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소식]
“시정을 주제로 한 영화다”
2008-05-05
글 :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소설>의 감독이자 <집결호> <적벽>의 촬영감독 류우에

류우에는 실력 있는 촬영감독이다. <인생>을 비롯하여 오랫동안 첸카이거와 호흡을 맞췄고, 근래에는 펑샤오강의 <집결호>와 오우삼의 <적벽> 등 액션대작까지 촬영했다. <소설>은 그의 연출작이다. 그러나 사전 정보 없이 보면 <집결호>의 촬영감독이 만들었다고 믿기 힘들만큼 간명하고 소박하다. 당대 중국 유명문인들의 토론회를 기록한 장면이 3분의 2, 나머지는 타지에서 우연히 재회한 한 남녀의 로맨스를 허구화하여 서로 스며들게 한다. 류우에는 “시정(詩情)을 주제로 한 영화”라고 말하는데, 그렇게 말할 때 그는 꼭 시인 같다.

-촬영감독과 연출가일 때 각각 당신의 마음가짐이 궁금하다.
=촬영이란 반은 기술, 반은 예술이다. 촬영감독일 때 나는 배우들의 연기보다 화면의 구성이나 빛에 더 민감하고 계절과 기후에 예민하다. 반면 감독을 할 때 내가 가장 중점을 두는 건 나의 생활과 생각을 어떻게 예술적으로 또 개인적으로 표현할까 하는 것이다.

-유능한 촬영감독이 연출에도 매력을 느끼게 된 사연이 궁금하다.
=내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리고 또 하나 작은 동기는 요리스 이벤스와 <바람의 이야기>(네덜란드의 유명 다큐멘터리 감독 요리스 이벤스의 유작)를 작업하면서다. 그때는 너무 힘들었다. 이 영화는 중국 내의 배경을 선택하는 데에만 두 달이 걸렸고 비용도 많이 들었다. 결국 나는 중도에 그만두었고 그 영화의 촬영은 다른 사람이 했다. 그때 나는 좀더 적은 예산의 영화로 내 생활과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 것이다. 중국에서 감독이란 언제나 심의 때문에 곤혹스런 직업이다. 원래는 촬영을 공부했으니 그게 더 잘 아는 분야이고 돈을 벌기에도 유용하지만 그래도 뭔가를 더 지향하느냐고 묻는다면 아마 감독일 것이다.

-네 편을 연출한 걸로 알려졌는데.
=다섯 편이다. <자오선생>, <소설>, <미인초>, <빅 파티 맨>, <십삼 괘포동>.

-그럼 <소설>이 두 번째 연출작이라는 말인데, 왜 이제야 이 영화를 볼 수 있게 된 건가.
=99년에 완성했지만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영화 속에 마약에 대한 이야기, 욕 등이 나온 게 빌미가 됐다. 당초 필름으로 촬영한 걸 2006년 초에 HD로 전환한 뒤 공개하게 된 것이다.

-다큐와 픽션이 교차하는 영화다. 작업 당시가 궁금하다.
=리우이웨이라는 중국에서는 유명한 방송인과 함께 각본을 썼다. 절친한 친구다. 그와 함께 전체적인 구성을 짰다. 하지만 남녀주인공이 등장하는 픽션 부분은 특별히 시나리오를 쓰지 않았다. 주인공들에게는 조건만 줬고 대사들도 즉석에서 배우들이 만들어낸 것이다. 초청한 작가들을 10일 동안 하루 5시간씩 토론하게 했고, 그들에게는 여배우가 한명 같이 있을 거라는 정도만 알려줬다. 문인들에게는 두 가지를 부탁했다. 생활 속의 시정이라는 문제에 대해 말해달라. 오늘날의 매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처음에는 다큐와 픽션을 절반씩 배분하려고 했는데 편집하다 보니 배우들이 연기하는 부분이 좀 줄었다. 문인들은 실제 토론을 하는 거고, 여배우는 연기를 하는 것이다.

-시정을 말하는데 영화 제목은 <소설>이다.
=원래 제목은 <시정의 시대>였다. 하지만 (중국어 통역에 따르면) 이 말에는 잃어버린 기억의 시대라는 뜻도 함께 있기 때문에 부정적인 느낌을 줄 수 있어서 그냥 <소설>로 바꾸었다. 그 자리에 소설가들도 많았으니까. 그리고 영문 제목이 ‘모호함’(The Obscure)이 된 건 내가 생각하기에 시정의 성질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한 가지 정해둔 게 있다. 다큐이던 픽션이던, 시정이란 무엇인가란 하나의 주제로 전체 흐름을 이어가자는 것이었다. 그 점이 중요했다.

사진 씨네21 JIFF 데일리 사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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