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부부인 지연(김시은)과 도진(이도진) 부부는 병원에서 또다시 유산 소식을 듣는다. 아내의 몸 상태가 먼저인 도진은 이쯤에서 시험관 시술을 멈추고 싶지만 지연은 아니다. 지연이더 가열하게 임신에 매달릴수록 도진의 의지는 사그라든다. <통잠>은 오랜 시험관 수술 끝에 완전히 소진돼버린 부부의 생활을 사실감 있게 포착하는 작품이다. 공동 연출자인 김솔해 감독과 이도진 감독은 비바람 속에 전주영화제 야외 행사를 치르고 왔음에도 첫 장편 연출작이 한국경쟁에 올랐다는 감사함에 힘든 줄도 몰랐다고 입을 모았다(이후 수상 결과 <통잠>은 멕시코국립시네테카 개봉지원상을 받았다). <통잠>은 두 감독이 단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영화학과 연출 전공 동기였기에 만들어질수 있었다. 학기 중에 이도진 감독이 “긴 기간 난임을 겪었던” 실제 경험을 녹여내 시나리오를 썼고, 그 이야길 “평소 관심 있던 주제인 미련과 집착에 관한 작품”으로 읽은 김솔해 감독이 함께하고 싶단 의사를 전했다. 궁극적으로 “인생이 피곤하고 괴로워질지라도 포기할 수없고, 열망해도 절대 가질 수 없는 무언가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이도진 감독에겐 더할 나위 없는 제안이었다. 영화는 초반에 유산 직후 약국에서 거짓말을 하고 임신부의 처방전을 구걸하는 지연의 이상행동을 보여주며 평범하게 흘러가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이는 “그만큼 부부가 지치고 힘든 상태라는 걸 압축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이도진) 택한 전략이었다.
그렇다고 지연의 행동이 허무맹랑한 것만은 아니라고 이들은 말한다. “인터넷에서 찾고 또 찾다 보면 한건 정도 나오는 사례들을 가져와”(이도진) 현실성을 갖추겠다는 목표를 이루고자 했다. “김시은 배우와 어떻게, 어디까지 표현했을 때 지연이 보이는 보통 이상행동이 관객들에게 이해받을 수 있을지 깊이 논의”(김솔해)하기도 했다. 뜻밖에도 <통잠>에는 영화인의 숙명적인 과제인 ‘나는 왜 영화를 하는가’에 대한 고뇌가 담겨 있다. 감독들은 “우리가 왜 삶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않는 예술을 놓지 못하고 있는지, 이걸 하고자 무엇까지 해봤는지”(이도진)를 아이를 간절히 원하는 지연 캐릭터를 구체화하며 끝없이 자문했다.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영화가 좋아졌고 뒤늦게 영화 일을 시작한” 김솔해 감독과 “거의 평생을 영화와 연극 주변을 서성거리면서 살아온” 이도진 감독이 <통잠>을 자기 삶과 밀접히 결부된 영화로 여기는 이유다. 필모그래피에 이제 장편 하나가 들어온 신예감독들은 앞으로 키워보고 싶은 이야기가 무진하다. “하고 싶은 게 없다는 말을 자주 하는 사회다. 좋은 대학, 좋은 직장, 좋은 집으로 이어지는 성공한 삶의 단계를 쫓는 과정에서 자기가 진정으로 하고 싶어 하는 일을 잃어버리는 것 같다. 그런 세태를 짚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김솔해) “누군가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을 때 그 사람을 내 뜻대로 바꾸고 싶어진다. 그럴 때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존중하고 사랑해야 한다는 마음이 생기는데 그마음을 들여다보고 싶다. <통잠>을 준비하는 동안 저출생의 시대에 난임부부가 소외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디선가 소외된 사람을 위로하고 싶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이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