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지적 장르주의자의 유쾌한 놀이? <참 아름다운 세상>
2007-04-30
글 :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참 아름다운 세상> WWW.What a Wonderful World
파우지 벤사이디/프랑스,모로코,독일/2006년/99분/인디비전

이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인가. 마그레브 영화의 신진 작가 파우지 벤사이디는 역설로서 그렇게 말한다. 인터넷으로 지령을 받아 살인청부업을 일삼는 남자, 일선 경찰이지만 가난한 사람들에게 휴대폰을 빌려 주고 용돈을 버는 여자, 그리고 모로코를 떠나 유럽으로 가고 싶어 하는 어떤 청년. 이들이 <참 아름다운 세상>에 살고 있는 주인공들이다. 그들에게는 딱히 어떤 삶의 의지나 미래가 있는 것 같지 않다. 그들은 이 사막 한 가운데의 도시에서 외로움을 느끼거나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한다. 어느 날 살인청부업자는 여경찰의 전화 목소리를 듣고 나서 사랑에 빠지고, 청년은 끝끝내 유럽행을 결심한다. 살인청부업자와 여경찰이 서로의 음성을 교환하며 호기심을 쌓아갈 즈음 그들은 우연히 같은 장소에서 마주치기도 하지만 서로의 존재를 알기란 힘들다. 결국 마지막에 가서야 알게 된다.

이런 이야기를 매우 감각적으로 전달하는 파우지 벤사이디는 지적 장르주의자로서의 발달된 촉수를 갖고 있다. 편집에는 반전이 있고, 장면에는 숨쉴 만한 여백과 유머러스한 생략이 있다. 여기에 애니메이션의 삽입까지 합하면 이 영화는 일종의 하이브리드 장르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참 아름다운 세상>을 지적 장르주의자의 유쾌한 놀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은 미리 암시한 역설의 제목을 실천이라도 하는 듯한 마지막 장면 때문이다. 감독의 핵심은 마지막 장면에서 백미를 이룬다. 이 도시가 매우 조용한 듯하지만 사실 많이 위험한 곳이라는 점을 기억할 것. 감독인 파우지 벤사이디 본인이 무뚝뚝하고 고독한 주인공 살인청부업자 역할을 직접 연기했다는 것도 특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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