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짧은 만남, 긴 이별, <오래된 정원>의 지진희, 염정아
2007-01-05
글 : 최하나
사진 : 서지형 (스틸기사)

6개월의 사랑, 그리고 17년의 이별. <오래된 정원>은 80년대 격변하던 한국사회의 질곡에 관한 초상인 동시에, 아픈 시대를 넘어 울리는 사랑 노래다. 군부독재에 저항하는 지하조직의 일원으로 도피생활에 들어간 현우는 은거를 도와준 여자 윤희와 사랑에 빠지지만, 결국 그녀를 뒤로한 채 감옥에 갇히고 만다. 끝내 살아 재회하지 못하는 두 사람은 그러나, 윤희가 남긴 낡은 일기장과 캔버스를 통해 비로소 조우한다. 황석영의 원작 소설이 때론 내달리고, 때론 휘감으며 섬세한 문체로 전했던 사랑의 음영을 스크린에 오롯이 옮겨놓은 것은 지진희와 염정아. 세월의 굽이를 지나 다시 한번 공명할 수 있었던 현우와 윤희처럼 지진희와 염정아는 2002년 <H>로 호흡을 맞춘 뒤 4년 만에 나란히 한자리에 섰다.

<H>를 찍을 때만 해도 파릇한 신인이었던 지진희는 어느새 ‘한류 스타’가 되었고, 염정아 역시 <장화, 홍련> <범죄의 재구성> 등 쉬지 않고 필모그래피를 쌓아올렸다. 서로가 과거와는 사뭇 다른 위치에 섰지만, 자칭 ‘월드컵 커플’이라고 넉살을 부리는 이들에게선 아는 남자, 아는 여자 앞에서만 내보일 수 있는 느슨하고 온화한 공기가 절로 배어나온다. “밥 먹고 합시다!”를 외치며 스튜디오에 들어선 지진희는 김밥과 떡볶이, 꼬치를 쉬지 않고 먹으면서도 한쪽에 “우리 정아 거”를 따로 챙겨놓는 깜찍한 성의를 보였고, 염정아는 지진희의 얼굴을 보자마자 “오빠, 어제 몇시에 들어갔어?” 캐물으며 전날 늦게까지 이어진 술자리를 걱정했다. CF를 통해 으레 부각되곤 하는 정중함이 하나의 벽처럼 느껴졌던 지진희는 이날만큼은 “솔직히 원작 소설은 지루해서 읽다 말았다”며 툭, 말을 건넬 정도로 직선적이었고, 콕 찔릴 것처럼 예민할 것만 같던 염정아는 부산하게 스탭들의 밥을 챙기며 맏언니 같은 털털함을 보여주었다. 서로의 존재가 있어 더욱 편안해 보였던 두 사람. 이들이 함께 가꾼 오래된 정원 안으로 들어가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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