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격돌! 마블 코믹스 vs DC 코믹스 [1]
2006-07-11
글 : 신민경 (자유기고가)

아드레날린 과다 분비로 몽롱하게 살았던 지난 한달. 아쉽게도 대한민국의 붉은 파워는 강호의 고수들 앞에서 무너졌지만, 진짜 명승부는 그 뒤부터 이어졌다. 올스타의 화려한 플레이, 그야말로 축구다운 축구를 보는 것. 그렇다. 월드컵의 묘미는 바로 그린 카펫에 입장한 스타들을 지켜보는 것이다. 이제 7월9일 3, 4위전과 7월10일 대망의 결승전만 남겨둔 상황. 하여 월드컵도 끝나가고 올 여름 극장가에는 최강의 슈퍼 히어로들이 정체를 드러낸 마당인데, 슈퍼 히어로들의 가상 월드컵을 한번 치러보자는 뜬금없는 생각에 이르렀다. 장소도, 선수 선정도, 승자도 내 맘대로! 엑스맨의 고향 마블 코믹스와 슈퍼맨을 낳은 DC 코믹스 히어로들이 펼치는 월드컵 결승전 현장으로 가본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ME방송 캐스터 C-3PO입니다. 여기는 좀 있으면 최후의 전쟁, 2006 슈퍼 히어로 월드컵 결승전이 열릴 고담 경기장입니다. 오늘 경기에서는 북미의 영원한 숙적, 마블 코믹스와 DC 코믹스가 우승 트로피를 걸고 싸울 예정인데요. 여러분께도 이 함성이 전달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지금 경기장 안팎은 양팀을 응원하는 관중의 뜨거운 열기로 가득합니다. 특별히 오늘 경기는 거친 몸싸움과 초능력 사용이 최대한 허용되기 때문에, 필드 주변에 보호막을 친 채 펼쳐지게 됩니다. 2002년 우승팀인 <소림축구> 팀을 꺾고 결승에 오른 마블 코믹스인가, 아니면 <스타워즈>의 제다이 군단과 박빙의 승부 끝에 올라온 DC 코믹스인가. 과연 2006 슈퍼 히어로 월드컵의 우승자는 누가 될지 한치도 예상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그럼 저는 잠시 뒤 명해설자 R2-D2를 모시고 다시 뵙겠습니다. 채널, 고정해주십시오.

[경기 전] 선수 입장

C-3PO | 지금 선수들이 경기장 안으로 입장하고 있습니다. 마블 팀은 골키퍼 스파이더맨이, DC 팀은 중앙공격수 슈퍼맨이 주장이군요. 양팀이 결승에 오르게 된 것은, 사실 두 선수의 빛나는 활약이 있었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R2-D2 | 네, 그렇습니다. 마블은 4강전에서 <소림축구> 팀과 승부차기까지 갔다가 5:4로 극적인 승리를 거뒀습니다. 그 유명한 회오리 슛의 주성치 선수조차 ‘거미손’ 스파이더맨 앞에서 무너지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DC는 슈퍼맨이 후반 37분, 벼락같은 슛으로 역전골을 터뜨려 우리 제다이 군단을 함락시켰었죠.

C-3PO | 아쉬운 결과였습니다만, 뭐 그래도 우리 전사들 아주 잘 싸워줬습니다. 사실 지난 나부 행성 월드컵 때 홈그라운드의 이점 아니었냐는 지적을 많이 받았었는데요. 이번 기회에 우리 팀의 저력을 확실하게 증명했습니다. 그나저나 마블과 DC는 오랜 세월 숙적이었던 만큼, 이번 경기가 더욱 흥미진진할 것 같습니다. 오늘의 관전 포인트를 말씀해주시죠.

R2-D2 | 네, 우선은 상당히 거친 플레이가 되겠습니다. 양팀의 화려한 스타 플레이가 속출할 것이고, 조직력 면에서도 팽팽한 승부를 보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DC 팀에는 슈퍼맨이나 배트맨, 원더우먼 같은 명장들이 포진해 있고요, 마블에는 <엑스맨> 출신의 선수들과 스파이더맨, 헐크 같은 젊고 패기만만한 선수들이 있습니다.

