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격돌! 마블 코믹스 vs DC 코믹스 [2]
2006-07-11
글 : 신민경 (자유기고가)

미스틱의 변신술과 기적적인 드리블, 좋아요, 아주 좋아요!

[후반 28분] Marvel 0:1 DC

C-3PO | 후반전에 접어들면서 아직 새로운 골이 추가되지 않았습니다만, 마블 팀의 움직임이 상당히 활발해졌어요.

R2-D2 | 지금 데어데블이나 로그, 스톰 등 마블의 수비수들도 공격에 가담하고 있습니다. 반면 DC의 조커나 V, 배트맨은 움직임이 다소 둔해졌어요. 특히 배트맨 선수는 한밤중이 아니라서 그런가요? 최고급 장비를 갖고서도 제구실을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홈 경기장이라 익숙할 텐데, 조금 분발해줬으면 좋겠네요.

C-3PO | 배트맨은 할리우드 액션에도 능한 선수 아닙니까? 과도하게 폼 잡고 아픈 척을 많이 해서 홈팀 관중으로부터 비난을 받곤 했었죠. 그런데 지금 양팀 선수들을 보면 마블의 로그와 미스틱, DC의 포이즌 아이비와 리들러 선수는 상당히 흥미로운 전술을 발휘하고 있어요.

R2-D2 | 로그 선수는 밀착 수비에 강합니다. 보십시오. 지금 전후반 내내 슈퍼맨 선수만 마크하고 있지 않습니까? 로그는 피부 접촉을 통해 에너지를 흡수하고, 전술까지 읽어낼 줄 압니다. 상대 공격수를 파괴하기 위해서라면 키스도 불사하는 선수죠. 포이즌 아이비 선수의 경우도, 그녀와 신체 접촉을 하면 기가 쇠하고 판단력이 흐려지죠.

C-3PO | 그러니까 슈퍼맨은 로그가 마크하고, 울버린은 포이즌 아이비가 마크하는군요.

R2-D2 | 그렇습니다. 준결승 때 포이즌 아이비 선수는 <스타워즈> 팀의 폭격기, 다스베이더에게도 치명상을 입혔죠. 그녀를 상대하는 공격수들, 조심해야 합니다.

C-3PO | 아, 지금 리들러가 현란한 움직임으로 마블 선수들의 혼을 빼놓고 있습니다. 촉수의 움직임이 둔해진 닥터 옥토퍼스, 힘겹게 따돌리고 미스틱쪽으로 볼을 패스! 미스틱, 다양한 변신술을 보입니다.

R2-D2 | 아주 훌륭한 전술이에요. 지금 DC 팀이 그녀를 동료선수로 착각해, 수비의 맥이 끊기고 있습니다.

C-3PO | 혼란해하는 수비진을 뚫고, 기적적인 드리블을 선보이는 미스틱! 정면으로 가볍게 슛~! 골~~~! 골입니다! 그야말로 나비처럼 날아올라 벌처럼 내리꽂았습니다! 망연자실해하는 콘스탄틴 골키퍼!

R2-D2 | 미스틱 선수는 이 경기를 끝으로 슈퍼 히어로계를 은퇴하게 됩니다. 그 전에 아주 우아한 골로 마무리했네요. 지금 관중석에서 미소짓고 있는 매그니토 전 마블 대표팀 감독이 보이는군요. 왕년에 돈독한 감독-선수 사이였는데 만감이 교차하겠어요.

C-3PO | 후반전 28분에 터진 동점골! 자, 이렇게 되면 경기가 더욱 흥미진진해집니다.

게임 종료 직전, 마블의 코너킥 찬스!

[후반 44분] Marvel 1:1 DC

C-3PO | 이제 후반전도 거의 끝나갑니다. 아직 역전골이 터지지 않았는데, 여기서 골이 나오지 않으면 연장전, 연장전에서도 나오지 않으면 승부차기까지 가게 됩니다.

R2-D2 | 그렇습니다. 어떻게든 남은 시간 동안 골이 좀 나와줬으면 좋겠는데요. 슈퍼맨 선수, 열심히 돌파해보지만 데어데블의 수비가 만만치 않습니다. 데어데블 선수는 앞은 못 보지만 대신 ‘신이 내린 귀’를 갖고 있어요. 슈퍼맨의 망토가 펄럭이는 소리를 캐치해, 악착같이 마크하고 있습니다.

C-3PO | 반면 배트맨 선수, 오늘 상당히 부진한데요. 한때 고담시 최강의 리베로로 꼽혔었는데, 지금은 ‘늙은 박쥐’라는 비아냥거림을 받고 있습니다.

R2-D2 | 게다가 함께 뛰고 있는 동료선수 조커나 미스터 프리즈 등과 사이가 나쁜 것도 경기에 영향을 끼치는 것 같습니다.

