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놓치면 아쉬울 제이미 벨의 미개봉작 3편
2008-05-06
글 : 최하나
또 다른 얼굴의 그를 찾아서

“그를 죽여서 얻는 게 뭐죠?”_<데스워치> │ DVD 출시
<GP506>의 한핏줄 영화라고 부름직하다. 1차 세계대전 중 폐허가 된 독일군의 참호를 발견한 영국군 중대가 그 안에서 점차 미쳐가며 서로를 죽인다는 내용의 공포영화. 나이를 속이고 입대한 젊은 병사로 등장하는 벨은 동료들에게 연약한 낙오자 취급을 받지만, 결국 모두가 미쳐가는 가운데에서도 칼부림의 광기에 휘말리지 않는 인물로 극의 중심을 이끌어간다. 피비린내가 코를 찌르는 참혹한 도살장. 이미 그곳에서 소년의 앳된 얼굴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우리 아빠도 나보고 미쳤다고 말하는걸.”_<춤스크러버>
<아메리칸 뷰티>보다 7℃ 정도는 더 싸늘한, 미국 중산층에 대한 냉소와 성장영화의 형식을 기묘하게 반죽해놓은 작품. 가전제품 광고처럼 모두가 멋들어진 집에서 우아하게 살아가는 교외의 한 마을. 부모들이 돈벌이에 열을 올리는 동안, 아이들은 로커룸 앞에서 마약을 나누며 그들만의 행복에 빠져든다. 벨은 친구가 목을 매고 자살한 것을 목격한 뒤 말없이 방문을 닫고 친구의 부모님께 인사를 건넨 뒤 집 밖으로 걸어나오는 고등학생 딘을 연기한다. 어디에도 섞이지 못한 채 자신을 가시로 둘러놓은 벨의 조숙한 10대 주인공은 <도니 다코>의 제이크 질렌홀을 강하게 연상시킨다. 그 밖에도 레이프 파인즈, 글렌 클로즈가 우스꽝스럽고도 오싹한 캐릭터로 등장해 손색없는 연기를 보여주는데, 아쉽게도 국내에 아직 DVD로 출시되지는 않았다.

“제가 죽으면 누가 울어줄까요…?”_<니콜라스 니클비> │ DVD 출시

찰스 디킨스 원작의 영화로, 아버지의 죽음으로 가장이 된 19살 청년 니콜라스 니클비의 이야기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기숙학교 교사로 취직한 니콜라스는 그곳이 학교라기보다는 아이들을 굶기고 돼지우리에서 재우는 감옥임을 발견하는데, 벨은 그중에서도 가장 가혹하게 학대당하는 절름발이 스마이크로 출연한다. 비쩍 야윈 벨은 부대처럼 걷어차이고, 바들거리며 새된 비명을 지르는 불행한 장애아를 과장 없이 능숙하게 표현한다. 연민과 경멸, 매혹의 감정을 동시에 자극하는 그의 연기를 통해 권선징악의 반듯한 교훈극은 자못 현대적인 풍미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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