신이 가진 힘을 사용하는 역할 모델을 충실히 수행한다. 그에게 모호함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바로 이러한 단순한 절대선이 다소 구식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오늘날 같은 사회에 더 매력으로 작용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사실 하나, 슈퍼맨은 이 모든 슈퍼히어로의 시초다.

-어떤 시각에서는 슈퍼맨을 예수의 메타포로 여기기도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댄 해리스)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슈퍼맨에는 모세와 예수로서의 원형적 이미지가 적당히 혼합되어 있다. LA= 황수진/ 자유기고가

슈퍼맨 역 브랜든 라우스 인터뷰

“슈퍼맨 없는 어린 시절은 상상하기 힘들다”

LA=황수진/ 자유기고가

188cm의 건장한 체격, 선량한 인상의 2006년 슈퍼맨 브랜든 라우스. 몇편의 TV시리즈에 잠시 얼굴을 내민 적은 있지만, 영화는 처음이라는 그의 목소리는 개봉과 관련된 행사 때문에 잠겨 있었지만, 딱 붙는 슈퍼맨 슈트를 입고 촬영하던 때보다는 훨씬 수월하다며 웃어보였다.

-크리스토퍼 리브와 닮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을 것 같은데.
=슈퍼맨의 열성팬이었던 내 첫 매니저는 처음 만난 날 내가 리브와 닮았다고 했다. 바로 그 점이 나와 계약을 하게 이유 중 하나였던 것 같다.

-처음 슈퍼맨 슈트를 입었을 때 소감이 어땠나.
=슈퍼맨 슈트를 입은 채 테스트 촬영을 했는데 너무 어색했다. 내 주위를 빙 둘러싸고는 나를 가리키며 이야기를 나누는데 너무 난감했다.

-너무 선하고 결점이 없어서 현실과 동떨어진 캐릭터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분명히 슈퍼맨은 결함을 가진 다른 슈퍼 영웅들과 궤를 달리하지만, 적어도 이 영화에서 그는 누구에게서도 배운 적이 없는, 사랑이라는 내면적 감정과 대면하게 된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어떻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지, 성인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등을 고민한다.

-슈퍼맨은 존재감이 없는 ‘범생이’ 같은 클라크 켄트의 면모도 갖고 있다. 본인의 과거는 어느 쪽인가.
=클라크 켄트쪽이다. 고교 시절 음악, 연극, 스포츠 등의 활동을 했지만 특별히 인기는 없었다. 대학에 가서야 여자들이 나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미국에는 중서부 문화가 상징하는 이상적인 이미지가 있다. 슈퍼맨과 같은 지방 출신이라고 들었는데.
=글쎄, 이른바 ‘중서부적 가치’가 존재하는 것 같긴 하지만 정확히 무엇을 가리키는지는 모르겠다. 굳이 따지자면, 모두가 서로를 존중하고 이웃에 친절하다든지, 매사에 약간은 뒤로 물러선 여유있는 삶을영위하는 점 정도? 자그마한 마을에서 자랐기 때문에 좀더 여유가 있고, 새로운 것들에 대해 더 신기해하고, 좀더 열린 자세를가지게 된 것 같다. 대도시에서는 새로운 일들이 일어나도 당연하게 여기거나, 쉽게 지쳐버리게 되는 것 같다.

-<수퍼맨 리턴즈>에 출연하게 된 뒤 일상생활에 변화가 생겼다면.
=예전에는 쉽게 할 수 있었던 일들이 이제는 그렇지가 않다. 그래도 고향에서는 다들 좋아한다.

-본인에게 슈퍼맨은 어떤 존재인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 (웃음) 나는 오리지널 <슈퍼맨>이 개봉한 지 1년 뒤인 1979년에 태어났다. 슈퍼맨 파자마를 입은 나를 어머니가 안고 있는 사진도 있다. 슈퍼맨이 없는 내 어린 시절은 상상하기가 힘들다. 그는 모든 일에 긍정적이고, 나 자신 이외의 세상을 늘 인지하고 있다. 슈퍼맨처럼 우리 부모도 한때 이주자였다. LA= 황수진/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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