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인기 가수 유이를 내세운 청춘영화 <태양의노래>
2007-02-14
글 : 김민경
이미 일본에서 유이의 음반 홍보물로서의 효과를 입증한 영화

불치병이라는 소재는 마음 놓고 엉엉 울 수 있는 기회를 관객에게 제공하지만 대개는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한다. 소재의 진부함을 사려깊게 요리해 보편적인 삶의 문제로 승화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작품이 자주 찾아오는 건 아니다. <태양의 노래>가 선택한 불치병은 색소성건피증(XP)이라는 특이한 병이다. 태양빛을 쬐면 치명적인 신경질환을 앓게 되는 16살의 카오루(유이)는 또래 학생들이 재잘재잘 떠들며 학교를 향할 때 커튼을 닫고 잠을 청한다. 소꿉친구 미사키와 부모의 극진한 배려로 외로움은 덜하지만, 식구들과 둘러앉은 저녁 식탁에서 혼자 아침 식사로 하루를 시작하는 카오루에겐 타인과 함께하는 순간조차도 묘하게 고립감을 자아낸다. 그녀가 애타게 바깥을 갈망하는 순간은 매일 새벽 서핑보드를 들고 집 앞을 지나가는 이름 모를 소년을 훔쳐볼 때다. 밤이 깊어지면 쓸쓸한 거리에 나와 직접 쓴 곡으로 혼자만의 거리 콘서트를 계속하던 어느 날, 그녀의 노래가 짝사랑하는 코지(쓰카모토 다카시)의 발길을 붙잡는다. 하루하루를 목표없이 보내던 코지는 열심히 재능을 키워가는 카오루의 생명력에 점점 이끌리지만, 따사로운 태양빛은 두 사람을 잔인하게 갈라놓는다.

일본의 작은 바닷가 마을을 무대로 한 <태양의 노래>는 실제로 싱어송라이터인 인기 가수 유이를 내세운 청춘영화다. 두 소년 소녀는 태양 아래 서로 만날 수 없지만, 코지로 인해 노래할 이유를 찾은 카오루와 그녀에게 삶의 목표를 찾아주며 꿈 하나없이 불안하게 흘러가는 자신의 청춘을 채우는 코지는 그들만의 행복한 시간을 누린다. 불치병이라는 소재로 출발하지만 영화는 질질 늘인 비극으로 눈물을 짜내지 않고, 절제된 독백과 카오루의 우스꽝스런 차양복(遮陽服)으로 가장 슬픈 장면을 대신한다. 하지만 두 사람이 완성하는 희망의 노래는 주위 사람들의 따뜻한 품성과 멋진 우연의 연속에 힘입어 완성되는 것이기도 하다. 단짝친구는 사춘기의 갈등도 없이 언제나 카오루를 도와주고, 도시에서 거리 공연에 도전한 날엔 불시에 준비된 세션맨들이 나타나 그녀의 공연을 빛내준다. 그녀에겐 이미 천재적인 재능이 있고, 관계엔 어떤 균열도 발생하지 않는다. 영화는 주인공들의 감정의 흐름을 설명하는 수단으로 카오루의 사랑스런 노래를 전면 배치하는데, 노래에 드라마를 의탁한 정도가 지나친 탓에 그 노래들은 카오루가 아닌 가수 유이의 것으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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