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리포트]
[현지보고] 300년 동안 잠자고 있던 스페인 보물을 찾아라!
2008-02-19
글 : 황수진 (LA 통신원)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 <사랑보다 황금>의 감독과 출연진 현지 인터뷰

1715년. 스페인 여왕의 어마어마한 지참금을 실은 채 허리케인을 맞아 카리브해 바닥으로 사라져버린 아우렐리아호. 이후 잠자고 있는 보물은 예술작품과 당시 문서들을 통해서 희미하게 그 그림자만 드리운 채 전설이 되어버린 지 오래지만, 핀과 테스에게는 처음 둘을 맺어줄 만큼 특별한 꿈이었다. 8년 뒤, 여전히 그 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현실에서는 무책임한 남편이 되어버린 핀과 현실에 지친 테스. 결국 테스는 핀이 제시간에 나타나지 않은 이혼 법정에서 도장을 찍어버린다. 그리고 그런 그녀 앞에 핀과 함께 나타난 것은 300년 동안 잠자고 있던 보물로 그들을 인도할지도 모르는 부서진 그릇 조각. 애써 부정하려 하지만 그 조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테스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10일 안에 남자친구에게 차이는 법>으로 성공적인 호흡을 맞춘 적이 있는 매튜 매커너헤이와 케이트 허드슨이 서로 옥신각신 싸워가면서 보물을 찾아나선 핀과 테스로, 이들 부부의 모험에 본의 아니게 동참하게 되는 억만장자 나이젤 역으로는 할리우드의 관록있는 배우 도널드 서덜런드가, 나이젤의 철없는 어린 딸로는 짐 자무시 감독의 <브로큰 플라워>에서 강한 이미지를 남겼던 알렉시스 지에나가, <베오울프>로 존재감을 한껏 높인 레이 윈스턴이 이제 300년 전에 사라진 스페인 왕실의 보물탐험에 뛰어들었다.

핀의 배가 폭발하는 장면을 다소 느긋한 호흡으로 보여주면서 시작되는 <사랑보다 황금>은 박진감 넘치는 액션으로 매 순간 가슴을 죄는 어드벤처영화라기보다는 카리브해를 배경으로 하는 로맨틱코미디에 가깝다. 각각의 인물들은 전설의 보물을 찾아나선 모험을 통해 자신들을 둘러싼 관계, 소원하지만 내색할 수 없는 나이 많은 아버지와 어린 딸이라든가, 너무나 사랑하지만 같이 있다보면 서로 돌아버릴 것 같은 남편과 아내인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이들이 보물의 위치를 알아내는 결정적인 순간이 300년 전 스페인 왕실의 가족사의 비밀, 보물처럼 역사 속에 묻혀버린 가족애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때라는 점에서 이 영화가 가고자 하는 방향은 분명해진다.

카리브해의 황금빛 태양과 맑고 푸른 바다가 배경인 <사랑보다 황금>은 허리케인 때문에 카리브해 대신 호주에서 9개월에 걸쳐 대부분 촬영되었는데, 수중 폭파장면은 촬영에 필요한 물탱크의 규모가 너무 커서 따로 제작하느라 애먹었다고 한다. 겉으로는 너무나 아름답고 평온해 보이는 바다. 그러나 그 수면 아래 있는 ‘이루칸지’라 불리는 독해파리 때문에 촬영 막바지에 제작진은 철수를 결정할 수밖에 없게 된다. <사랑보다 황금>은 결국 카리브해로 돌아가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고 한다.

<사랑보다 황금>의 라운드 테이블은 샌타모니카의 호텔 카사 델 마에서 이루어졌다. <스위트 앨라바마>와 <Mr. 히치: 당신을 위한 데이트 코치>의 박스오피스 성공으로 수많은 프로젝트 제의를 받아왔다는 앤디 테넌트 감독을 시작으로 도널드 서덜런드, 매튜 매커너헤이와 케이트 허드슨과의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앤디 테넌트 감독 인터뷰

"코미디에서 중요한 것은 웃음의 호흡이다"

