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주부, 비바> Viva
안나 빌러/ 미국/ 2007년/ 120분/ 월드판타스틱 시네마
70년대 성혁명에 대한 비주얼 코멘터리, 또는 대략 난감하고 겁나 므흣한 에로틱 판타지. 1972년 미국, 성해방의 물결에 풍덩 빠져든 중산층 주부 바비의 짜릿한 모험담이 펼쳐진다. 완벽한 남편과 함께 풀장 딸린 고급주택에 사는 주부 바비, 그러나 집안일만 하고 있기엔 그녀는 너무 섹시하다. 무료한 바비를 자극하는 유일한 꿈은 모델이 되는 것. 일밖에 모르는 남편에게 방치당한 채 성해방 잡지 <비바>의 누드 사진을 보며 내면의 욕구를 달래던 그녀는 결국 대담한 이웃집 주부 쉴라와 함께 집 울타리 너머의 섹시한 세계에 몸을 던진다. ‘비바’라는 예명의 콜걸로 새로 태어난 그녀는 누드촌과 동성애, SM 플레이, 히피의 세계를 탐험하며 새로운 문화에 눈뜬다.
우선 완벽하게 부풀린 70년대 헤어와 과장된 섹시 란제리, 다채로운 컬러의 세트 디자인과 거침없이 뒹구는 발랄한 누드에 눈부터 맡기시라. 21세기의 이상적 몸매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바비의 황홀한 자태하며, 절묘한 타이밍에 흘러나오는 끈적이는 음악하며, 맥락없이 끼어드는 조악한 섹스신에 ‘대략 난감’한 진땀을 흘리는 사이, <환상의 주부, 비바>는 아프리칸 리듬에 팝페라까지 동원한 뮤지컬 장면을 거쳐 환상적인 애니메이션으로 버무린 절정의 향연으로 당신을 인도한다. 이 모든 것을 만들어낸 주인공은 영화의 제작, 감독, 각본, 의상, 미술에 주연 바비 역까지(!) 도맡은 안나 빌러 감독. 지난 세기 포르노그래피의 유치찬란한 클리셰와 어색한 연기까지 정교하게 재현한 솜씨를 보노라면 감독의 특별한 감각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70년대 포르노에 대한 패러디인지, 오마주인지 헷갈리는 뻔뻔 발칙한 이 영화, 어쩌면 포르노그래피를 브레히트적 소격효과로 재창조한 고도의 부조리극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