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왜 그랬대? 설경구와 김남주가 영화에 함께, 그것도 부부 역할로 출연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의 첫 반응은 그런 것이었다. 지독한 놈, 징그러운 놈, 상종하기 싫은 놈의 이미지가 뚜렷한 설경구와 널찍하고 잘 꾸며진 P아파트에서 세련된 정장을 입은 채 커피잔을 지그시 들고 있을 것 같은 우아한 여성 김남주의 만남이라니. 그렇게 상극처럼 보이는 두 사람은 2월1일 개봉하는 <그놈 목소리>에서 각자의 기존 이미지를 벗어던졌다. 설경구는 시청자의 인기를 얻고 있는 번듯한 앵커로, 김남주는 노메이크업 상태의 주부로 나온다니, 그 조화가 궁금해질 법도 하다.
그러나 이 부부를 놓고 조화나 어울림 같은 것을 따질 여유는 없다. 1991년 일어난 ‘이형호군 유괴사건’을 바탕으로 하는 <그놈 목소리>에서 이들 부부는 사랑하는 아들을 유괴범에게 납치당하는 절박한 입장에 처하기 때문이다. 가슴이 메이고 숨이 막히며 정신이 까마득해지는 두 사람은 각자의 아이를 떠올리며, 또는 떠올리지 않기 위해 고개를 저으며 연기에 임했다. 이 피말리는 44일의 이야기를 찍었던 4개월 동안 두 배우는 감정의 극한을 경험했다. 너무도 냉정해서 진짜로 잔인한 유괴범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김남주는 주먹으로 가슴을 하도 두들겨 피멍을 품은 채 지내야 했고, 설경구는 수많은 밤을 뜬눈으로 새워가며 폐인처럼 살아야 했다. 로맨틱한 상황도, 톡톡 쏘는 애정의 줄다리기도 없었지만 두 사람이 서로를 절실하게 이해하게 된 것도 영화 속 캐릭터의 고통을 실제 자신의 것처럼 받아들여야 했던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진을 촬영하는 내내 두 사람이 한 조각의 웃음조차 머금을 수 없었던 것도 영화 속 부모들이 감내해야 한 속끓는 분노와 슬픔이 되새김질돼왔기 때문인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