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시 역의 니키 블론스키
낭랑 18세 소녀의 무한 도전
<헤어스프레이>가 낳은 최고의 스타. 147cm에 불과한 단신에, ‘XXXL’ 사이즈를 입는 몸으로 할리우드 메이저 뮤지컬영화의 주연을 꿰찬 18살의 당찬 소녀다. 5살 때부터 노래를 시작한 블론스키는 재학 중인 고등학교에서 <레 미제라블> <스위니 토드> <키스 미 케이트> 등 여러 무대의 연기 경험을 쌓았다. 전문적인 경험도 쌓고자 수많은 오디션에 지원해서 매번 낙방했다. 3년 전 브로드웨이 뮤지컬 <헤어스프레이> 오디션도 그중 하나다. 당연히 트레이시 역. 자신의 15살 생일 기념으로 공연을 보고 반해서 오디션에 지원했던 블론스키는 “너무 어리다”는 이유로 낙방했다. 블론스키를 캐스팅한 애덤 솅크먼 감독은 “그녀가 처음 현장에 나타났을 때 그저 말을 잃을 만큼 근사했다”고 다소 호들갑스러운 호평을 했다. “노래를 하고 춤을 추기 시작하는데 <퍼니 걸>의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를 보는 기분이었다.”
<헤어스프레이> 이후 쏟아지는 인터뷰에서 예의 활달한 성격을 감추지 못하는 블론스키는 앞으로 <메리 포핀스> 뮤지컬을 해보고 싶다고. 이유는 “청소차 위에 올라타봤으니 이젠 우산을 타고 날아다니고 싶어서”다. 그녀는 자신이 트레이시를 만난 것이 “축복”이라며 이렇게 덧붙였다. “나와 같은 어린 친구들에게 말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너는 네가 원하는 게 될 수 있어. 꿈을 좇아. 그러면 무슨 일이든 일어날 거야. 내가 살아 있는 증거잖아.”
링크 역의 잭 에프론
TV뮤지컬 <하이 스쿨>이 낳은 꽃미남
“트레이시, 네가 몸무게가 몇이 나가더라도 널 사랑해!” <코니 콜린스 쇼>의 꽃미남 스타 링크가 트레이시의 사진을 껴안고 노래할 때 그 푸른 눈빛을 누가 거부할 수 있으랴. 니키 블론스키라는 초신성의 그림자에 다소 묻히긴 했지만 <헤어스프레이>의 잭 에프론은 여성 관객의 시선을 꽉 붙들어매기 충분한 매력덩어리. 지난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올해 스무살이 된 에프론은 11살 때부터 연예계 활동을 시작했다. <ER> <CSI> 등 TV시리즈에서 작은 조연들로 꾸준히 얼굴을 비춰오던 그는 지난해 TV 뮤지컬영화 <하이 스쿨>로 단박에 스타덤에 올랐다.
고등학생들의 일상과 사랑을 그린 <하이 스쿨>은 올해 2편이 방영됐고 현재 3편이 제작 중일 만큼 인기가 높지만, 단 한 작품으로 인기에 오른 스타들의 후속 커리어가 대개 그렇듯 에프론도 <하이 스쿨> 1편을 끝낸 뒤 비슷한 십대영화들 외에 별다른 시나리오를 받지 못했다. “이후로 정말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8개월을 기다렸을 때 그의 앞에 <헤어스프레이> 시나리오가 도착했다.
에프론이 링크를 연기하기 위해 머릿속에 염두에 둔 것은 엘비스 프레슬리와 뮤지컬영화 <그리스>의 대니 주코. 대니 주코는 물론 20여년전 존 트래볼타가 연기했던 그 인물이다. “대니나 엘비스가 내 나이처럼 어렸으면 어떤 모습일까를 많이 생각했다”고. 애덤 솅크먼 감독도 그 점을 주문했다. 원작 뮤지컬에 없는 링크의 솔로곡 <Ladies’ Choice>가 이번 영화에 들어간 까닭도 에프론의 캐릭터를 좀더 엘비스 프레슬리에 가깝게 보이기 위함이다. 잭 에프론은 현재 <하이 스쿨>에서 만난 상대 여배우 바네사 앤 허젠과 열애 중이다.