C-3PO | “명장은 늙어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말처럼 DC 팀의 경험 많은 선수들을 무시할 순 없겠지만, 아무래도 체력 면에서는 마블에 밀릴 수도 있겠군요.

R2-D2 | 네, 그렇습니다. 게다가 수도승 같은 사비에 감독이 이끄는 마블 군단은 환상의 팀워크를 보여주고 있는 반면, ‘악당’ 렉스 루더 감독의 ‘음모 사커’는 오히려 팀의 분열을 가져왔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 말하기 좀 그렇습니다만, 가뜩이나 DC 선수들이 좀 잘난 척하는 경향이 있지 않습니까? 하하.

C-3PO | 아~ 오늘의 주심은 <매트릭스>의 스미스 요원이 맡는군요. 두 선심 역시 복제된 스미스 요원입니다. 지금 주심의 휘슬이 울렸습니다! 경기 시작합니다!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는 아이스맨과 미스터 프리즈 선수!

[전반 15분] Marvel 0:0 DC

C-3PO | 초반부터 몸싸움이 대단하네요. 전반 15분, 지금 미드필드 진영에서 마블의 아이스맨과 DC의 미스터 프리즈가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는 바람에 기온이 점점 내려가고 있네요.

R2-D2 | 나이로 보면 미스터 프리즈가 한참 위지만, 젊은 아이스맨 선수 절대 밀리지 않습니다. 아이스맨은 <엑스맨> 때 처음 A매치에 참가한 선수고요, 미스터 프리즈는 <배트맨과 로빈> 출신입니다.

C-3PO | 기상이변을 일으켜 아이스맨 선수에게 힘을 실어주는 스톰! 이 기회를 틈타 DC의 조커가 웃음 독가스를 공중에 퍼뜨립니다.

R2-D2 | 저 독가스를 맞게 되면 웃으면서 죽어간다죠? 스톰의 공격을 역이용하는 조커 선수, 현명한 판단이었습니다. 하지만 초능력을 사용할 때는 주의해야 합니다. 미스터 프리즈 선수, 지금 자신의 욕심이 얼마나 동료 선수들에게 큰 피해를 입히는지 알아야 해요. 아마존 지역에 살던 원더우먼이 기온이 내려가자 상당히 움직임이 둔해지지 않았습니까.

C-3PO | 네, 그렇군요. 파워가 각양각색인 선수들과 한팀을 이루다 보니, 이런 문제가 다 생기는군요. 속공으로 몰고 가는 블레이드! 리들러의 눈속임 수비에 막히고 맙니다. 공을 가로채는 리들러, 왼쪽에 있던 슈퍼맨에게 가볍게 패스, 역습을 시작합니다! 망토를 날리며 중거리 슛~~~! 아!!! 골키퍼 스파이더맨 선방했습니다.

R2-D2 | 일찌감치 방향을 예측하고 거미줄을 쏘아 막아냈네요. 한골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철벽 수비, 정말 대단합니다!

마블의 옥토퍼스-울버린의 공격라인 좋아요!

[전반 27분] Marvel 0:0 DC

C-3PO | 전반 27분, 0:0의 상황입니다. 그런데 슈퍼맨과 배트맨 선수, 여전히 저 망토를 고집하고 있네요. 경기하는 데 거치적거리지 않을까요?

R2-D2 | 실제로 코너킥 수비 때, 망토가 골포스트에 걸려 경기를 그르친 적이 몇번 있었죠. 그래도 이들은 망토가 슈퍼 히어로의 자존심이라 생각해 절대 포기하지 않습니다. 그에 비해 마블의 선수들은 가볍고 기능적인 의상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미스틱이나 스파이더맨, 데어데블 같은 경우죠.

C-3PO | DC 선수들은 돈 걱정 없이 최고의 환경에서 경기해왔기 때문에 그런 여유도 부리는 거겠죠. 반면 마블 선수들은 대중의 야유도 많이 받았고, 마음고생 몸고생도 많이 하지 않았습니까?

R2-D2 | 맞습니다. 특히 스파이더맨 선수,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낮에는 부업하랴, 연애는 잘 안 풀리지, 저 경기복도 직접 빨고 기워서 입는다고 하네요.

