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강동원, 이나영
2006-09-08
글 : 김도훈
글 : 최하나
사진 : 오계옥

공지영의 원작을 영화화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절망의 한가운데서 부르는 사랑 노래다. 세 사람을 살해하고 사형을 선고받은 남자 윤수(강동원), 정신과 카운셀링 대신 사형수와의 면담을 선택한 대학교수 유정(이나영). 두 사람은 일주일에 3시간, 목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면회실에서 만나고, 점점 서로에게 마음을 허한다. 그러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라는 제목은 아플 만큼 역설적이다. 윤수와 유정의 행복한 시간은 결국 사형대 위에서의 고백과 함께 사라져버릴 운명이기 때문이다.

송해성 감독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 “강동원과 이나영의 재발견이 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보자. 공지영이 만들어낸 비극의 주인공들에게 강동원과 이나영을 대입해본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 세상에 대한 분노를 속으로 껴안은 사형수 윤수와 어린 시절의 비밀을 감당하지 못해 밥먹듯이 자살을 기도하는 여교수 유정은 쓰리고 독한 사람들이다. 도대체 8등신(혹은 9등신)의 아름다운 배우들과는 조그마한 공통점 하나 없어 보인다. 강동원과 이나영 역시 그걸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인터뷰가 시작되자마자 조심스레 질문을 던졌다. 당신들을 향한 사람들의 불안이 당신들의 불안으로 전염되지는 않느냐고. 이나영은 “꼭 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은, 꼭 해야만 하는 작품이었다”고 단단하게 말했고, 강동원은 “미스 캐스팅이라는 기사가 많이 났던 것도 안다. 하지만 그런 기사들을 읽으니 오히려 힘이 생기더라. 두고 봐라 하는 심정이었다”며 잠시 동안 눈을 번득였다.

지금 두 사람이 기다리는 것은 자신들을 천상의 피조물로만 여겨온 사람들이 또 다른 강동원과 이나영을 발견해주는 순간이다. 하지만 두 사람이 고백처럼 되뇌는 말들을 옮기다보니, 그들의 행복한 시간은 카메라가 돌아가던 현장에서 이미 완성되었다는 확신이 묻어난다.

이나영이 말하는 ‘강동원과의 시간’

“처음 만났을 때는 긴장도 되고, 신기하기도 했다. 아, 강동원, 스타가 내 앞에 있구나, 하는 식의 느낌이었다고 할까. 서로 친하지 않은 상태에서 마주 앉아 대사를 할 때면 솔직히 어색하고 불편했다. 감독님이 유정이랑 윤수, 지금 ‘말’만 하고 있어, 따끔하게 지적하신 적도 있다. 하지만 두세번 촬영하면서는 신기할 정도로 호흡이 잘 맞았다. 대사를 칠 때 말이 오간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였다. 지금은 우리끼리 농담도 많이 한다. 남들은 다 썰렁하다고 하지만. (웃음) 강동원씨는 참 맑은 사람 같다. 감독님과 작품 이야기를 할 때나 함께 리딩을 할 때도 그랬지만, 평상시의 모든 자잘한 부분들에서 솔직하고 곧은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일에서도, 인간적인 부분에서도 참 많은 걸 배운 것 같아 고맙다.”

강동원이 말하는 ‘이나영과의 시간’

“나랑 비슷하다. 낯도 많이 가리고 친해지지 않으면 서로 말도 잘 못하는 타입이다. 나 역시 영화 촬영이 다 끝날 때까지 친해지지 못하는 배우가 있을 만큼 낯을 많이 가린다. 그래서 처음엔 답답했다. 말도 없고 서먹서먹해서 감독님이 애를 먹었을 거다. 감독님과 함께 호텔에 처박혀서 3일 동안 시나리오 정리를 하고 나서야 비로소 가까운 사이가 됐다. 게다가 촬영 초기에는 둘이 헤쳐나갈 것들이 너무나 많았고, 초반에 대사가 잘 붙지 않을 때는 서로 토론을 해가면서 정리도 많이 했다. 그런 다음에는 호흡이 너무 잘 맞아서 뭐 따로 이야기할 것도 없을 정도였다. 이나영이라는 배우는(웃음) 생각도 많고 고민도 많고 캐릭터 분석에 기울이는 노력도 많고, 정말로 뭐든 많고 열심인 사람. 윤수가 사형을 집행받는 장면을 촬영할 때 내 눈에 보인 것은, 그건 이나영이 아니라 유정이라는 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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