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오니로쿠는 말 그대로 일본의 사드 백작이다. 일본 관능소설계의 황제로 불리는 이 무자비한 소설가는 현대 사도마조히즘(SM) 미학을 거의 확립한 것이나 다름없으며 지금도 TV와 영화계를 오가며 정열적으로 활동 중이다. 그의 본명은 의외로 평범한 구로이와 사히치코. 단 오니로쿠(團鬼六)라는 이름은 “소화 6(六)년생으로서 SM계의 오니(團鬼: 도깨비)가 될 것이다”라는 각오로 그가 직접 지은 필명이다. 대체 어느 정도로 SM에 빠졌기에 자신의 이름을 바꾸느냐고? 그는 “심지어 유치원 시절에도 SM적인 상상을 즐겨했다”고 회상하는 남자니까 당연한 일이다. “내가 기억하기로… 우리 반에는 20대 초반의 젊은 여선생이 있었는데, 나는 그녀를 너무나도 묶어보고 싶었다.” 60년대 점잖은 중학교 영어선생으로 일하던 단은 대중문학으로 꽤 인기를 얻었으나 새로 시작한 사업이 망하면서 쪽박을 차게 된다. (많은 천재적 대중소설가들의 전기가 이런 문장으로 절정에 돌입하듯이) 단 오니로쿠는 돈이 필요했다. 그래서 하나마키 교타로(花卷京太良)라는 필명을 앞에 내세워 SM소설을 하나 썼다. 향후 일본 섹스문화를 송두리째 뒤바꾸어놓은 그 책이 바로 <꽃과 뱀>(花と蛇)이다. 1974년에 제작된 닛카쓰의 장편영화 <꽃과 뱀>이 연이어 성공을 거두자 단의 이름은 거의 살아 있는 전설이 됐다. 하지만 단은 “SM의 기본도 모르는 놈들이 만들어낸 영화”라며 동명 영화를 대단히 싫어했다고 전해진다. 닛카쓰 영화사는 <꽃과 뱀>의 주인공이자 당대 핑크영화의 여왕 다니 나오미(谷ナオミ)를 앞세워 그를 회유했고, 결국 단은 이후 닛카쓰 영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현대 SM영화의 모델을 완성했다.
단 오니로쿠에게 SM은 “징벌, 감금, 그리고 치욕스러움”이라는 세 가지 목적을 위해 행해지는 행위다. 하지만 그 스스로는 SM을 징벌의 일종이라고 생각하는 걸 싫어한다. 단의 소설과 각본에 등장하는 SM은 징벌보다는 치욕스러움을 더욱 강렬하게 드러낸다. “내 편집자조차 SM과 잔혹함을 종종 헷갈리곤 한다. 나에게 징벌 이야기를 써달라고 하지만 그건 내 영역이 아니다. 나의 SM에 대한 개념은 일그러진 성적 욕망. 혹은 극단적인 상실감이다. 이것은 굴욕감으로 고통받는 미녀를 보는 사랑으로부터 파생된 남자들의 판타지다. 그러므로 내 스타일은 로맨틱하고 미학적이며 때로는 데카당스한 향취가 있다.” 만약 단 오니로쿠의 책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미치도록 궁금한 것이 하나 있을 것이다. 과연 그는 실제로도 SM 플레이를 즐기는 남자인가. 인간 단 오니로쿠의 대답. “그럴 리가 있나. 만약 그걸 요구했다가는 마누라가 내 엉덩이를 발로 차버릴걸!” 단 오니로쿠가 지금까지 펴낸 SM소설은 200여편이 넘는다. 영화화도 끊이지 않아서 최근작인 <미소년>(美少年)은 미이케 다카시 감독에 의해 영화화될 예정이다. 제목만 들어도 훤하지 않은가. 일본 무용종가의 후계자인 남자가 절세의 미소년에게 빠진 뒤 환락적인 성의 세계를 경험한다는 내용이다. 주인공 미소년은 오디션을 통해 선발할 예정이라고 한다. 동인녀들이라면 황홀감에 부르르 떨며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프로젝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