C-3PO | 데어데블, 센터라인 너머 깊숙이 공을 찔러줍니다. 아이스맨, 받아서 속공! 아아~~ 아이스맨! 아이스맨! 아~ 아깝습니다. 수비수 맞고 나갔습니다. 마블의 코너킥! 헐크가 공을 찰 준비를 합니다.

R2-D2 | 벌써부터 그라운드가 진동을 하는 듯하네요.

C-3PO | 중앙으로 높게 공을 띄우는 헐크! 아~ 골인가요? 골~~~ 골입니다! 울버린의 헤딩골! DC의 골 네트를 힘차게 갈랐습니다.

R2-D2 | 결국 해내는군요, 울버린 선수. 최전방 용사답게 야수적인 감각과 반사신경으로 정확히 골에 머리를 갖다댔습니다.

C-3PO | 후반 44분에 터진 역전골! 기적 같은 역전골에 마블의 응원단들, 경기장이 터져나갈 듯 함성을 지릅니다.

R2-D2 | 후반전이 거의 끝나갑니다. 마블 선수들은 이제 2골을 알뜰하게 챙기면 되겠네요.

C-3PO | 수비진쪽으로 백패스를 하는 마블 선수들. 슈퍼맨이 번개같이 따라가보지만 역부족입니다. 아~ 주심의 휘슬이 울렸습니다. 경기 종료입니다. 이로써 2006 슈퍼 히어로 월드컵은 마블 코믹스 팀이 우승을 거머쥐었습니다.

환상적인 패스와 돌파력, <엑스맨> 출신들의 협공 대단합니다!

[경기 종료] Marvel 2:1 DC

C-3PO | 오늘 경기를 지켜보신 여러분, 정말 축구다운 축구를 보셨습니다. 마블 코믹스와 DC 코믹스의 결승전, 결과는 마블이 2:1로 천금같은 우승을 거머쥐었습니다. R2-D2 해설위원, 오늘 마블의 승리 요인을 어떻게 보십니까?

R2-D2 | 일단 오늘 경기 결과는 조직적인 팀 플레이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증명해줬습니다. DC 팀은 오랜만에 복귀한 슈퍼맨 선수가 화려한 개인 플레이를 펼쳤지만, 수비진에서 배트맨이나 조커 등이 부진한 모습을 보였구요. 원더우먼 같은 명장도 원활한 경기를 펼치지 못해 팀 플레이에서는 실패한 것 같습니다. 마블 팀은 전반에 선취골을 DC 팀에 내줘야 했지만, 후반전 압박 수비와 환상적인 패스로 무서운 돌파력을 보여줬습니다. <엑스맨> 출신 선수들의 협공과 ‘거미손’ 스파이더맨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겠죠. 체력 면에서도 젊은 마블 선수들이 조금 유리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C-3PO | 네, 그렇습니다. 드디어 ‘DC 징크스’를 깨고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차지한 마블! 지금 완전히 축제 분위기입니다. 아, 오늘 MVP 선수는 예상대로 역전골을 넣은 울버린이 뽑혔군요. 지금 마블 관중의 환호에 화답하고 있습니다. 여기는 2006 슈퍼 히어로 월드컵이 열린 고담 경기장! 잠시 뒤 시상식과 폐막식이 열릴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관전평 인터뷰를 보내드리면서 저희는 물러가겠습니다. 지금까지 해설에 R2-D2, 중계에 저 C-3PO였습니다. 감사합니다.

2006슈퍼 히어로 월드컵 결승전 경기 뒤 말! 말! 말!

“우리 선수들, 참 잘 싸워줬다. 그동안 시련도 많았고 불화도 있었지만, 결국 다 극복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팀이란 것을 증명했다. 자신의 파워를 너무 과신하지 않고 적절하게 이용했던 것도 승리의 요인이 된 것 같다.” - 찰스 자비에, 마블 팀 감독

“골 하나 넣었을 뿐이다. 공격이 최상의 방어란 사실을 되뇌며 뛰었다. 동료선수 진 그레이에게 이 영광을 바친다.” - 울버린, 마블 팀 스트라이커

“울버린의 칼날이 미치도록 무서웠다.” - 콘스탄틴, DC 팀 골키퍼

“난 그냥 겉으로만 웃고 있는 거야. 미소는 단지 표면적일 뿐이지. 내 안은 울고 있어. 내 흐느낌에 동참하지 않겠어? 으하하하하~!” - 조커, DC 팀 수비수

“엑스맨들, 잘 싸웠다. 개인기도 늘었을 뿐만 아니라, 협공 플레이도 훌륭했다. 하지만 슈퍼맨은 더 잘 싸웠다. 아이 러브 슈퍼맨!!!” - 브라이언 싱어, 전 마블 팀 감독

“DC 팀, 개인적으로 너무 실망스러웠다. 그렇게 축구할 거면 니네 별로 돌아가!” - 주성치, <소림축구> 팀 주장

일러스트레이션 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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