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리포트]
<씨네21>이 뽑은 이달의 단편 6. <전단지 클래식 우유 그리고 견인>
2006-09-14
글 : 이다혜
사진 : 오계옥
중국집 배달원의 환상모험담

사람들은 중국집 배달원에게 아무 의심없이 문을 열어준다. 배달원은 잠시나마 가정집이나 사무실을 들여다볼 수 있다. 그 찰나의 순간 배달원은 어떤 생각을 할까. 짧은 순간이라 해도 그 집안 사람들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상상을 하지 않을까? 김희영 감독의 <전단지 클래식 우유 그리고 견인>은 두 가지 생각에서 출발한 영화다. 첫 번째는 앞서 말한 배달원의 상상에 관한 상상이었고, 두 번째는 ‘니놈이 내게 잘하는 이유를 안다’라는 문장이었다. 그래서 탄생한 인물이 이유없는 친절에 의구심을 갖는, 한 배달원.

영화는 평범한 도시의 아침풍경에서 시작한다. 조깅을 하는 아파트 주민, 아파트 대문에 전단지를 붙이는 문제로 집주인과 싸움이 붙은 한 중국집 배달원…. 그리고 그 배달원의 동선을 따라 이야기가 진행된다. 배달원은 작은 파출소로 배달을 가기도 하고, 가정집으로 배달을 가기도 한다. 그를 대하는 사람들의 반응은 무관심과 과도한 친절을 오간다. 어느 날 배달원은 파출소에서 자신에게 과도한 친절을 베푼 경찰의 얼굴이 파출소에 붙어 있는 현상수배 전단의 얼굴과 같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경찰을 묘하게 쳐다보는 배달원의 얼굴. 그리고 화면이 암전되고 검은 화면에 ‘니놈이 내게 잘하는 이유를 안다’라는 문구가 뜬다.

배달원이 배달 간 집에서 과도한 친절을 경험하고 이상한 상상에 빠지기 시작하면서 영화는 미스터리한 분위기로 흐른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상상인지 알 수 없는 기묘한 분위기는 배달원의 불안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호러와 코미디를 오가는 음악과 안정적인 촬영이 얼핏 보면 각각 분리된 여러 개의 이야기로 보이는 <전단지 클래식 우유 그리고 견인>을 하나로 탄탄하게 묶어주었다.

김희영 감독

김희영 감독은 경희대학교 공대에 들어갔다가 네오영화아카데미에서 두달여간 짧게 영화 공부를 하면서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는 이후 복수전공으로 연극영화과를 선택해 영화를 본격적으로 찍기 시작했다. 졸업작품을 준비하던 중 휴학하고 만든 영화가 <전단지 클래식 우유 그리고 견인>으로, 몇년간 졸업영화를 부족하지 않은 예산으로 제대로 찍어보자는 생각으로 모은 돈 500여만원이 쌈짓돈이 되었다. 현재 그는 9월20일 크랭크인하는 최지영 감독의 <비밀과 거짓말>에서 조연출로 활동하며 대학 졸업을 준비 중이다. 졸업 뒤에는 영화 현장으로 갈지 대학원으로 갈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올드보이의 추억>을 본 뒤 배우 강현중이 배달원 역할에 딱이라고 생각해, 직접 시나리오를 보내 출연 승낙을 받아냈다. 영화를 찍으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 중 하나는 로케이션. 원래는 영화를 무더운 한여름에 찍고 싶었기 때문에 무더위를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야외 장소들이 시나리오에 들어갔다. 아쉽게도 한창 추운 한겨울에 영화를 찍었지만, 어렵에 섭외한 장소들은 배달원의 환상을 극대화시키는 일상적인 장소로 등장한다. 경찰들이 순찰을 돌다 쉴 수 있는 지구대를 촬영장소로 섭외하기 위해 공문을 열장도 넘게 썼고, 미분양된 집에 가구를 들이고 영화를 찍다가 바닥에 긁힌 자국이 생겼다는 이유로 보상금을 물기도 했다고. 중국집 배달부의 환상모험담 <전단지 클래식 우유 그리고 견인>은 KT&G 상상마당 온라인 상영관(www.sangsangmadang.com)에서 볼 수 있다.

2006 상상마당 단편영화 상시출품

아마추어 영화작가 발굴을 위해 KT&G가 마련한 ‘2006 상상마당 단편영화 상시출품’ 7월 우수작이 발표됐다. 7월 한달 동안 KT&G 상상마당 온라인 상영관(www.sangsangmadang.com)에 출품된 68편을 대상으로 심사를 진행한 결과, 김희영 감독의 <전단지 클래식 우유 그리고 견인>, 유혜민 감독의 <어쩌다 마주친>, 이재우 감독의 <if…> 세편이 우수작으로 뽑혔다. 이들에게는 창작지원금 100만원이 각각 수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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