시위드 역의 일라이자 켈리
달콤 부드러운 블랙의 유혹
“검은 초콜릿의 달콤함을 맛보았으니 이제 돌아갈 곳은 없어~.” 엄마에게 억눌려 살던 금발소녀 페니의 노랫말이 귀에 쏙쏙 들어올 만큼 시위드는 선하고 다정하며 매력적인 흑인 청년이다. 1986년생인 일라이자 켈리는 니키 블론스키와 함께 <헤어스프레이>가 발굴한 배우. <헤어스프레이> 이전까지 10여편의 영화 및 TV에 출연했으나 샌드라 불럭의 멜로 <28일동안>, 춤을 소재로 한 안토니오 반데라스 주연의 학원물 <테이크 더 리드> 등에서 기억나지 않는 조연으로 스쳐갔다.
그 때문인지 켈리는 자신이 <헤어스프레이>의 주연으로 캐스팅될 줄 꿈에도 몰랐다. 영화의 오디션을 몇 단계에 걸쳐 치르는 동안 자신이 “코러스나 백댄서나 엑스트라를 할 줄로” 여겼다고. 영화에서 ‘시위드의 섹시 댄스’를 근사하게 선보이기도 한 일라이자 켈리는 음악적 재능이 다방면으로 뛰어나 노래를 비롯해 춤, 피아노, 드럼까지 다룬다. <헤어스프레이>를 찍으면서 제일 애먹은 기억은, 60년대 스타일로 펌을 해야 했던 것. “일단 네 곱슬머리부터 펴자”라는 헤어 디자이너의 주문에 사흘간 생각할 시간을 얻어갈 만큼 소심한 청년이기도 하다.
미국 남부 조지아주 태생인 켈리는 TV에서 윌 스미스 같은 흑인 스타를 보며 배우를 꿈꿨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그의 부모가 과감히 직업을 그만두면서 아들과 함께 LA로 거주지를 옮겼다. 켈리가 현재 작업 중인 새 영화는 프랭크 시내트라와 함께 ‘랫 팩’으로 불리며 라스베이거스 쇼 무대의 최고 스타로 활약했던 새미 데이비스 주니어의 전기물이다.
코니 콜린스 역의 제임스 마스덴
<엑스맨> 싸이클롭스의 기막힌 끼
사실 <헤어스프레이>의 최고 캐스트를 꼽으라면 블론스키도, 에프론도, 켈리도, 수줍고 사랑스러운 60년대 뚱보 아줌마 존 트래볼타도, 그의 다정한 남편 크리스토퍼 워컨도, 예의 악녀 연기에 뛰어난 미셸 파이퍼도, 퀸 라티파의 카리스마도 아니다. 바로 <코니 콜린스 쇼>의 진행자 코니 콜린스, 제임스 마스덴이다. 치약광고라도 하듯 20개 이빨을 죄다 드러낸 미소와 부릅뜬 눈, 건들대는 몸짓까지 마스덴의 천연덕스러운 60년대 스타일의 쇼 MC 연기는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 우리나라 연예인에 비교하면 설운도쯤 연상시키는 기름진 복고 이미지의 재현이 너무 완벽해서 도저히 웃지 않을 수 없다. 영화의 치기 어린 낙관주의를 대놓고 혹평한 <빌리지 보이스>도 “<헤어스프레이>가 제정신이 아닌 꼴로 작별인사를 하기 전까지, 1950년대의 순진함의 요약본은 제임스 마스덴”이라고 쓰고 있다.
공식 연기경력 15년 차인 마스덴은 TV시리즈 <앨리 맥빌>과 단연 브라이언 싱어의 <엑스맨>을 통해 얼굴을 알렸다. 눈에서 발사하는 광선 때문에 특수안경을 써야만 하는 싸이클롭스 역할을 왜 그가 했는지, 농담 삼아 <헤어스프레이>의 코니 콜린스 눈빛에 비유하면 알 법도 하다. 고등학생 시절 이후 한번도 뮤지컬을 해본 적 없는 마스덴은 “<엑스맨> 같은 영화만 내리 하다보니 뮤지컬 같은 장르 퍼포먼스가 하고 싶었다”고 한다. 실제로 휴 잭맨과 <오즈에서 온 소년> 뮤지컬을 할 생각이었는데 스케줄 문제로 프로젝트가 엎어지면서 마스덴은 내심 포기 중이었다고.
<헤어스프레이>에서 보여준 특출난 노래 실력에 어느 기자가 그의 보컬 테크닉을 묻자 마스덴은 답했다. “성대모사입니다.” 마스덴이 좋아하는 보컬은 프랭크 시내트라와 해리 코닉 주니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