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디파티드> 배우 잭 니콜슨 인터뷰
2006-11-28
글 : 옥혜령 (LA 통신원)

-영화 홍보 일정 때문인지 피로해 보인다.
=홍보와는 상관없다. 어젯밤에 너무 무리를 한 탓이지… 뭘 했는지는 묻지 말라. (웃음)

-<디파티드>는 홍콩영화 <무간도>의 리메이크인데, 혹시 원작과 비교해볼 수 있을까.
=리메이크라고 듣기는 했다. 하지만 원작을 본 적도 없고, 아는 바가 별로 없다. 우리 모두 리메이크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영화 작업과 관련해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리메이크할까 등을 논의한 적은 없다. 어떤 사람들은 원작을 보기도 했다는데, 내 생각에 이건 그냥 또 하나의 다른 영화가 아닐까 싶다. 잘 모르겠군. 오히려 우리가 고심한 것은 이 영화가 마틴 스코시즈가 지금껏 꽤 많이 작업해온 갱스터 장르 영화라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어떻게 좀더 독특하게 차별화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였다. 리메이크보다는 이 문제에 신경을 많이 썼다.

-장르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갱스터 캐릭터 중에는 익숙한 것들이 많다. 특히 마피아 두목의 경우 <대부> 캐릭터는 관객에게 강렬하게 인상을 남긴 전형이다. 당신은 어떻게 새로운 갱스터의 이미지를 만들어냈나.
=물론 이 영화는 <대부>가 아니라 <디파티드>니까, 그 캐릭터를 반복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내가 맡은 캐릭터는 아주 비열한 인물이니까 최대한 비열하게 그릴 수밖에. 물론 관객이 고개 돌릴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아주 나쁜 악마라는 걸 전달하고자 했다. 완전히 권력에 망가진 캐릭터지. 한마디로 미쳐버린 왕이라고나 할까. 완전히 꼬여서 마음속 깊은 구석까지 믿음이 없는 사람이라고 할까.

-지금까지 당신의 수많은 필모그래피에서 이 역이 차지하는 위치는 무엇인가. 당신이 연기한 많은 악한들과 다른 새로운 점이 있는가.
=있다. 보통 이런 캐릭터에 섹슈얼한 면을 첨가하지는 않는다. 괴물 같은 악한(Monster Villain), 이런 캐릭터는 많이 다뤄지지 않았다. 이번에 우리가 그걸 좀 해본 거다. 아주 작은 디테일이긴 하지만 새로운 시도다. 남들이 알아차리든 말든 간에…. 편집에서 얼마나 살아남을지 잘 모르겠지만. 음, 최근에 코미디를 많이 했다. 지난 3년간 해마다 만들었으니까…. 그래서 나쁜 남자를 연기해보고 싶었다. 뭐, 지금까지 좋았던 운이 이번에도 계속될지는 모르겠다. 사실 배우들이 연기를 배울 때도 그렇지만, 새롭고 예측 불가능한 캐릭터가 되어야 할 때 제일 쉬운 방법은 역설적으로 더 많이 자기 속에서 끄집어내는 것이다. 그리고 그걸 가지고 개념화하는 거다. 그러니까 그 채널이 더 많이 열려 있을수록 총체적으로 결과물은 더 많이 달라진다.

-그럼 이번 악한도 당신 속에서 불러낸 것인가.
=물론.

<디파티드> 촬영현장

-구체적으로 어떻게 당신 속의 악마를 불러내는가.
=음… 내 마음 한구석에는 내가 원하면 누구든지 어떤 방식으로든 마음 내키는 대로 섹스하고 싶은 욕망이 있다. 물론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지만, 미치광이를 연기할 때만큼은 그 본능을 풀어놓을 수가 있다.

-다른 연기자와의 호흡은 어떻게 연기에 영향을 끼치나. 특히 이번 영화에서 젊은 주연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음. 이 문제에 관한 한, 나는 내 연기론에 따라 다른 배우들도 일단 완벽할 것이라 가정한다. 그 다음부터는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연기한다. 새로운 배우하고 작업한다든가, 새로운 방식으로 작업할 때는 다르게 양념을 치는 거다. 이번 영화에서 연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상당히 괜찮다고 생각한다. 뭐 유명한 배우들이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도 많긴 하지만, 마티가 특별히 깊이있는 앙상블 연기에 능한 배우들을 불러모았으니까 실망하지는 않을 거다.

-마틴 스코시즈가 촬영장에서 작업하는 방식은 어떤가. 연기 지시나 요구를 많이 하는 편인가.
=일단 마티는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다. 그게 주변 사람들을 전염시키지. 그리고 분위기를 만드는 데 탁월하다. 영화마다 분위기가 항상 잘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특히 매번 새롭게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게 어려운데, 이번 영화 분위기는 상당히 자극이 될 만큼 훌륭해서 만족스러웠다.

-앞으로 꼭 해보고 싶은 역이 있는가.
=딱히 떠오르는 게 없다. 영화는 결국 가능성의 예술 아닌가. 그때 그때 나한테 주어진 역 중에서 제일 창의적인 역할을 골라서 하게 되겠지.

(이 인터뷰는 <씨네21>과 잭 니콜슨 단독 인터뷰 형식으로 지난 8월 LA에서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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