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추석 맞이 어메이징 한국영화 레이스 [2]
2006-09-30
글 : 신민경 (자유기고가)

Mission 1. 정 마담의 화투판을 찾아라

<타짜>

도전경로: <국경의 남쪽> → <선생 김봉두> → <타짜>

도전과제: 첫 과제는 여유롭게 놀이동산에서 시작합니다. 도전자들은 <국경의 남쪽>의 선호(차승원)와 연화(조이진)처럼 회전그네에 올라탑니다. 그러나 낭만적인 데이트를 즐길 여유는 없습니다. 빙글빙글~ 그네는 돌아가고 이 정신없는 와중에 멀리 보이는 표지판을 세심하게 살펴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다음 도전과제가 적혀 있으니까요. 눈알이 팽팽 돌아갈 지경인데 표지판의 글자를 읽어낸다는 것, 만만치 않은 과제입니다. 다음으로 두 번째 과제는 세 번째 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워밍업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표지판에 적혀있는 대로, 도전자들은 선생 김봉두(차승원)의 부임지였던 강원도 분교로 향해야 합니다. 그곳에서 김봉두 버전의 ‘혼자 고스톱 치는 장면’을 연출해 동영상으로 제출하는 것이 두 번째 도전과제입니다.

이 단계에서 화투와의 친숙도가 검증되면, 드디어 결정적인 도전과제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바로 <타짜>의 주무대인 정 마담(김혜수)의 아지트를 찾아가는 겁니다. 그곳은 밤마다 목숨을 건 도박이 행해지는 곳이지요. 하지만 불야성의 거리에서 정 마담의 화투판을 찾는 것도 어렵거니와 찾았다 해도 이 명문여대 출신의 우아한 마담은 도박 따윈 모른다며 시치미를 뚝 뗄지도 모르니 주의하세요. 도전자들이 그녀가 벌이는 화려한 꽃놀이 즉, ‘섰다’에 동참한다면 이번 미션에 성공한 겁니다. 그들이 정 마담의 보일 듯 말 듯한 팬티 색깔에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을지 흥미진진해지는군요.

★ 장애물: <선생 김봉두> 과제로 넘어가기 전, 선호처럼 닭 코스프레를 하고 통닭 50마리를 배달하세요.

도전결과: 1위는 왕년에 좀 놀아봤다는 <연애참> 팀이 차지했습니다. 매일 술 먹고 노래방만 들락거리는 줄 알았더니, 화투장 드는 솜씨도 보통이 아니군요. 처음으로 탈락한 비운의 팀은 <우행시> 팀! 그들의 아름다움도 치열한 레이스에서는 별 소용이 없었던 걸까요? 알고 보니 ‘섰다’는커녕 민화투도 쳐본 적이 없다더군요. (역시 비현실적인 커플이야!) 어쨌든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었다며, 서로에게 용기를 북돋워주는 모습에 박수를 보냅니다.

Mission 2. 엄니손 김치를 사수하라

<가문의 부활>

도전경로: <가문의 영광> → <가문의 위기> → <가문의 부활>

도전과제: 미션 2에 접어들면서 도전자들은 조폭들과 함께 얼큰, 살벌한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그것도 뿌리 깊은 조폭 가문들을 상대해야 하니 상당히 큰 용기와 배짱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첫 번째 과제는 호남선 기차를 타고 조폭 명문 3J가를 찾아가는 것입니다. 반드시 새마을호여야 합니다. 시간 아낀다고 KTX를 타면 반칙입니다. 3J가를 찾았다면, 그곳에서 또 다른 조폭 명문 백호파의 본거지와 함께 두 번째 과제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게 됩니다. 혹시나 그곳 삼형제들의 강압에 못 이겨 룸살롱이나 나이트클럽에 끌려다니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두 번째 과제는 백호파 가족들의 과거 패션을 재현하는 것입니다. 보스 홍덕자 여사(김수미)를 비롯해 그집 아들과 며느리들에게서 힌트를 얻어 80년대 촌티 코스프레를 시도하세요. 맏아들 장인재(신현준)의 하늘로 솟구친 폭탄머리든, 작은아들 장석재(탁재훈)의 왕자표 크레파스 머리든, 작은며느리 오순남(신이)의 청카바와 표범무늬 쫄바지든 뭐, 다 좋습니다. 다만 최대한 뻔뻔하고 습한 표정도 동반되어야 합니다. 자, 이제 미션 2의 마지막 과제는 도산 위기에 처한 백호파 사업 즉, 엄니손 김치를 사수하는 겁니다. 한때 <타임>에 소개돼도 손색없을 만큼 잘나가던 가문이었으나, 쫄딱 망해 거리에 나앉게 생겼군요. 여기서 홈쇼핑의 끈적끈적한 마케팅 정신을 본받아, 단시간 내에 가장 많은 엄니손 김치를 파는 팀이 1위를 차지하게 됩니다. 백호파를 위기에 빠뜨리려는 세력들이 많으니, 쉬운 과제는 아닐 것입니다.

