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태평천국의 난
청나라 말기인 19세기 초 중국 남부에서 태어난 홍수전은 당시 유입됐던 서양사상 중 성서에 큰 영향을 받는다. 스스로를 예수의 동생이라 일컬은 그는 하느님으로부터 만주족 요괴, 즉 청나라를 제거하고 태평천국을 건설하는 사명을 부여받았다면서 병사를 조직한다. 그는 대부분이 농민으로 구성된 태평천군을 이끌고 난을 일으켜 중국의 중·남부를 장악했고 수많은 왕조의 수도였던 난징까지 점령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베이징의 서태후와 중·남부의 실력자 증국번 등의 공격과 기근으로 수천 만명이 사망하면서 태평천국의 난은 최후를 맞게 된다. <명장>에서 소주성을 지키고 있는 황 장군의 외양이 예수를 닮은 점이나 십자가가 자주 등장하는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 비롯됐다. 진가신 감독은 “조이호가 소주성에서 나온 뒤로 생각이 완전히 바뀌는 것은 예수(황 장군)와 함께 물에 빠지면서 일종의 세례의식을 거친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2. 투명장(投名狀)
<수호지>에서 ‘투명장’이란 말은 영웅 중 하나인 임충이 양산박에 들어가려 할 때 등장한다. 양산박의 두령이던 왕륜은 무예가 출중한 임충을 들이는 것을 꺼려해 그를 돌려보내려 하지만, 임충이 말을 듣지 않자 “당신이 진심으로 우리 산채에 들어올 생각이면 투명장(투항문서)을 들여놓은 다음이라야 되겠소”라고 말한다. 이에 임충이 “붓과 종이를 주면 이 자리에서라도 써드리겠소”라고 하자 옆에 있던 주귀는 양산박에서 말하는 투명장은 보통 문서가 아니라 산 사람의 목을 베어서 두령에 대해 다른 마음이 없음을 입증하라는 뜻이라고 가르쳐준다. 하지만 <명장>의 한글자막에는 투명장이라는 단어가 등장하지 않는다. 한국 관객의 혼란을 우려한 영화사는 대신 ‘목숨을 건 맹세’로 의역해 표현했다.
3. 마신이 살해사건
동치 9년(1870) 7월26일 발생한 마신이의 살해는 여러모로 충격적이면서도 의문이 많이 남는 사건이다. 당시 양강총독이던 마신이는 군사 훈련을 참관하던 중이었는데, 마신이와 같은 고향 출신인 왕함진이 갑자기 그의 앞에 나타나더니 돈을 꿔달라고 간청했다. 그때 담 모퉁이에서 장문상이 나타나 마신이의 옆구리를 칼로 찔렀고 다음날 마신이는 사망했다. 역사에 따르면, 마신이는 반청 집단 중 하나였던 염군에 붙잡힌 적이 있는데 이때 그를 잡은 사람이 장문상이었다. 장문상은 세력이 스러져가고 있던 염군을 탈출하기로 마음먹는다. 염군의 조이호와 석금표(<명장>에서 그는 태평군에 가담한다)는 장문상과 비슷한 생각을 가졌던 인물들로, 마신이까지 네명은 의형제를 맺는다. 마신이는 장문상의 도움으로 염군에서 탈출하고 이들을 청나라군의 무관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던 중 마신이는 조이호의 아내가 절세미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조이호를 출장 보낸 뒤 그의 아내와 정을 통하던 마신이는 두 사람의 불륜이 서서히 알려지자 누명을 씌워 조이호를 사형당하게 한다. 마신이를 죽인 장문상 또한 사형에 처해졌는데, 칼로 200여 차례 살점을 떼낸 뒤 그래도 죽지 않으면 목을 매다는 최악의 방법으로 사망했다고 전해진다. <명장> 또한 강오양이 이렇게 사형당하는 장면을 찍었지만 편집과정에서 삭제했다고 진가신 감독은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