-처음부터 매튜 매커너헤이와 케이트 허드슨을 염두에 두었나.
=원래 리즈 위더스푼을 생각했었다. 아무래도 리즈와는 오랜 친구이다보니까. 알다시피 이런 장르는 상대 남자배우 캐스팅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매튜가 물망에 오르게 되자, 그럼 리즈 대신 케이트가 어떨까 싶었다. 리즈는 호주에 가서 촬영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으니까. 일단 케이트는 재미있고 매력적이고, 육체적으로 힘든 연기도 마다하지 않는데다가 이 둘은 전작에서 이미 호흡을 맞춘 적도 있는 등 모든 것이 딱딱 맞아떨어졌다. 알다시피 코미디 연기에서 중요한 것은 웃음의 호흡을 정확하게 잡아내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케이트는 영리한 배우다. 재미있으면서도 순간순간 또 다른 깊이를 더해낼 줄 안다. 이를테면 영화에서 케이트와 도널드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의 경우, 참 아름다운 순간이지 않나.

-그 커플이 특별한 점이 있다면.
=둘은 티격대는 남매 같다. 서로 다르면서도 서로를 필요로 하는 관계이다. 이를테면 핀이 보물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테스의 지도가, 정확히는 지도를 읽어내는 능력이 필요하다. 서로 상대를 너무나 잘 이해하고 있기에 둘은 동시에 어떻게 하면 상대의 뚜껑이 열리는지도 안다. 사실 이들 둘은 보물 자체에 매료되었다기보다는 역사를 사랑하는 커플이다. 미스터리에 끌리는 두 사람은 서로 싸우지만, 결국 함께할 수밖에 없다. 열정을 공유하는 사람들이니까.

-이번 작품이 이전 작품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간 로맨틱코미디를 연속으로 만들면서 이번에는 좀더 큰 규모의 작품을 시도해보고 싶었다. <로맨싱 스톤>이나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와 같은 어드벤처코미디나 코미디스릴러에서처럼 두 장르를 혼합한 작품들 말이다. 한동안 이런 장르의 영화가 나오지 않기도 했고. 그다지 심각하지 않으면서, 말 그대로 재미있는 영화라고나 할까. 그 두 요소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작품. 이를테면 <러시아워>는 액션코미디이지만 기본적으로 액션영화이기 때문에 10분마다 액션신이 들어간다. 반면, 나는 실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평범한 사람들이지만, 어쩌다보니 모험에 뛰어들게 되는 사람들 이야기 말이다. 주위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캐릭터들이 운전할 줄 모르는 비행기에서 떨어져 내려야만 한다라든지. 그러니까 클라이맥스에서 캐릭터가… 대체 우리가 왜 여기까지 왔지라고 되묻게 되는 그런 상황. 그게 재미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보물 사냥꾼은 깨닫는 것이다. 보물을 찾아 여기까지 왔지만, 사실 내 보물은 내 옆에 있는 아내구나. 뭐 이런 깨달음이랄까.

나이젤 역의 도널드 서덜런드 인터뷰

"멋있다고? 옷을 벗으면 전혀!"

-프로덕션 노트에 보면, 캐스팅 당시 제작진에게 이번 캐릭터에 대한 장문의 글을 써서 보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어떤 내용이었나.
=그 내용은… (무척 난감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꼭 이번 작품이 아니라 에이전트가 내게 시나리오를 읽으라고 보내오면, 나는 에이전트에게 언제나 이 캐릭터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고, 어떤 점이 내키지 않는지에 대한 글을 쓰는 버릇이 있다. 그래야 에이전트도 내 선택을 이해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런데 (에이전트 보라고 쓴) 그 편지가 제작진에게도 들어간 모양이군. 원래 글쓰는 것을 좋아해서 쓸데없이 긴 글을 쓰는 경향이 있다.