★ 빠른전진: <그녀를 믿지 마세요>의 고추총각 선발대회를 기억하시나요? 희철(강동원)처럼 청양고추를 한 사발 씹어먹으면 마지막 도전과제로 바로 건너뛸 수 있습니다.

도전결과: 기봉이와 기봉 모의 이유 모를 1위! 마치 고향으로 돌아온 듯 편안한 자세로 레이스에 임했습니다. <너는 내 운명> 팀은 우직하게 청양고추 먹기에 도전했으나, 기봉 팀의 포스에 밀려 1위를 놓쳤습니다. 유난히 팬들이 많았던 <어린 신부> 팀은 내내 겁에 질려 있다가 결국 탈락하고 말았군요. “나는 조폭을 아직 몰라~.”

Mission 3. 88년도 가수왕, 최곤의 사인을 받아라

<라디오스타>

도전경로: <천하장사 마돈나> → <구타유발자들> 혹은 <올드보이>(선택도전) → <라디오 스타>

도전과제: 맑은 공기, 청명한 바다… 와는 거리가 먼 ‘노동의 도시’ 인천으로 갑니다. 그곳에서의 첫 번째 미션은 마돈나가 되길 꿈꾸는 천하장사, 오동구군(류덕환)을 찾아 씨름을 한판 하는 것입니다. 소년의 훈훈한 외모만 보고 얕봤다가는 큰코다치기 쉽습니다. 이래봬도 모래판에서 독하게 사육당한, 실력있는 씨름선수니까요. 기봉이 어머니, 허리 디스크 조심하셔야겠어요. 자, 이제는 <어메~ 이 징한 레이스>에서 처음으로 주어지는 선택도전! 두 가지 과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구타유발자들>의 생삼겹인가, <올드보이>의 산낙지인가. 기생충도 파괴시킬 막강한 위액과 비위의 소유자라면, 식은 죽 먹기겠네요.

<구타유발자들>을 선택한 도전자는 반질반질한 흰색 벤츠를 타고 토박이들의 떡삼겹 파티장으로 향하게 됩니다. 거기서 토박이들이 권하는 생삼겹을 참고 삼킨다면, 순박하게 생긴 봉연(이문식)이 스쿠터로 다음 미션 장소까지 데려다줄 것입니다. <올드보이>를 선택한 도전자는 가까운 일식집에 들어가 산낙지를 주문합니다. 오대수(최민식)처럼 통째로 산낙지를 삼켜야만 하는데, 별탈없이 임무를 완수하면 주방장이 다음 과제를 알려줄 것입니다. 마지막 과제는 강원도 영월로 가서 88년도 가수왕, 최곤(박중훈)을 찾아 사인을 받는 겁니다. 지금은 대중의 기억에서 잊혀진 최곤은, 영월에서 <최곤의 오후의 희망곡>을 진행하고 있다네요. 다행히 그곳 주민들의 호응을 조금씩 얻고 있는 터라 찾는 데 별 무리는 없을 겁니다. 백방으로 뛰어다니는 매니저 박민수(안성기)나 청록다방 김양을 찾아 물어보면 미션 수행이 한결 수월해지겠죠.

★ 장애물: <천하장사 마돈나> 과제를 수행한 뒤, <해적, 디스코왕 되다>의 봉팔(임창정)네 동네로 가세요. 팀원 중 한 사람은 반드시 똥지게를 지고 달동네 세집의 변을 퍼야 합니다.

도전결과: 전쟁으로 단련된 태극기 형제가 1위를 차지했습니다. <너는 내 운명> 커플은 생삼겹 먹기 과제에서 유난히 힘겨워하더니, 급기야 꼴찌로 도착했네요. 젖소 한 마리를 사는 꿈은 아쉽게도 물건너가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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