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수씨는 직접 만나보니 완전히 여장부다.” “지태씨는 나보다 어리지만 무게감있는 배우다.”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해 말하는 것을 듣고 있자면 <가을로>의 비극적인 연인이라기보다는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를 보듬을 줄 아는 오누이 같다. 촬영을 위해 전국 방방곡곡 아름답기로 소문난 장소들을 찾아다녔던 두 사람이 추위와 폭설 때문에 고되고 길었던 긴 겨울 동안 호흡을 맞춘 덕분이리라. 그래서, 민주(김지수)가 곁에 없어도 현우(유지태)는 아스라한 그녀의 존재를 느낄 수 있고, 민주는 현우의 환상 속에서 밝게 미소지을 수 있다. <가을로>에서 과거와 현재는 뒤섞이고, 사실과 환상은 경계없이 넘나들지만 두 사람의 사랑이 확고한 존재감을 갖게 된 것은 자연스런 귀결일 것이다. 촬영장에서, 카메라가 돌아가지 않는 동안에도 김대승 감독과 셋이 두런두런 수다를 떨며 크게 웃던 모습은 <가을로>에 따스한 온기를 불어넣었다. 두 사람에게 서로를 아련히 바라보며 슬픈 듯 기쁜 듯 웃는 표정을 지어달라고 부탁했을 때, 멋쩍은 웃음소리가 먼저 들려왔다. 손을 잡을 듯 말 듯하면서 다시 웃음, 그리고 눈이 마주치면 다시 크게 웃음. 점점 두 사람이 감정을 고조시키고, 두 사람의 거리가 점차 가까워지는 순간은 <가을로>를 미리 본 듯한 느낌을 갖게 했다. 세상이 지키지 못한 사랑을 오롯하게 살려내, 마침내 <가을로>의 간절한 엔딩에 이르게 한 두 배우를 만나 영화에 대해, 배우로 사는 일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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