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t Buy My Love> 유이/ 소니BMG 발매
지난 2월에 개봉한 영화 <태양의 노래>는 영화 자체보다도 여주인공 유이의 음악이 더 화제가 되었던 소박한 일본 멜로다. 영화는 태양빛을 볼 수 없는 색소성 건피증으로 인해 해질 녘부터 동틀 녘까지만 바깥세상을 접할 수 있는 16살짜리 소녀의 이야기다. 소녀는 밤이 되면 기타를 들고 광장에 나가 자작곡한 노래들을 부르곤 한다. 또래 소녀들의 마음을 아련하게 만드는 이 멜로영화에서 유이는 실제로 자신이 작사·작곡한 노래들을 직접 기타를 안고 불렀다. 이 영화의 삽입곡 3곡으로 구성된 싱글은 이제 갓 스무살 문턱에 들어선 가수의 어쿠스틱한 감성이 나이답지 않게 뛰어난 재능에 바탕해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완성도 높은 멜로디 라인을 그리는 록발라드 테마 <Good-bye Days>, 후렴구 멜로디가 상쾌하게 반복되는 <Skyline>, 성숙한 기타 솔로 라인을 들려주는 <It’s Happy Line> 등은 실력있는 1집을 내놓고도 지명도가 높지 않았던 일본의 소녀 록뮤지션을 국내에 제법 알리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유이는 2004년 소니뮤직 오디션에서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로 1위에 선발되면서 메이저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1987년생으로 오디션에 선발될 당시 17살이었던 유이는 그전까지는 나름 ‘인디 뮤지션’이었다. <It’s Happy Line>은 유이가 데뷔 전에 곡을 만들어 연주, 녹음하고 톈진의 노점상에서 손수 판매했던 CD 음원을 그대로 수록한 것이다. 최근 발매된 2집 <Can’t Buy My Love>와 관련한 인터뷰에서 일본 잡지들은 스무살짜리 싱어송라이터에게 ‘천재’라는 타이틀도 곧잘 갖다 붙인다. 이번 앨범 역시 한곡을 제외한 12곡이 모두 그의 자작곡이다.
<Can’t Buy My Love>는 전체적으로 굵직한 모던 록사운드를 지향하면서 베이스라인과 드럼라인을 강조한 힘찬 비트에 비중을 많이 실었다. 유이가 걸록에 대한 까다로운 취향을 가진 사람들에게 음악적으로 어필하기 어려운 단 한 가지 이유라면 그의 여린 보컬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멜랑콜리하거나 적당히 달콤한 포크나 팝류로 갔어도 나쁘지 않을 법한 목소리인데, 지앵쟁쟁 떨리는 기타 사운드 안에서 스무살의 싱어송라이터는 자신이 갈 길을 씩씩하게 노래한다. 그 강단있는 정서가 사랑스럽다. 유이는 십대를 마무리하는 길목에서 일반적으로 다들 그러듯 상실감을 노래하기보다 경쾌하게 ‘고맙다’라는 인사를 건네는 곡을 이번 앨범에 넣었다(<Thank You My Teens>). “타협 없는 작품집을 잘 감상해달라”는 인사가 아니더라도 스무살의 생생한 진심이 곡들에서 전해진다. 미국에 걸록 붐을 일으켰던 에이브릴 라빈도 간간이 떠오르고, 섣불리 천재라 부를 수는 없겠지만, 총명한 십대 소녀의 본격적인 성장을 지켜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