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원피스>? 야한 만화인가요?
A. 이 원피스는 그 원피스가 아닙니다. 여러 등장인물 중 원피스를 입고 나오는 인간은 찾기 어려울 정도죠(가끔 극장판에서 나미 정도). 어쨌거나 관계없다구욧. 여기서 말하는 원피스(One Piece)는 ‘궁극의 위대한 보물’쯤 될겁니다. 골드 D 로저라는 인간이 있는데, ‘해적왕’이 된 위대한 해적이라죠. 그가 모은 엄청난 보물이 그랜드 라인 어딘가에 있다는 거예요. 세상 유일의 보물, 혹은 세상을 다 아우를 만한 엄청난 보물, 그를 일컬어 원피스라 한 거랍니다. 루피도 해적왕과 원피스를 목표로 꿈의 항해를 하는 건데, (어디까지나 개인적 의견이지만) 어쩌면 원피스는 보물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원피스>는 루피와 그 동료들의 모험 이야기니까요. 위대한 보물이란 결국 동료애로 뭉친 그들 자신과 또 이들이 함께하는 모험 자체가 아닐까나? 하지만 믿거나 말거나. 당췌 끝이 나야 원피스의 비밀이 밝혀지든 말든 하죠.
Q. 그랜드 라인은 또 뭐예요?
Q. 42권이나 나왔는데 아직도 끝이 안 났다면서요?
A. 맞고요. 달랑 몸 하나로 시작한 루피가 동료도 얻고, 배도 얻고, 그랜드 라인에도 들어가고, 하늘섬에도 가고,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웬갖 것을 다 하려니 모험에 모험이 꼬리를 물어 그리된 모양입니다. 문제는, 어쨌든 루피 일행이 그랜드 라인을 일주해야 얘기가 끝날 텐데, 아직 반도 못 온 거 아닌가 싶다는 거죠. 그리고 샹크스도 만나야 하지 않겠어요? 모쪼록 그걸 다 하려면 100권은 넘어야 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군요. 어떤 사람들은 <원피스>를 보려면 15권쯤부터 보라는 얘기도 해요. 일리가 있는 게, 다섯 번째 멤버인 상디가 팀에 합류하는 게 8권이고, 루피 일당은 12권이 돼서야 그랜드 라인에 들어가거든요? 그때 쵸파와 로빈은 아직 합류하기도 전이고요. 그 과정을 다 보려면 진이 빠질만도 하죠. 하지만 저 말의 진짜 의미는 아마 그 정도쯤 가야 <원피스>가 재밌어지기 시작한다는 걸 겁니다. 사실 <원피스> 초반부는 너무 폼을 잡아요. 일본 만화 특유의 ‘신념 강의’도 심하고, 초반에 등장하는 적들은 후반부 애들에 비하면 약골들인데도,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존재인 양 ‘후까시’를 부려서 낯간지러워요. <원피스>가 진짜 재밌어지는 순간은 캐릭터들이 다 모여서 ①루피, 쵸파, 우솝이 방정을 떤다 ②나미가 톱니 괴물로 변한다 ③열혈 조로와 상디는 자기들끼리 따로 티격태격한다는 식의 ‘캐릭터 개그’가 시작되는 순간부터예요. 말하자면 이런 표정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튀어나오는 순간부터라는 거죠. 저거 아주 중독돼요.(사진 1/2/3/4)
Q. <원피스> 등장인물은 다 불사인가요? 왜 아무도 안 죽나요?
A. 저도 그게 참 궁금합니다. 죽도록 맞거나, 울트라 캡숑 초특급 에네르기 번개에 감전돼 통구이가 돼도 (한동안 시체놀이하다) 벌떡 일어나죠. 그래서 주인공들은 아무리 맞아터져도 이제 걱정 안 됩니다. 주인공들만 그런 게 아니에요. 알라비스타 왕국의 이가람 아저씨, 죽었다고 기정사실화했다가(그래서 분위기가 얼마나 비장했다고요) 악당 다 죽고 사건 마무리되니까 “살아 있었습니다”라며 재등장하죠. 그 에피소드에 죽은 걸로 됐다가 살아 돌아온 사람, 한둘이 아니에요. 하늘섬 에피소드도 죽었다 살아나기 장난 아닙니다. 서바이빙 게임이라며 ‘지금까지 살아남은 사람 몇명’이라며 죽은 사람 수 실컷 세놓고, 막판되면 통닭구이됐던 인간들이 구석구석에서 슬금슬금 기어나와요. 뭐 대체로 악당은 죽어도 착한 사람들은 안 죽는다고 보시면 돼요. 좀 웃기지만 그게 또 <원피스>의 매력이죠. 그래도 보세요! 40권대로 넘어가면서 루피랑 우솝이 싸우고 로빈이 배신을 때리는 등 드디어 오다 에이치로도 ‘갈등’을 이용하기 시작했어요! 그리되니 재밌긴 한데 역시 ‘좋게 끝났으면…’ 하고 바라게 되는군요. 아마 역시 좋게 끝나겠죠?
Q. 만화책 사이사이에 이상한 페이지들이 끼어 있던데요?
SBS는 <원피스>가 연재될 당시 오다 에이치로가 독자에게 받은 질문들과 그에 대한 답을 싣는 페이지예요. 딴죽 걸려는 건지, 정말 궁금한 걸 묻는 건지 요상한 질문들이 올라오죠. 일종의 놀이인 거죠. 보세요. 독자, “(가시가시 열매 능력자) 미스 더블 핑거는 몸 말고 옷에서도 가시가 솟아나는데 왜 그런 거죠?” 오다, “어? 그거 혹시 가시로 옷을 찢으라는 소리? 그랬다간 엄청 에로틱한 만화가 돼버리는데? 그리고 이왕 그렇게 할 거라면 난 표지에도 그걸 그릴 테니까 다들 책방에서 무지하게 창피를 당하게 될 텐데?” 독자, “18권 28페이지에 나오는 바다 고양이는 왼쪽 귀에 귀걸이를 하고 있지 뭡니까.” 오다, “아, 그건 귀털입니다.” 독자, “옛날에 영국에서는 귀족을 서(Sir)라고 불렀다고 하던데요. ‘서 크로커다일’의 ‘서’는 거기서 따온 건가요?” 오다, “글써어….” 독자, “Mr.3는 악마의 열매 능력자인데 왜 19권 185페이지 3컷째에서는 물에 둥둥 떠 있는 거죠?(악마의 열매 능력자는 수영을 못하는 맥주병이 되거든요)” 오다, “여러분 아직 뭘 잘 모르시는군요. 그건 바로 우연히도 Mr.3 몸 밑에 ‘굉장히 물에 잘 뜨는 나무토막’이 있었던 거예요. 통상 사람의 부력은 3둥둥 정도로 씨름 선수 정도가 되면 5둥둥 정도가 된다고 하는데요. 저 때의 ‘굉장히 물에 잘 뜨는 나뭇조각’은 특별하게 상태가 좋아서 13둥둥을 기록했다고 부력학자 둥둥야마 우키지로씨는 발표했습니다.”
Q. 만화책이랑 TV 애니메이션은 알겠는데, 극장판 애니메이션은 무슨 이야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