-나이젤이라는 캐릭터는 어떤 면에서 끌렸나.
=그를 둘러싼 여성들과의 관계, 나아가 가족과의 관계에는 딱 집어낼 수는 없지만 마음에 다가오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그리고 판타지라는 것… 판타지 그 자체라고 해야 하나. 내가 이제까지 겪어왔던 사람들 가운데 그 정도 재력이 있는 사람들 중 300년 전 가라앉은 보물을 찾아나서겠다라는 판타지를 꿈꿀 수 있는 사람이 있었나 싶었다. 오래전 바다에 가라앉은 보물을 찾으러 나서는 것을 통해 어쩌면 소원해진 딸과의 관계를 되돌릴 수 있을지 모른다는 꿈을 꿀 수 있는 사람. 멋있지 않나. 오래전에 <조애나>라는 작품에서 내가 맡았던 영국인을 연상케 하는 면도 있어서 개인적으로 울림이 있는 캐릭터다.

-매튜 매커너헤이와 케이트 허드슨과의 연기는 어땠나.
=매튜와는 이전에도 한번 연기한 적이 있고, 케이트는… 케이트 엄마랑 잘 알아왔으니까. 둘 다 좋은 아이들이다.

-오랫동안 수많은 영화에 출연하면서 이전과 오늘날의 영화에서 달라진 점을 느낀다면.
=요즘 감독들은 기껏해야 14인치 모니터 화면만을 들여다보며 컷을 외치는 것 같다. 예전 감독들은 배우들이 연기하는 바로 그 공간에, 그 순간에 함께 있었다. 그러나 가장 피부로 느끼는 차이는 관객이다. 60∼70년대 관객을 생각해보라. 세계대전이 끝나고, 존 F. 케네디가 암살되고, 로버트 케네디가, 마틴 루터 킹이 총탄에 쓰러졌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더 나은 사회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텔레비전이 지금과 같은 파워를 가지지 않았을 때, 관객은 영화관에 가서 영화 속 목소리에 귀를 귀울이고 사회운동에 참여했다. 그때의 영화는 지금과는 다른 사회를 움직이는 힘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그런 관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72살인데도 여전히 멋있어 보인다.
=옷을 벗으면… 전혀 그렇지 않다. (웃음) 적어도 140살까지는 계속 연기할 테니까 반 정도 온 셈인가? 연기란 내 인생의 즐거움이니까.

주연 맡은 케이트 허드슨과 매튜 매커너헤이 인터뷰

"롤러코스터 속에서의 순간을 즐기려 한다"

-할리우드의 아이콘으로서 살아가는 것이 어떤가.
=케이트 허드슨: 대중의 머릿속에 각인된 나라는 이미지가 있다. 만들어진 이미지이다. 거기에 얽매이기 시작하다보면 버텨낼 수가 없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빌리 허드슨, 골디 혼)이나 그들의 친구들을 보면서 그 이미지가 얼마나 무상한지 늘 지켜보며 자랐다. 결국 나를 단단하게 붙들어주는 것은 가족과 친구들이다. 이 산업은 언제나 끊임없이 움직인다. 롤러코스터처럼. 어느 날은 하늘로 비상하다가도 다음날은 끊임없는 나락으로 떨어져버린다. 그냥 내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다른 사람들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나만의 관점을 늘 유지하면서 살아갈 뿐이다. 그리고 동시에 롤러코스터 속에서의 순간을 즐기면서 살아가려고 한다.

-파파라치가 따라다니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매튜 매커너헤이: 공공장소에서는 상관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가족이나 내 집까지 침범하는 것에 해서는 분명하게 선을 긋는다. 그러면 그들도 다 알아듣는다. 나는 레스토랑 같은 곳에 나타나서 보란 듯이 데이트하며 포즈를 잡는다거나 그러는 타입은 아니니까. (그 말에 케이트 허드슨이 “정말?”이라며 웃는다.)

-영화에서 둘 다 노출이 많은 옷차람인데, 부담스럽지 않았나.
=케이트 허드슨: 그럴 수밖에 없지 않나. 나만 그렇게 여기는지 몰라도, 어떤 날 아침에 일어나 거울을 보면, 오늘은 정말 몸상태가 별로인데 하는 경우가 있지 않나. 남자들이야 그냥 훌렁 벗어버리면 될지 몰라도 여자들은 다르니까. 필라테스를 계속했다.
=매튜 매커너헤이: 전혀. 메이크업이나 의상 때문에 차에서 시간 보내는 것을 싫어해서 영화 내내 간편한 옷차림인 게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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