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특집] '하나, 둘, 셋 러브' 김오키 감독, “다작의 비결은 그냥 하는 것이다”
2024-05-16
글 : 박수용 (객원기자)
사진 : 오계옥

색소포니스트 김오키를 코리안시네마 섹션에 초청된 <하나, 둘, 셋 러브>의 감독으로 마주하는 일이 당황스럽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오랜 기간 영화를 애정하고 동경해왔던 그에게 영화제작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는지도 모른다. 박세영 감독의 단편 <갓스피드>에서 음악과 연기를 맡아 주목받기 이전에도 백현진, 이종필 등 영화인과의 풍부한 교류가 있었고, 과거 댄서 시절에는 “16mm 캠코더로 다양한 촬영에 도전”하기도 했다. “평소 음악을 만들 때도 이미지와 스토리를 생각하는 편인데, 음악은 다소 추상적인 표현 방식이라는 한계가 있어 아쉬움을 느끼던 차였다. 영화는 이미지를 더 직설적으로 제시할 수 있어 좋았다.”김오키 감독의 영화 작업 방식은 여러모로 그의 음악과 닮아 있었다. 우선 “오늘 저녁에도 편집 예정인” 차기작 한편에 더해 “추가로 기획 중인 작품 두편”으로 설명되는 쉼 없는 창작 에너지가 그에게 있다. “다작의 비결은 그냥 하는 것이다. 빨리 만들어 빨리 내놓으면 그만큼 빠르게 피드백을 받을 수 있고, 그걸로 더 좋은 음악과 영화를 만들면 되니까.” 김오키 음악의 근간을 이루는 즉흥성과 무장르성 또한 촬영 현장의 재기로 발현된다. “<하나, 둘, 셋 러브> 는 틀을 탄탄히 짜고 제작에 돌입했다. 그런데 현장에서 계획대로 이행하는 게 불가능하더라. 차기작 중에는 전체를 즉흥적으로 촬영한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자유만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영화감독으로서의 꿈은 “잘 만든 누아르영화”라고 수줍게 밝히는 그다. “명확한 장르성이 정립된 영화를 만들고 싶은 욕심이야 있지만 너무 어렵더라. <하나, 둘, 셋 러브>도 장편의 호흡을 배우기 위해 일단 도전한 결과물이다. 철저히 계획 중인 차기작도 있고, 앞으로 더욱 무게감 있는 스토리를 풀어나가고 싶다.”

<하나, 둘, 셋 러브>가 견지하는 발랄한 웃음과 천진한 사랑의 믿음은 때로는 의도적으로 무거운 분위기를 회피하려는 몸짓으로 읽힌다. “어릴 때는 심각하고 강한 스타일의 작품을 좋아했지만 지금 돌아보니 조금 창피하더라. 이젠 그저 사람들이 항상 웃으며 재미있게 살았으면 좋겠다.” 좋아하는 감독들에 주성치, 박찬욱, 장률을 꼽은 점에서도 은은한 유머의 취향이 감지된다. 동시에 그에게는 영화제작 자체가 주변인들을 향한 깊은 사랑의 표현이다. “오랜 시간 곁에 있어준 사람들과 함께 작업하려고 노력”한다는 그는 오랜 음악 동료인 베이시스트 전제곤과 정수민을 보라스와 마오라는 캐릭터로 재현했다. “실제 모습과 영화 속 모습이 비슷했으면 하는 마음”에 직접 출연도 제안했다. “사실은 영화제에 출품하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그런데 혼자 만족하기에는 함께 노력한 배우들과 스태프들에게 미안하더라.” 김오키 감독은 <하나, 둘, 셋 러브>의 감상법에 대해 “자유롭게, 편하게 보시라”고 조언한다. 알록달록한 사랑의 효능을 설파하는 작품다운, 역시 김오키다운 답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