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부터 연재를 시작해, 42권째 단행본 출간이라는 대항해를 하고 있는 만화 <원피스>. 대규모 모험물이면서 유독 소녀팬들이 많은 이상한 만화. 어느 정도 선까지 발을 들이면 캐릭터 표정만 봐도 자지러지게 되는 중독성 만화. “조로, 넌 세계 제일의 대검호가 될 남자다. 저 달째로 베어버려!”(루피) “난 베겠다. 친구를! 사가, 널 믿기 때문에!”(조로) <원피스 5기 극장판-저주받은 성검>에 나오는 대사다. 소년의 두려움없는 로망과 부서지지 않는 동료애. 그것이 <원피스>의 모든 것이다. 만화책의 거북이걸음에 지쳐버린 팬에게, <원피스 7기 극장판-기계태엽성의 메카거병>의 개봉은 간만에 찾아온 모험섬일 법하다. 만화와는 별개의 독립된 에피소드라고는 하지만, 그 모험의 배경이 워낙 방대하니, 이를 즐길 수 있도록 지식 박스를 준비했다.
이들이 밀짚모자 해적단
몽키. D. 루피/
이 대책없는 모험을 시작한 장본인. 어릴 적 만난 해적 선장 샹크스를 동경해 해적이 되기로 결심한다. “커서 나를 찾으러 오라”는 샹크스와의 약속도 지킬 겸 ‘해적왕 되는 것’을 목표로 바다에 오른 그. 바다를 돌아다니며 동료를 만들어간다. 소싯적, ‘악마의 열매’ 일종인 고무고무 열매를 먹고 고무인간이 되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가 그 열매를 먹은 것은 타고난 먹성 탓이다. 못 먹는 것 빼곤 있는 대로 먹어치우는 먹성에 계획이라곤 세울 줄 모르는 성격 탓에 한달치 식량을 이틀 만에 먹어치워 배(船) 전체를 굶주림으로 몰아넣는다. 또 하나 병이 있으니 모험 밝힘증. 신기한 것, 위험한 것이 나타나면 무조건 “요시”(좋았어)!를 외치고, 하는 쪽으로 납득해버린다. 대책없는 선장이지만, 자신과 동료에 대한 무조건적인 믿음으로 항상 승리를 끌어낸다. 동료를 멸시하는 자, 자존심없이 해적질하는 자, 샹크스가 맡긴 밀짚모자에 해코지하는 자를 만나면 폭주한다.
롤로노아 조로/
루피와 처음으로 동료가 된 남자. 해적 일당이 되기 전에는 ‘해적 사냥꾼’으로 이름을 떨쳤다. 무심함과 일본식 열혈이 잘 반죽된 성격. 다섯 걸음쯤 떨어져 눈 내리깔고 수수방관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슬슬 걸어나온다. 가오를 잡는다기보다 원래 성격이 그렇다. 단, 이상하게도 요리사 상디와는 견원지간이라 별것도 아닌 일에 유아 수준으로 전락, 싸워댄다. 밀짚모자 일당 유일의 검사(劍士)로 양손에 칼 2개, 입에 칼 하나를 물고 삼도류를 구사. 그러나 솔직히 입에 문 칼은 쓰임이 분명찮은 게 사실. 그래도 덕분에 폼나는 그림이 나온다. 세계 최고의 검사가 되는 것이 목표. 칠무해의 한 사람인 쥬라큘 미호크에게 치명상을 입고 겨우 목숨을 건진 뒤 각오를 더욱 굳혔다. 본격 승부를 할 땐 머리에 두건을 쓰는데, 두건만 두르면 눈밑에 다크서클이 생긴다.
나미/
천재 항해사로 루피 일당 중 유일하게 현실적인 사고를 하는 인물. 그러나 그녀의 현실적 사고는 대체로 소용이 없다. 나미가 아무리 만류해도 루피가 “요시!”를 외쳐버리면 상황은 ‘요단강 건너간 뒤’기 때문. 루피, 우솝, 쵸파의 트리플 멍플(멍텅구리 플레이)에 시달린 탓으로 종종 톱날 이빨 괴수로 변한다. 현실적 마인드의 소유자인 그녀도 단 하나 맛가는(혹은 막가는) 지점이 있으니 바로 돈. 피치 못할 사정으로 어릴 적부터 ‘도둑+구두쇠+고리대금업자’로 자라 돈 밝힘증이 심하다. 위험하다는 말에 톱날 이빨 괴수로 변했다가도 ‘보물도 있다’고만 해주면 순식간에 해맑은 표정으로 돌아선다. 전투력은 부족하지만 깡다구에서만은 지지 않는다.
