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2007 한국 영화산업 파워50] 11위~30위
2007-05-03
글 : 문석
글 : 강병진

11위.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
점점 활성화되고 있는 PPP와 2년째를 맞은 마켓이 큰 기대를 얻고 있다. 포스트 김동호 시대를 위해 계획된 부산국제영화제의 새로운 조직구성에 대해서는 그가 없는 부산영화제가 상상이 안 간다는 평가도 있다. 어떤 응답자는 “한국영화를 국제적으로 알린 진실한 힘의 어른”인 김동호 위원장의 장수를 위해 “영화인들이 매년 홍삼을 선물해드려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12위. 최용배/ 청어람 대표
무려 35계단 상승이다. 지난 한해 동안 최용배 대표만큼 이름을 각인시킨 제작자는 없을 것이다. 그는 <괴물>이 만든 또 한 마리의 괴물이다. 영화인들은 독한 싸움에서 살아남은 그의 끈기를 높이 샀다. 의욕있게 시작한 배급사업까지 접어가며 <괴물>을 제작해야 했지만 영화의 세계적(!)인 흥행으로 제작비 회수는 물론이고 다시 투자와 제작에 사활을 걸 수 있는 토대까지 마련했다. <괴물> 이후의 라인업도 충무로를 긴장케 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해부학교실>이 촬영을 끝마쳤으며 손예진 주연의 <낙랑클럽>을 비롯해 강풀의 동명만화를 원작으로 한 <26년>이 그의 손길에서 매만져지고 있다. 위험한 선택을 성공으로 이끄는 그의 승부사 기질이 어떻게 발휘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13위. 안정숙/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위기의 한국 영화계가 영화진흥위원회를 바라보는 시선은 더욱 절박해졌다. 스크린쿼터가 축소에 이어 현행유보된 상황에서 정부가 약속한 한국영화에 대한 여러 지원책들을 운용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 덕분에 지난 2005년 5월 취임한 안정숙 위원장의 순위상승에는 지난 업적에 대한 평가는 물론, 앞으로의 행보에 대한 기대가 두텁게 쌓였다. 말하자면 그는 “한-미 FTA 이후 정부와 충무로 사이를 조율할 보이지 않는 손”이다. 영화인들은 그가 영화 다양성 확보와 지원정책뿐만 아니라 수많은 마켓과 영화제에서 해외 영화산업인들을 일일이 챙기는 모습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취임 이후 예술영화관 아트플러스 사업을 강화하고 독립영화·예술영화의 상영 및 배급지원에 힘써온 안정숙 위원장은 영화산업 합리화를 위한 스탭 처우개선을 비롯해 영화인 재교육사업까지 펼치며 근면하게 움직였다. 올해는 정부가 약속한 영화진흥기금의 실질적 운영책임자로서 더 많은 고민과 구상을 해야 할 상황. 최근 발표한 2007년 영화진흥위원회 사업계획에 따르면 영진위는 한국영화의 해외진출 확대, 영상전문인력 양성, 영화인복지지원 및 정책지원, 그리고 디지털시네마 등 기술기반 강화를 위해 다양한 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14위. 심재명/ MK픽처스 이사
지난해 <구미호 가족> <아이스케키> 등 여러 영화가 실패했지만 심재명 이사는 오히려 대담하게 대응하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중국에 멀티플렉스를 설립한 데 이어 배급부문에서도 국내외 12편의 영화가 대기 중인 상태. 강제규 감독의 할리우드 프로젝트가 준비 중이고 임순례 감독의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과 노근리 사건을 다룬 <작은 연못> 또한 향후 라인업으로 정해져 있다.

15위. 김일천/ CJ CGV 대표
“한국 영화유통의 최대 망 사업자.” 2007년 1월, 멀티플렉스 체인 CJ CGV가 새롭게 맞이한 선장. 영화계 입성은 막내지만, 실질적인 영향력은 누구도 무시할 수 없다. CJ홈쇼핑 문화사업부와 패션·뷰티사업부 상무에서 CGV 대표로 발탁된 김일천 대표는 스크린 독점이나 부율논의 등 2007년 영화산업 주변부에서 일어날 다양한 변화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다. 취임 이후 뚜렷한 활동을 보이지 않는 모습이 오히려 눈에 띄고 있다는 게 영화인들의 의견이다. 대표의 영향력이 조직 전체의 대표성에 미치지 못하는 약점이 지적되고 있지만, 멀티플렉스 포화에 따른 극장가의 수익저하 시대에 새로운 사업모델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해 조직 쇄신에 들어갔다.

