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피플]
<무화과의 얼굴> 감독 모모이 가오리 (+영문)
2006-10-17
글 : 김현정 (객원기자)

<카게무샤> <게이샤의 추억> 등으로 한국 관객과 낯을 익힌 배우 모모이 가오리는 가수이자 보석 디자이너이고 작가이기도 하다. 이처럼 많은 직업을 가지고 있는 그녀는 올해 또하나의 직업을 보탰다. <무화과의 얼굴>로 영화감독이 된 것이다. <무화과의 얼굴>은 서로에게 무심한 듯하면서도 애정을 가지고 있는 이상한 가족의 이야기. 단아했던 영화 속의 이미지와 다르게 반짝거리는 해골 무늬가 박힌 모자를 쓰고 나타난 그녀는 오십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불구하고 젊고 열성적인 신인감독처럼 열심히 영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당신은 삼십년이 넘게 영화배우로 활동해왔다. 탄탄한 지위에 오른 지금 새로운 모험을 시도한 까닭은 무엇인가.
=오랫 동안 영화에 출연하다보니 점점 비슷한 역만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제는 늙어가는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그래서 감독이나 스탭들과 뭔가 방법이 없을까 의논하다보니, 시나리오를 쓰는게 어떤가, 그렇다면 아예 감독을 하는 것이 어떤가, 하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일본은 여자란 얌전하고 자기 입장을 내세우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라다. 그때문에 감독이 된 남자배우는 있어도 여자배우는 없었다. 나는 오십도 넘었고, 남자들이 괴롭힐 테면 괴롭혀 봐라, 라고 생각하게 됐다. 그러니까 여자들이 내 편이 되어주어야 한다.(웃음)

-<무화과의 얼굴>의 가족은 그다지 살갑게 보이진 않고 서로 관계가 없는 독립적인 개인처럼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서로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다. 어떻게 이런 관계를 떠올리게 됐는지.
=굳이 가족이 아니라 친구여도 상관없었다. 내가 찍고 싶었던 테마는 지금의 행복을 바라보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어떤 가족이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든다면 당장은 피곤해할 거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다음에야 그때 행복했었구나 할 거다. 이처럼 현재는 순식간에 과거가 되고, 미래는 현재가 되니, 행복한 순간에 행복해야만 한다.

-인물의 얼굴을 정면에서 잡는 순간이 많아 독특한 느낌이었다.
=부부는 흔히 비스듬한 각도에서 서로의 얼굴을 보게 된다. 하지만 아내와 남편의 얼굴을 정면으로 찍으면서, 남편은 죽기 전에 저런 식으로 아내의 얼굴을 보고 있었겠지, 아내도 그랬겠지, 라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무화과는 한국엔 흔치 않은 나무다. 그 나무를 <무화과의 얼굴>의 가족이 살고 있는 집에 심어둔 이유는 무엇이었나.
=어릴 적 집에 무화과 나무가 있어서 이사갈 때마다 파가지고 다녔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자 할머니는 젓가락이나 슬리퍼같은 할아버지의 소지품을 나무 그늘에 묻었다. 그런 기억 때문에 무화과 나무를 택한 것 같다. 그무렵 일본에선 무화과를 가게에서 팔지 않았고, 주로 집에서 따먹었기 때문에, 무화과는 “아, 집이다”라는 느낌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또 여인의 가슴을 닮지 않았나(웃음) 나는 여자들의 영화를 만들고 싶었는데 그런 점과도 통했다.


<Faces of a Fig Tree> Director Momoi Kaori

Familiar to Koreans for roles in <Kagemusha> and <Memories of a Geisha>, Momoi Kaori is also a singer, jewelry designer and writer. This star added to her repertoire by taking up directing in <Faces of a Fig Tree>. Though past 50, she looks just like any up-and-coming director and spoke with excitement about her first production.

-You've acted for thirty years. Why take on such a risky new endeavor?
=My roles all became the same. I started asking questions and I got to hear all about scenario writing and directing. Japan thinks that women should be modest and not express an opinion. That's why there are male actors who become directors, but no women. Now that I'm past fifty, if a man wants to cause me grief, I think, "give it your best shot!" That's why women are coming over to my side. (Laughing)

-This family* is so isolated. Yet they do have some affection. How did this relationship come to mind?
= It's not just family, they don't care about friends either. The theme I wanted to capture was the constant search for happiness. A family puts up a Christmas tree and immediately tires of it. As time passes, they look back, thinking "We were so happy then!" The present immediately becomes past, the future the present. We have to be happy within those very moments of happiness.

-There aren't many fig trees in Korea. Why have one in this family's house?
=We had a fig tree when I was young, and we’d bring it whenever we moved. When my grandpa died, grandma hid his things in its shade. This inspired my choice. They didn't sell figs at the store, and I only ate those from our tree. So, fig trees always gave me a sense of home. Figs also resemble women's breasts, no? (Laughing) I wanted to make a women's film, so, that came through, too.

사진 김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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