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범수(42) 아나운서가 북극의 사계절과 생명체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얼음왕국〉(13일 개봉)의 내레이션을 맡았다. 한국방송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를 진행하며 동물 다큐멘터리 내레이션의 일가를 이룬 그에게는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일인 듯 보였다. 하지만 뜻밖에 그는, “방송과 영화의 내레이션이 많이 달라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얼음왕국> 50만마리 순록떼 등 장관
“〈얼음왕국〉을 녹음하기 전에 원래 필름 내레이션을 들어봤습니다. 상당히 절제된 내레이션이더군요. 한국 개봉관의 경우, 주 관객층이 어린이나 젊은층이라 상대적으로 동물을 의인화한 대화체가 많이 삽입되긴 했지만, 원래 필름처럼 객관적이고 담담한 느낌을 주도록 신경 썼습니다.”
반면,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 때는 “목소리 톤을 높게 해서 활기찬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다큐와 퀴즈가 맞물려 있어 오락성도 가미된 교양 프로그램이었던데다, 내레이션은 물론 동물 목소리 연기 같은 ‘성우’ 부분도 직접 맡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8년 동안이나 〈퀴즈탐험…〉을 진행했던 손씨는, 동물 다큐에 관해서는 웬만한 영화 관계자들보다 오히려 전문가다. 그런 그가 〈얼음왕국〉 내레이션 제의를 선뜻 받아들인 건 “어떻게 저런 걸 찍을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경이로운 북극의 모습에 반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50만 마리의 순록떼 이동에서부터 난생처음 보는 클리오네(아기 천사를 닮은 작은 바다생물)까지 희귀한 장면들이 정말 놀라웠다”며 “관객 또는 시청자들이 지금까지 물릴 정도로 봐왔던 수많은 다큐들과 차별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올해 환경영화제 사회를 맡는 등 평소에도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던 그답게, “경이롭고 소중한 자연이 환경오염으로 녹아내리고 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경고하는 영화라 의미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방송때와 달리 ‘무게’ 좀 잡았죠
손씨가 지적한 것처럼, 〈얼음왕국〉에서 손씨의 내레이션은 〈퀴즈탐험…〉 때와 사뭇 달랐다. 하지만 무게감 또는 신뢰감을 주면서도 지루함은 떨쳐주는 그 특유의 진가는 〈얼음왕국〉에서도 여전하다. 그는 “아나운서는 연기자와는 또 달라서 평소 심상이 목소리에도 그대로 드러날 수밖에 없다”며 “좀 민망하긴 하지만, 평소 인간과 나 아닌 존재를 사랑하는 진심이 묻어나는 게 아닐까 한다”는 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