C-3PO | 지금 닥터 옥토퍼스, 4개의 기계촉수를 이용해 상대팀 수비를 따돌립니다.

R2-D2 | 역습당한 DC 선수들, 바로 수비 체제로 전환하고 있네요. 아주 훌륭한 자세입니다.

C-3PO | 수비 밀집지역을 뚫고 들어가는 닥터 옥토퍼스! 울버린에게 패스! 울버린, 바로 슈팅해 봅니다. 슛~~! 아, 너무 가운데로 갔습니다. 막아내는 콘스탄틴 골키퍼!

R2-D2 | 그래도 저런 슈팅은 시도해볼 만합니다. 상대팀을 자꾸 위협하는 거니까요. 지금 DC 팀의 수비 체제가 조금씩 흐트러지고 있지 않습니까? 이럴 때 수비수인 조커와 포이즌 아이비 선수는 적극적으로 움직여줘야 합니다. 공이 왔는데도 저렇게 놀고 있으면 안 됩니다.

DC의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슈퍼맨 선수!

[전반 42분] Marvel 0:0 DC

C-3PO | 아직 0:0인 전반 42분. 볼 점유율이 45% 대 55%로 DC가 주도하고 있는 상황! 골키퍼 콘스탄틴이 중앙으로 깊게 찔러줍니다! 골라인 아웃! 마블 드로잉. 콘스탄틴 골키퍼도 A매치 경험이 상당히 많은 선수죠?

R2-D2 | 네, 그렇습니다. 스파이더맨 같은 화려한 개인기는 없지만, 공의 위치를 날카롭게 꿰뚫어볼 줄 아는 선수입니다. 그야말로 지적인 수비를 하는 골키퍼죠.

C-3PO | 상대편 골쪽으로 몰고 가는 캣우먼! 넘어집니다! 아~ 마블 수비수 헐크와 부딪쳤군요. 상당히 고통스러워합니다.

R2-D2 | ‘초록 괴물’ 헐크, 존재만으로도 천재지변 그 자체인 선수죠. 게다가 지금 잔뜩 흥분해 있는 상황이니, 뭐 거의 핵폭탄급 수준의 파워를 보이고 있는 게 당연해요. 아무리 날렵한 캣우먼이라 해도 헐크의 위협적인 마크는 피할 수 없었나 봅니다. 마블 입장에서는 헐크의 신경을 자꾸 자극하는 DC 공격수들이 오히려 고마울 거예요.

C-3PO | 다시 일어나는 캣우먼! 조커가 왼쪽 윙에서 자꾸 패스하라고 눈짓을 하고 있네요. 무시하고 그대로 돌파, 중앙에 있던 슈퍼맨에게 패스합니다. 슈퍼맨 가슴으로 받아 왼쪽 발로 힘차게 슛~! 골~~~~~! 황금 같은 선취골입니다!

R2-D2 | 망토를 펄럭이며 공중 세리머니를 하는 슈퍼맨 선수. 관중석에 있는 여자친구, 로이스 레인도 활짝 웃고 있습니다. 아~ 정말 통쾌한 슛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신이 내린 왼발이네요. 스파이더맨 골키퍼, 방향은 잘 잡았는데 무시무시한 스피드를 미처 막을 도리가 없었을 거예요.

C-3PO | 슈퍼맨은 최근 크립톤 행성에서 지옥훈련을 받고 왔다던데, 역시 DC의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냈네요.

R2-D2 | 사실 그동안 슈퍼맨 선수, 로봇 같은 뻣뻣한 자세만 취한다느니, 쫄쫄이 의상에만 신경 쓴다느니 비난을 많이 받았었죠. 그런데 브라이언 싱어의 <수퍼맨 리턴즈> 팀에 영입되면서 천부적인 골 사냥꾼으로 다시 태어난 것 같아요.

C-3PO | 브라이언 싱어와 인연이 있는 <엑스맨> 선수들은 조금 씁쓸하겠어요. 어쨌든 지금 0:1로 DC 코믹스가 앞서고 있는 상황. 그러나 괜찮습니다. 축구는 90분이 지나기 전까지는 아무도 결과를 예측할 수 없으니까요.

일러스트레이션 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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