16위. 정태성/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상무
지난해 <괴물>과 <미녀는 괴로워>의 성공으로 6계단 상승했다. 두 영화 덕분에 쇼박스의 ‘행동대장’ 자리를 굳혔으며 동시에 계열 제작사인 모션 101의 수장까지 맡게 됐다. 하지만 올 하반기 개봉될 <디 워>가 그의 입지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미지수. 그러나 그런 모험도 정태성 상무이기에 가능했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시스템과 자본을 양질의 콘텐츠로 연결시킬 줄 아는 매니저로 평가받고 있다.

17위. 안성기/ 배우
“충무로가 힘들 때마다 생각나는 이름.” 바쁘게 뛰어다닌 한해였다. 부산국제영화제 부위원장을 비롯해 스크린쿼터 사수에 앞장서며 국회와 거리, 해변을 오갔다. 대중과의 소통에 가장 효과적으로 나설 수 있는 인물이라는 게 중평. 영화인들은 한국영화의 상징적인 존재인 그가 한-미 FTA로 인한 제작환경 변화에 영화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줄 것으로 기대했다.

18위. 임권택/ 감독
영화인들은 “충무로의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아이콘”으로서 그의 순위를 8계단 상승시켰다.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영화인 <천년학>의 완성은 올해 한국 영화계의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다. 무엇보다도 그의 순위상승은 숫자보다 끊임없이 영화의 내적인 가치를 고민하고 있는 노력 때문이다. 100번째 이후의 작품을 얼마나 더 지속할 수 있느냐가 한국 영화산업의 건강성을 대변할 것으로 보인다.

19위. 정태원/ 태원엔터테인먼트 대표
지난해 개봉한 영화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흥행영화에 대한 동물적인 감각에서는 여전히 인정받고 있다. 특히 현재 활발히 진행 중인 한·중·일 공동 프로젝트인 <삼국지- 용의 부활>에 대한 기대로 4계단 상승했다. 자체 펀드 구축으로 안정적인 제작 시스템을 마련한 것과 함께 아시아와 할리우드 저변에 깔린 네트워크 또한 부러운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20위. 김미희/ 싸이더스FNH 공동대표
이름값에 비해 다소 미약한 한해였다. 하지만 싸이더스와의 합병으로 제작·투자 산업전반에 대한 영향력이 증대한 것만은 주지의 사실. 싸이더스가 배급과 TV까지 진출한다면 영화계 여성 인사 중에서는 단연 최고 파워우먼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다수 영화인들은 ‘좋은영화’ 시절 보여준 그의 독자적인 색깔이 빨리 드러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21위. 강제규/ 감독
한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탓에 순위는 하락했지만 “침묵이 더 무게있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태극기 휘날리며> 이후, 현재 할리우드에서 SF영화를 준비하고 있는 강제규 감독에 대해 영화인들은 치밀한 계획과 뚝심, 그리고 언제나 기대를 만족시키는 한방이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올해는 좀더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내야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지지 않을 듯 보인다.

22위. 최완/ 아이엠픽쳐스 대표
<아파트> <플라이 대디> <사랑따윈 필요없어> 등이 연이어 실패했지만, <괴물> <타짜> 등의 성공으로 안정적인 투자 수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순위변동 역시 안정적. 침체기에 접어든 한국 영화계에 그의 분석능력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현재 투자 작품인 <므이>의 개봉을 앞두고 있으며 3D로 제작될 <로보트 태권브이>와 신씨네의 <드래곤 워리어>에 투자를 진행 중이다.

23위. 장동건/ 배우
<무극> 이후로 뚜렷한 활동이 없는 탓에 순위는 하락했지만 여전히 티켓파워의 정상에 있는 배우. 배용준이나 이병헌과는 다른 스타일로 1인 기업을 만들었다는 평가다. 작품선정에 신중을 기한다면 배우와 스타로서의 생명력은 더없이 강할 것이라는 조언도 함께 있다. 현재 장쯔이와 함께 출연하기로 한 다국적 프로젝트 <사막전사>로 또 한번 이슈의 중심에 섰다.

