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뉴스]
전쟁만 나빠요, 일본 사람 안 나빠요
2007-06-05
글 : 정재혁
단골 망언 정치인 이시하라 신타로 각본·제작한 <나는 당신을 위해 죽으러 간다> 국수주의 논쟁
<나는 당신을 위해 죽으러 간다>

나는 국가를 위해 죽으러 간다? 5월12일 일본에서 개봉한 영화 <나는 당신을 위해 죽으러 간다>가 국수주의 논쟁에 휘말렸다. 전직 작가이자 도쿄도지사인 이시하라 신타로가 각본을 쓰고 제작 총지휘를 맡은 이 영화는 2차 세계대전 말미 미국에 대항하기 위해 목숨을 던졌던 일본의 젊은이들을 그린 작품. 영화는 일명 ‘가미카제’라 불리는 자살특공대가 주인공으로, 식당 여주인 도리하마 도메가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그려진다. 일본 전국 326개관에서 개봉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스파이더맨 3>와 <게게게노 기타로>에 이어 첫주 흥행수입 3위에 올랐고, 배급사인 도에이는 개봉 다섯주 안에 2백50억엔의 수입을 올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수차례 망언으로 문제가 됐던 이시하라 도지사가 직접 각본을 쓰고, 전쟁 당시 일본이 마지막으로 사수한 오키나와 출신 감독 다쿠 신조가 연출을 맡아, 제작 단계부터 정치적인 논란이 예상됐던 이 영화는 일반 관객에게 의외의 호평을 받고 있다. “전쟁의 무시무시함을 깨닫게 됐다”, “몰랐던 역사적 사실에서 소중함을 알게됐다”는 게 대다수 관객의 평. 관객층도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하다. 이에 대해 일본 언론들은 <고> <핑퐁>의 구보즈카 요스케, <용과 같이2>의 도쿠시게 사토시 등 스타 배우가 출연하고, 일본의 대표적인 록그룹 B’z가 주제곡을 부른 점이 젊은 관객이 영화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한 요인이라 설명했다.

<전국 자위대 1549> <남자들의 야마토> <망국의 이지스> <로렐라이> 등. 최근 일본에서 제작된 전쟁영화의 국수주의 논란은 사실 별로 새로울 것이 없다. 이는 최근의 전쟁영화가 일본을 피해자로 그리고, 이를 일반화하기 때문이다. <나는 당신을 위해 죽으러 간다>도 이런 경향과 다르지 않다. 특히 영화에서 젊은이들의 대모처럼 등장하는 음식점 주인 도메는 영화를 정치보다 사람 이야기로 서술하기 위한 장치. 이시하라 도지사도 “정치적인 이야기를 할 생각은 없다. 전쟁을 미화할 생각도 없다. 다만 현재 젊은이들에게 당시의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영화 전문 비평 사이트 <초영화비평>은 “이시하라 같은 보수파가 만든 영화라면 이상할 게 없다”고 말한 뒤, “무리해서 보수색을 감싸려 하지만, 결국 실패한다”고 평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아리랑>을 부르며 목숨을 던지는 한국인 캐릭터도 정치적인 논쟁을 비켜가긴 힘들어 보이는 인물. 다쿠 감독은 “그 캐릭터는 실제 사실에 근거한 인물이며, 나는 오히려 당시 젊은이들을 전쟁터로 내몰았던 관리들을 비판한다”는 멘트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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