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사나기 쓰요시는 주변의 친한 사람들로부터 ‘쯔요뽕’이라고 불린다. 구사나기 쓰요시, 초난강과는 또 다른 의미의 텍스트다. 사생활에 철저하기로 유명한 그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쯔요뽕이란 키워드로 검색을 해야 알 수 있을 정도다. 착하고 성실한 이미지, 포복절도할 댄스. 그 뒤편에 숨어 있는 쯔요뽕의 속마음을 들여다보았다(이 인터뷰는 잡지 <키네마준보>와 <앙앙>, TV 프로그램 <더 트루 쇼-구사나기 쓰요시편> <정열대륙-구사나기 쓰요시편> <스마스마>를 통해 재구성한 것입니다).
-한국어를 잘하는 일본 연예인으로 유명하다. 한글은 어떻게 배우게 되었나.
=한국영화에 관심을 가지면서 흥미를 느꼈다. 일단 한국어는 일본어와 어순이 비슷해서 쉽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또 내 모습이 한글과 많이 닮았다. (웃음) 한글을 보면 각이 잡혀 있지 않나. 내 얼굴도 그렇다. 턱이나, 광대뼈, 코의 골격이. 한글을 보면서 내 얼굴을 보는구나, 하고 생각해버린다. (웃음)
-한국어 공부를 한 뒤 멤버들의 반응은 어떤가.
=한국어 공부는 100% 나 스스로를 위한 것이다. 내가 음악실에서 공부를 하고 있으며 모두 인정해주는 분위기다. 우리 5명은 보통 개개인이 따로 행동하지만, <홍백전>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는 일체가 된다. 5명 각자의 경험이나 지식이 스마프 전체에 반영된 것 같은 느낌? 이게 우리의 보물이라고 생각한다.
-<호텔 비너스>는 모든 대사가 한국어로 된 영화다. 영화 속 설정이 굳이 한국어를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 일본 배우가 한국어로 연기하는 영화가 일본인들에게 거부감을 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나.
=언어가 전하는 의미도 중요하다. 하지만 대사의 템포와 카리스마? 그런 느낌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연기할 때 대사의 속도나 느낌을 살리기가 쉽지는 않았다. 그러나 내가 하자고 했던 계획이기 때문에 책임감도 있었다. 언어를 떠나서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를 이해할 거라고 생각했다. 다른 배우들이 열심히 해주기도 했지만.
-연출을 한 다카하다 히데타 감독은 <초난강>의 프로듀서이기도 하다.
=실제로 다카하다 감독은 나를 ‘초난’이라고 부른다. 프로그램을 하면서 영화하고 싶다는 얘기를 주고받았다. 다카하다 감독이나 나나 모두 말을 많이 하는 타입이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서로 이해하는 것 같다. 영화 속 내 캐릭터는 사람들과 거리를 두는 인물인데, 나는 그런 거리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한국에서 개봉한 영화 <일본침몰>의 오노데라 토시오는 어떤 인물이라고 생각하나.
=인물의 감정이 점점 변해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처음엔 자신의 일밖에 생각하지 못하던 그가 일본이 침몰하려 하자 변해간다. 누구나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것을 표현하는 것이 소중했다.
-컴퓨터그래픽이 많아서 연기하는 데 어려운 점은 없었나.
=어떤 장면에선 블루 스크린 앞에서 연기를 해야 했다. 하지만 나는 무엇보다 작품의 공기 가운데 존재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눈앞에서 벌어지지 않는 상황도 제대로 보고 느낄 수 있다. 화산재가 날아들고, 용암이 분출되는 상황에 진짜 놓여 있는 것처럼.
-연기와 노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과 CF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다. 자신의 직업이 뭐라고 생각하나.
=스마프. 이력서 직업란에 무언가 써야 한다면 스마프라고 쓰겠다. 사실 나는 노래를 잘 못한다. 아마 스마프가 아니었다면 보통 사람으로 평범한 인생을 살고 있었을 거다.
-항상 열심히 한다는 인상을 준다. 어떻게 그런 힘이 나오나.
=지금 우리(스마프)에게 화를 내는 사람이 없다. 다들 좋은 말만 해준다. 그러니 내가 마음을 가다듬고 열심히 하지 않으면 정말 엉망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나는 열심히 해야 한다. 콘서트를 할 때 보면 기무라 다쿠야는 매우 화려하다. 물론 보기에 꽤나 성실한 얼굴이지만, 굉장히 지친 표정을 지을 때도 있다. 어떻게 해도 못 이긴다. 왜 누구나 진짜로 생각하고 있는 건 감추고 있지 않나?
-기무라 다쿠야는 당신에 대해 “전혀 화를 내지 않는다. 핑계도 대지 않는다. 이상한 힘이 있는 것 같다. 사람을 기대게 만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내가 그룹 안에서 항상 귀찮은 것들을 도맡는 분위기다. 한번은 나카이에게 새우 선물이 왔다. 내가 “새우 된장국 먹고 싶다”고 말했더니, “그럼 네가 끓여”라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끓였다, 이틀 동안.
-2002년 <정말 사랑해요> 싱글을 발표할 때 한국에서 앨범을 낸다는 게 두렵지 않았나.
=주변의 반대가 심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스마프의 인지도가 없다고 해도, 차라리 그게 더 낫다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 기본적으로 한국에서 대본없이 무언가를 해보고 싶었다. 월드컵의 열기를 노린 계산은 정말 아니다.
-당신에게 한국, 한국어는 어떤 의미인가.
=처음엔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한 일이지만, 한국을 알아갈수록 한국이 좋아졌다. 왜 한국에선 전날 늦게까지 술을 마시면 다음날 약속에 조금 늦어도 괜찮다고 생각하지 않나. 그렇게 늦게까지 함께 있어줬는데, 그 정도 늦을 수 있지, 그런 생각들이 나는 멋있게 느껴진다. 보통 일본 사람들에겐 어림도 없는 이야기지만. 술고래라는 단어도 마음에 들고. 모든 걸 비벼먹는 것도 좋다. 나도 어릴 때부터 카레 라이스를 비벼먹기도 했다.
-이제 30대다. 예전과 다르게 느끼는 것들이 있나.
=겨우 실제 나이와 외모가 일치한 것 같다. (웃음) 항상 늙어 보인다는 게 콤플렉스였다. 중학교 2학년 때 24살이라는 말을 듣기도 했으니. 이 골격이 싫었다(광대뼈를 만지며). 예전에는 이 골격을 집어넣자, 집어넣자고 힘을 쓰기도 했었다. (웃음) 얼마 전 출연한 드라마 <나와 그녀와 그녀가 사는 길>에서는 아빠 역을 했는데 처음으로 아이를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귀여우니까, 어떻게 할 도리가 없는 것 같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