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전설의 고향-쌍둥이 자매 비사> 촬영현장
2006-07-17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글 : 최하나
소복귀신의 저주가 시작된다!

서늘한 공기가 팔뚝에 오스스 소름을 돋운다. 후텁지근한 초여름 날씨가 감쪽같이 자취를 감춘 이곳은 파주 헤이리에 자리한 아트서비스 스튜디오. <전설의 고향-쌍둥이 자매 비사>(이하 <전설의 고향>)의 촬영이 한창 진행 중이다. 세트를 내려다보고 있는 조명만이 유일한 불빛인 가운데, 어둠에 일제히 얼굴을 묻은 스탭들은 얼어붙은 듯 말이 없다. 모두의 시선이 향하는 곳에, 귀신이 있다. 하얀 소복을 입고 긴 머리를 풀어헤친 귀신은 발소리 하나없이 미끄러지듯 조금씩 앞으로 다가온다. “헉∼.” 거칠게 몰아쉬는 숨소리, 그리고 곧이어 “컷!” 시원한 김지환 감독의 목소리가 적막을 깨뜨린다.

한때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던 TV시리즈의 제목을 그대로 가져온 <전설의 고향>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공포물이다. 현식(재희)을 동시에 사랑하는 쌍둥이 소연과 효진(박신혜, 1인2역)이 어느 날 의문의 사고를 당하고, 혼자 살아남은 소연에게 죽은 원혼이 복수를 한다는 이야기다. 이날 촬영분은 방 안에 누워 있던 소연이 귀신의 기척을 느끼고 벌떡 일어나 뒤를 돌아보는 장면. 단순할 것 같지만, 등을 돌리고 누워있는 소연이 귀신이 다가오는 순간을 정확히 맞춰 움직인다는 것은 쉽지 않다. 일어났다 눕는 동작을 반복하기만 수차례. 결국 박신혜의 입에선 “눕는 거 하나가 이렇게 힘들 줄 몰랐네”라며 농담 섞인 불만이 튀어나온다. “마지막 한번만 더 갑니다!” 그런데 무슨 까닭인지, 멀쩡하던 모니터가 난데없이 꺼지더니, 조명까지 말썽을 부린다. 의도치 않게 찾아온 휴식시간. 장비를 고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면서도, 스탭들은 잠깐 동안의 휴식이 싫지 않은 눈치다. 촬영은 곧 재개됐지만, 김지환 감독은 재치있는 멘트를 날리는 것을 잊지 않는다. “이건 소복녀의 저주야~.”

이번 영화가 데뷔작인 김지환 감독은 <필름2.0>에서 공포영화 전문 필자로 활동한 경력의 소유자다. 왜 사극을 택했냐는 질문에 그는 “한국적 공포의 원형인 한(恨)의 정서를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소복귀신, 물귀신 등 익숙한 전통적 요소들을 활용하되 기억과 정체성의 문제를 통해 현대적인 재해석을 시도할 것”이라 말했다. “사다코의 망령 일색인 한국 공포영화는 업그레이드돼야 한다”는 그의 말대로 <전설의 고향>이 새로운 차원의 공포를 가져다줄 수 있을지는 8월 극장가에서 확인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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