24위. 김명곤/ 문화관광부 장관
“그의 활동이 한국영화의 미래를 결정할 것.” 그의 순위상승은 그동안의 활동에 대한 평가보다도 앞으로의 행보에 대한 절박한 기대 때문이다. 영화인 출신 문화관광부 장관으로서 스크린쿼터 축소상황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한 것에 대한 서운함은 있지만, 현 상황에서 국가적인 흐름을 어떻게 통제해 나갈지 이목이 집중되어 있다.

25위. 최진욱/ 한국영화산업노조 위원장
지난 4월12일, 영화제작자와 스탭들간의 노사협상이 타결됨에 따라 충무로에 대변혁의 시기가 도래했다. 지난해 1월2일 노동부로부터 설립 필증을 받은 이후 1년3개월 만의 성과. 충무로 최초의 노사합의를 위해 최진욱 한국영화산업노조 위원장은 그동안 제협과의 협상 테이블을 꾸리는 한편, 수많은 촬영현장을 발로 뛰며 조수급 스탭들의 지지를 얻어내야 했다. “4년 전에 스탭들과 한 창고에 모여 그려온 일이 이제야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합의안에 사인까지 했지만 아직 실감이 나질 않는다.” 그의 업적에 대해 한 영화인은 “한국 영화사 100년에 아무도 못한 일을 이룬 인물”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협상이 타결되었다고 해서 그에게 잠시 숨을 돌릴 짬이 생긴 건 아니다. 협상안이 시행되는 오는 7월1일 이후부터는 현장에서 발생할 혼란을 대비하고 해결해야 하기에 그는 여전히 바쁘게 뛰어다녀야 할 입장이다. 타결된 협상안을 더욱 공고히 하고 종용하는 방법을 강구하는 한편,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해야 할 스탭들을 위해 각종 교육과 간담회를 개최하여 구조개선에 힘쓸 계획이다. 또한 최저임금을 상회하는 임금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2차교섭도 준비 중이다.

26위. 박무승/ KM컬쳐 대표
<미녀는 괴로워>의 대박흥행에 힘입어 무려 14계단 상승했다. <이중간첩>과 <빙우>의 흥행실패로 한동안 침체기에 있었으나 지난해 <그해 여름>을 시작으로 올해 초 <허브>까지 제작행진을 이어갔다. <미녀는 괴로워>로 탄탄한 제작기반을 구축했으며, 현재 안성기 주연의 <아버지와 아들>과 <어젯밤에 생긴 일>을 준비 중이다. <미녀는 괴로워>의 김용화 감독의 다음 영화 또한 기대되는 프로젝트.

27위. 김인수/ 시네마서비스 대표
지난해 천국과 지옥을 경험했다. 하지만 “양대 메이저와 유일하게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배급사의 2인자”로서 그의 순위는 큰 변동을 보이지 않고 있다. <황진이> <즐거운 인생> 등 중견감독들의 든든한 라인업으로 재도약의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이며, 정지우 감독의 <모던보이>와 한지승 감독의 <싸움> 등 여전히 공격적인 투자와 제작활동을 펼치고 있다.

28위. 김지운/ 감독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경악할 만한 캐스팅을 이뤄내면서 올해 가장 많은 기대를 받는 감독으로 등극했다. 덕분에 스타배우를 기용하려던 스타감독들은 당분간 개점휴업을 해야 할 상황. “스타일이 세계관만큼의 힘을 가지고 있다는 걸 증명하는 감독“, “프로듀서의 마인드를 가진 능력있는 연출자”로 부러움을 사고 있다.

29위. 오기민/ 아이필름·마술피리 대표
정훈탁 IHQ 대표의 영화에 대한 야심을 실현시켜줄 해결사로서 아이필름에 안착했다. 제작가협회의 브레인으로서도 이름 그대로 “항상 기민하고 부지런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좀더 안정된 기반 위에서 마술피리 시절 못다 풀어낸 기획력을 마음껏 쏟아내고 있는 분위기. 현재 김대승 감독의 <연인> 등을 준비하면서, 아이필름을 1년에 5편 이상 만들 수 있는 대형 제작사로 변화시키는 중이다.

30위. 이창동/ 감독
문화관광부 장관에서 영화감독으로 복귀한 뒤 준비한 신작인 <밀양>이 개봉을 앞두면서 17계단 상승했다. 지난해에는 영화문화에 끼친 공로를 인정받아 프랑스로부터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기도 했다. 송강호, 전도연 주연의 <밀양>은 그의 또 다른 수작 리스트에 등재될 영화로 전망된다. “영화산업의 다변화시대에도 우직하게 자기 자리를 지킬 것”으로 기대되는 감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