우솝/
생긴 건 피노키온데 하는 짓은 양치기 소년. 심각하게 겁이 많은데다 허풍벽까지 있다. “아하하하! 너 같은 것 한방에 보내주겠다!”라고 소리친 뒤 재빨리 나무 뒤에 붙어 이렇게 외친다. “가랏! 조로!” 새총으로 화약이나 썩은 계란 등을 발사하는 게 주특기. 자신보다 더 멍청한 악당이 나타났을 시 허풍과 거짓말을 구사하기도 한다. 물론 공격하려는 게 아니라 어쨌거나 면피하고 보자는 심정이다. 새 섬이 나타났다는 말을 들으면 (특히 그 섬의 모험 강도가 높거나 베일에 싸여 있다면) 자기는 ‘섬에 상륙할 수 없는 병’에 걸렸다며 끙끙거린다. 비굴과 허풍으로 끊임없이 웃겨주는 캐릭터지만, 밀짚모자 해적단에 진짜 약자는 없다. 자신의 소심함을 극복하려 언제나 노력하며, 때로 약한 자가 얼마만큼 용기를 보여줄 수 있는지를 증명해주는 멋진 캐릭터다.
상디/
고잉 메리호의 요리사. 발차기의 제왕으로 루피, 조로와 더불어 실질적 전투를 담당한다. 고무고무 열매를 먹은 것도 아닌데 발차기할 때 다리가 어디까지 늘어난다(절대 미스터리). 그가 공격에 발만 쓰는 것은 요리사로서의 손을 금쪽같이 여기기 때문. 그에게 조리(엄지와 검지 사이를 끼게 되어 있는 슬리퍼)는 금물. <원피스 2기 극장판-네지마키섬의 모험>에서도 조리 신고 있다 발 다쳐 꽤나 욕봤다(이럴 땐 재빨리 구두를 던져주도록 한다). 열혈이라는 점에서 조로와 쌍벽을 이루지만 일본식이 아니라 프랑스식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언제나 슈트 차림이며 담배를 달고 사는 애연가다. 본인이 요리사인 만큼 미식가여서 얼치기 요리로 깝죽대는 놈을 보면 박차고 일어선다. 설령 적이라도 여자는 절대로 공격하지 못하는 신사로 언니에겐 모든 것을 퍼줄 준비가 돼 있다. 단, 신사는 신사인데 밝힘증이 있다.
니코 로빈/
가장 나중에 루피 일행에 합류한 악마의 열매 능력자. 아무 곳에나 손들을 튀어나오게 하여 상대를 결박하고 공격할 수 있다. 미모 출중, 몸매 쭉방, 두뇌 비상하며 성격까지 쿨하다. 그러나 완벽한 사람 없다고, 그녀에겐 치명적인 흠이 있다. 세계를 위협하는 병기의 비밀을 기록한 고대 문자 ‘리오 포네그리프’를 해독할 수 있는 마지막 인간이라는 것. 고고학자라니 우아하긴 한데 덕분에 정부와 악당들의 표적이 돼 일평생 쫓겨 살아야 했으며, 누구와 같이 있건 (본의 아니게) 그들을 위험으로 몰아넣는 숙명을 껴안게 됐다.
토니토니 쵸파/
악마의 열매를 먹고 사람처럼 변한 순록. 극도로 귀여운 외모 때문에 꽃사슴, 너구리, 수달 등으로 오해받는다(그럴 경우 절대 발끈. 물론 발끈해봐야 그뿐). 왕따로 외롭게 살다 의사의 손에 거두어져 굉장한 의술을 익혔다. 어린애처럼 해맑으며, 진심으로 열심히 하겠다고 생각한다. 칭찬해주면 “아하하하! 그런 말 들어도 하나도 안 좋다 뭐! 아하하하하~!”라며 좋은 기색을 감추지 못한다. 루피의 장단에 맞춰 쿠당탕 뛰어다니다 나미의 속을 뒤집어놓기도 한다. 천성이 착하고 겁이 많아 싸움에는 그리 적합치 않다. 힘써야 할 상황이 되면 덩치를 키우거나 네발로 달리는데, 자아는 여전히 ‘꽃사슴 쵸파’ 상태. 겉모습과 본모습(그리고 귀여운 목소리)의 미묘한 언밸런스가 웃음을 자아낸다. 그러나 우솝과 마찬가지로 극한의 상황에 몰리면 약자의 용기를 보여준다. 특히 42권에서는 <강철의 연금술사>를 연상시키는 우울하고 기괴한 모습으로 변신해 충격을 선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