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소식]
[인터뷰] <슈뢰더의 멋진 세계> 감독 미카엘 쇼르
2007-05-03
글 : 김민경
사진 : 조석환
“‘MOVIE’를 한다는 건, 결국 ‘MOVE’ 한다는 것 아닌가”

순진한 슈뢰더는 동유럽의 황무지에 열대 리조트 ‘매직 라군’을 만들어 지역발전에 기여하려 한다. 이 황무지야말로 “테러도 없고 쓰나미도 없는”, 이 시대가 원하는 환상의 리조트에 적임이란다. <슈뢰더의 멋진 세계>는 독일-체코-폴란드 국경지대의 어수룩한 사람들이 리조트 프로젝트를 두고 벌이는 우스꽝스런 소동극이다. 충돌하는 이해관계를 향한 카메라의 썰렁한 시선이 웃음을 자아내는 이 영화는 EU 공동체에서 느끼는 동구 주민들의 소외감과 이 지역에 뻗쳐오는 미국 자본에 대한 블랙코미디적 우화이기도 하다. 국경지역의 거대 담론을 미니멀한 소극에 풀어낸 미카엘 쇼르 감독은 영화를 통해 ‘경계’를 넘는 화합과 연대를 꿈꾸고 있었다.

-독일-체코-폴란드 국경지대의 타우슈리츠라는 구체적인 장소에서 찍었다. 실제로 존재하는 마을인가.
=그렇다. 처음 <슈뢰더의 멋진 세계>를 구상할 때부터 그 지역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국경지대에는 다른 곳엔 결코 없는 특유의 공기가 있다. 영화를 찍기 전에 그 지역을 실사하고 주민들을 만나며 그 지역을 파악했다. 국경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경계’라는 주제에 늘 관심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경계는 언제나 갈등과 혼란이 벌어지는 곳이다. 내가 독일-프랑스 국경지대 출신이라 그런지도 모른다. 신기한 건 실제로 이 지역을 답사해봤다니 정말 2년 후에 리조트가 들어온다는 푯말이 붙어있는 거다. 의외로 나… 사업감각이 있는 건지도.

-행복한 리조트를 만들려는 이상주의자 슈뢰더는 결국 불순한 외국 세력인 러시아계 미국인 사장, 한탕을 노리는 기회주의자인 폴란드인, 국수주의자인 독일인 삼촌 등으로 분열과 좌절을 겪는다. 이 지역의 조화로운 발전과 협력에 대해 부정적인가.
=매우 어려운 문제다. 유럽에서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질 땐 큰 기대가 있었다. 그 경계선과 함께 모든 문제가 사라질 것 같았는데 오히려 각 나라마다 이해관계 때문에 갈등이 생기고 더 많은 경계가 태어났다. 영화에서 독일인, 체코인, 폴란드인은 러시아계 미국인인 사장 등에게 끌려다니다가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좌절한다. 하지만 끝은 꼭 이들이 함께 길을 찾아가는 모습으로 하고 싶었다. 이상은 외부 세력이 가져다주는 게 아니라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이 힘을 모아 만들어가는 거라고 믿는다.

-인물을 거대한 배경 속에 조망하는 익스트림 롱샷과 롱테이크가 많다. 인물들이 벌이는 소동에 거리를 두고 보는 장치로 느껴졌다.
=카메라를 거의 움직이지 않은 이유는 화면을 한편의 화폭처럼 만들고 싶어서다. 관객이 인물들을 분석하며 바라볼 수 있게 하고 싶었다. 영화 초반부 극의 배경은 주로 슈뢰더네 집 식탁 같은 좁은 실내 공간이고, 넓은 곳이라도 카메라의 범위를 극히 고정했다. 그러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국경지대의 광활한 평야로 배경을 넓혀가고 인간은 아주 작은 존재처럼 보인다. 더 넒은 시야가 필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당신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준 감독은.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 계열 영화가 좋다. 특히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작품은 첫 작품부터 마지막 작품까지 시대순으로 따라가면서 주욱 다 봤다. 필연적 연결 고리 속에 인간의 좌절을 그리는 이야기 형식이나 고정된 카메라, 미술적인 요소를 정말 좋아한다. 카우리스마키의 유머도 정말 멋지다. 등장인물을 조롱하며 웃기는 코미디가 아니라 그들이 처한 상황으로부터 웃음을 자아내는 능력이 천재적이다.

-당신이 영화를 만드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영화를 해서 좋은 점은 자신의 편협함을 깨뜨릴 수 있다는 점이다. 국경지대를 상상하고 실제 장소를 답사하고 사람들을 만나다보면 평소에 관심을 안 가졌을 부분에 대해 자연스레 알게 된다. 그러면서 내 관심사 바깥의 문제를 상상하게 되고, 그것을 바꾸려는 노력을 모색하게 된다. 지금 국제사회는 경계를 벗어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꾸 경계를 만들고 남과 나를 구분하려 하는데, 여기에서 공포와 적대가 생겨난다. 경계를 넘어 움직여야 한다. ‘MOVIE’를 한다는 건 결국 ‘MOVE’ 한다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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