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뢰더의 멋진 세계>라는 제목은 아이러니다. 주인공 슈뢰더는 독일, 체코, 폴란드 3개국 접경지역에 대규모 리조트 계발 계획을 뒤쫓지만 그의 꿈은 허황되게 무너지고 진정 ‘멋진 세계’는 아주 사소한 현실 속에서 겨우 싹을 틔우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전달하는 미카엘 쇼르 감독의 방식은 우울하거나 건조하지 않고 유쾌한 풍자의 형태를 띤다. 영화 속을 지배하는 유머와 넉살은 4월28일(토) 오후 2시 메가박스 4관에서 상영 후 열린 GV에서도 이어졌다. 마리아 역의 여배우 미카엘라 베할이 동석한 GV 자리에서 첫 질문이 선뜻 나오지 않자 감독은 불쑥 “첫 질문 던지기가 원래 좀 어렵죠?”라며 먼저 이야기를 시작해 분위기를 편하게 만들어주었다.
쇼르 감독은 이 영화가 궁극적으로 “긍정적인 메시지”를 담는다고 설명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려는 슈뢰더의 허황된 꿈에 대해서는 내 입장은 비판적이다. 그러나 그 꿈을 성취하는 데 실패하더라도 현실은 얼마든지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다.” 감독은 세 나라의 인물을 “동일한 관심과 애정을 바탕으로 묘사했다”며 “독일인의 편견을 담지 않았다. 독일에서 몇몇 영화제를 통해 상영됐는데 지금까지의 반응이 부정적이지 않았다”고 설명하고 “이 영화는 민족성에 관한 것이기보다 모든 인간에게 있는 나약함과 본성에 관한 영화”라는 친절한 설명으로 관객들의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한 관객이 “영화 마지막에 세 마리의 늑대가 등장하는데 그것이 3개국을 상징하는 것인지” 묻자 감독은 웃음을 터뜨렸다. “음, 그건 나도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인데 굉장히 좋은 지적이다. 다음 GV 때나 인터뷰 때 나한테 그런 아이디어가 있었다고 얘기해야겠다.” 이 말에 객석에서도 웃음이 터졌다.
관객들은 영화 속에서 큰 인상을 남긴 가수 캐릭터와 그의 음악에 대해서도 궁금해 했다. 감독의 설명에 따르면 이 가수는 15년간 음악 활동을 해온 사람인데 한 번도 크게 성공한 적은 없다고. 스크립트 없이 매번 즉흥 연기를 한 것을 그대로 화면에 담았다는 말에 관객들은 놀라워하기도 했다. 결말 부분의 늑대 신도 특수효과가 아닌 실제 늑대를 갖고 촬영한 것이라 한다. 4년 전 독일남자의 미국여행기 <슐츠 겟츠 더 블루스>를 통해 문화적 충돌을 또 한 번 그려낸 바 있는 미카엘 쇼르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못 다한 이야기를 2편에서 할까 생각 중이라는 농담 어린 이야기로, 영화에 깊은 호감을 가진 관객들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