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천주의자들 The Optimists
고란 파스칼리예비치/스위스,세르비아-몬테네그로,모나코,스페인/2006/95분/월드시네마
다섯 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옴니버스 영화. 국경도 이념도 송두리째 흔들려 모든 것이 불확실해진 세르비아를 돌아다니면서 오직 돈만이 확고한 권력으로 자리잡은 남루한 현실을 포착했다. 홍수로 모든 것이 잠겨버린 마을에 한쪽 다리를 저는, 암자에서 내려온 현자처럼 잠언을 전하는 남자가 나타난다. 그는 낙천적이고자 한다면 현실을 극복할 수 있다고 역설하고, 사람들은 그의 말을 믿으며 잠시 행복을 느끼지만, 경찰서장은 그 정체를 의심해 남자를 체포한다. 이 첫번째 이야기를 지나면 맏딸이 부유한 사업가에게 폭행당하지만 해고당하지 않기 위해 진실을 묻어야하는 가장의 이야기와 버스를 타고 손뼉을 치며 만병을 치유하는 기적의 샘을 향해 떠나는 불치병 환자들의 여정 등이 이어진다.
<낙천주의자들>은 “낙천주의는 힘든 상황에서도 모든 일이 잘돼간다고 주장하는 것”이라는 <캉디드>의 구절에서 시작되는 영화다. 볼테르가 그 문장을 쓴 지 25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아직까지는 괜찮아”라고 말하는 낙천주의는 세상을 버티어가는 힘이 되어주는 듯하다. <낙천주의자들>의 인물들들은 누가 보아도 사방이 막힌 절망 속에서 희망을 발견했다고 믿는다. 기적의 샘이 공사장에서 모래를 퍼낸 자리에 빗물이 고인 더러운 웅덩이에 불과할지라도, 그들은 흙탕물을 뒤집어쓰는 순간, 죽어가던 육체에서 생명의 기운이 솟아오른다고 느끼는 것이다. 한발자국 떨어져서 그들을 내려다보는 이에게 그 희망은 신기루에 불과하고 낙천주의란 슬픔을 위장하는 가면과 마찬가지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르비아에서 살아남고자 한다면, 단 하루가 남은 삶이라도 포기할 수 없다면, 한순간의 거짓에 의지해서라도 낙천주의자가 되어야만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