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계획 없이 “우리는 단지 영화를 같이 만드는거야” 라는 문장 하나로 시작된 영화 <대일 프로젝트>. 구체적인 설명이나 세세한 계획 없이 그저 배우와 감독 사이의 소통과 그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영화의 제작 과정을 보여준다. 익숙하지 않은 형식의 <대일 프로젝트>는 5월1일 오후 2시 영화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를 가졌다. 감독 김계중과 배우 김대일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자리는 다른 GV 시간들과 마찬가지로 시작하자마자 질문이 바로 나오지는 않았다. 김계중 감독이 “지난 4월27일에 있었던 첫 GV때는 끊임없이 공격을 받았는데, 오늘은 화기애애하다.” 라는 농을 던지며 서먹한 분위기를 풀어주자 조금씩 질문들이 나왔다.
“전작을 재미있게 보았다. 이번 작품은 재미가 없었다(웃음). 어떤 이유로 만들게 되었나”라는 관객의 말에 “감독이 모든 것을 컨트롤하는 권위적인 위치에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노력을 하고 그 결과에 만족하며 사는 삶처럼, 영화 또한 만들고 난 다음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다시 찍는 것이 아니라 담담히 받아들이는 태도를 배우고 싶었다”고 답했다. “그래서 만족하는가?” 라고 되묻자, “만족한다. 그런데 재미가 없어서 죄송하다” 라는 말로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가 가르치는 학생이 관객으로 찾아오기도 했다. “언제나 너의 영화는 무엇이냐는 교수님의 질문만 받다가 이렇게 교수님께 질문을 드리니 감회가 새롭다”며 “이것은 김대일의 <대일 프로젝트>가 아닌 감독의 ‘계중 프로젝트’인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함께’ 라는 말을 해놓고 지시를 내리기도 해서 온전히 우리의 영화라고는 말할 수 없는 아쉬운 부분도 있다. 하지만 서로의 합일점을 찾기 위한 노력이 있었고 100%는 아니지만 서로가 공감한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배우이자, 영화 속 또 하나의 영화인 <잠자리채>의 감독이기도 한 김대일. 그에게도 질문들이 쏟아졌다. “영화를 찍은 후 깨닫게 된 것이나 변한 점이 있는가”라고 묻자, “첫 상영 때는 아니라고 대답했다. 내 모습이 커다랗게 나오니까 부담스럽기만 했다. 지금 다시 보니 조금은 객관적으로, 멀리서 볼 수 있게 되었다.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진 못했지만 앞으로도 계속 보다 보면 더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대답을 내놓았다. 영화 속의 그는 마지막까지 석연치 못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소통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오고 있는 고민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 설명했다.
약간의 즉흥성이 가미된 완전한 극영화라는 다음 작품에 대한 설명으로 관객과의 대화 시간은 마무리 되었다. “실시간 영화가 될 예정이다. 다른 프로젝트들도 여전히 준비 중이다. 재미있게 또는 무겁게, 한가지 형식만 고집하지 않고 자유롭게 만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