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2008 기대작] 김성수 감독의 <각시탈>
2007-09-13
글 : 문석
사진 : 서지형 (스틸기사)
죄의식의 가면을 쓴 한국형 슈퍼히어로

“제가요, <각시탈> 때부터 선생님 팬이었거든요. <각시탈>은 제 인생의 만화입니다.” 김성수 감독이 데뷔작 <비트>의 판권을 얻기 위해 만화가 허영만을 찾았을 때 했던 이야기는 입바른 거짓말이 아니다. 중학교 1학년 때 대본소에서 허영만의 초기작 <각시탈>을 만났던 그는 이 만화 속 캐릭터에 빠져들고 말았다. “그 무렵 내가 만화나 다른 데서 보던 전형적인 영웅과 달리 이 만화 속 주인공은 인간적인 영웅이었다. 영화를 시작할 때 든 생각도 잘되면 <각시탈>을 내가 만들어볼 수 있겠구나 하는 것이었다.”

<각시탈>이 그를 사로잡은 가장 큰 이유는 영웅의 내면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 때문이다. 1930년대 조선에서 시작되는 이 만화의 주인공 영은 일제의 경찰로 일하지만, 조선인과 일본인이 화합할 수 있다고 믿는 순수한 청년이다. 그는 각시탈을 쓴 채 일본 경찰과 군을 공격하는 정체 모를 조선인을 추적하다 우발적으로 그를 죽음으로 몰아넣게 되고, 각시탈의 정체가 자신의 친형이라는 사실을 깨닫곤 충격에 휩싸인다. 이후 형으로부터 물려받은 각시탈을 가지고 만주로 가 일본군을 응징하게 되는 영이라는 캐릭터는 확실히 일반적인 영웅과 다르다. 타고난 감각에 일제로부터 배운 무술을 결합시켰고, 만주에서 갖은 싸움을 통해 상대방의 무예를 체득하며 엄청난 무공을 쌓게 됐지만, 그는 씻을 수 없는 원죄를 품고 평생 살아가야 한다. “각시탈을 쓰고 슈퍼히어로로 변신하는 순간, 그는 원죄의 트라우마 속에 빠져들게 된다. 그 가면은 자신이 죽게 한 형의 것이잖나.” 영화 <각시탈> 또한 이 같은 영웅의 혼란스러운 정체성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영화 속 주인공 이름을 허영만 만화의 대표적인 캐릭터 ‘강토’로 바꾼 김성수 감독은 “강토가 1 대 100으로도 싸울 수 있는 것은 트라우마로 인해 광기가 발산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결국 일본군을 상대로 한 강토의 싸움은 애국심에서 비롯됐다기보다는 세상의 모든 싸움과 마찬가지로 동물적 광기의 발현에 가까운 것이 된다.

이 영화의 또 하나 중요한 포인트는 시공간적 배경이다. 일제 지배하의 1930년대 만주는 혼란스러운 곳이었다. 만주족과 일본인 외에도 조선인, 한족, 러시아인 등이 뒤얽혀 살아가고 있었고, 제국주의적이지만 이상주의적인 면이 있었던 통치세력의 다양한 개발이 진행됐기에 이곳엔 무언가 부글거리는 듯한 열기 또한 감돌고 있었다. 만주와 일본 등으로 오가며 이러한 정황을 취재했던 김성수 감독은 영화의 배경인 가상의 도시 만동을 <배트맨>의 고담시와 같은 기묘한 분위기로 보여줘도 무방하다는 생각이다. 모든 이야기가 이곳에서 벌어지기 때문에 ‘한 독립운동가를 미끼로 조선 독립군을 일망타진하려는 일제의 음모와 이를 격퇴하는 강토의 액션’을 그리게 되는 <각시탈>은 한국 또는 중국에 대형 오픈세트에서 대부분 촬영을 진행할 예정이다. 만약 이 영화가 “액션영화의 신기원을 열고 싶다”는 김성수 감독의 목적을 달성하게 된다면 한국 영화계는 쓸 만한 슈퍼히어로를 보유하게 될지도 모른다.

Key Point: 액션

김성수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아시아에서 만들어지는 액션영화의 전범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다. 그는 이를 위해 <비트> <무사> 등을 통해 한국적인 액션을 창조했던 파트너 정두홍 무술감독과 함께 머리를 맞댄 채 고민을 하고 있다. 그가 생각하는 <각시탈>의 액션은 크기를 자랑하거나 CG를 통해 가공된 것이 아닌 스타일로서의 액션이며, 그 스타일은 지극히 한국적인 것이다. “흔히들 한국영화의 싸움을 ‘개싸움’이라고 부르는데, 나는 그것이 통제되지 않는 에너지를 담고 있어 세계적인 액션이 되기에 굉장히 좋은 요소라고 생각한다.” 김성수 감독은 실제 싸움과 유사한, 그래서 그닥 스타일리시해 보이지 않는 한국의 ‘개싸움’이라는 요소와 와이어 기술을 근간으로 하는 중국, 홍콩의 애크러배틱 액션을 결합해 새로운 ‘아시아적 액션’을 구상하고 있다. 특히 주인공 강토는 각시탈을 쓰는 순간 “미치광이처럼 폭주”하는 캐릭터이기에 개싸움을 기본으로 하는 액션이 어울리는 지점이 클 것으로 보는 것. <무사>를 끝낸 이후 새로운 액션에 대한 고민을 멈춘 적이 없다는 그는 “이제 심리적 사실성에 기반한 액션을 어떻게 시각화할 것인지 대략 잡게 된 것 같다”고 말한다.

제작 나비픽처스
촬영예정 2007년 말
개봉예정 2008년 중
예상제작비 70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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